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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부두애 Jan 13. 2021

특별한 일이 없습니다. 그래서 행복합니다!

특별한 일이 없어 더 감사한 노견과의 일상

특별한 일이 없는 소소한 일상의 1월입니다. 한살이나 더 먹은 노견 푸돌이와 방구는 여전히 아침이면 우리의 출근길을 배웅해주고 저녁 퇴근길이면 잠에서 덜 깬 얼굴로 우리를 맞이합니다. 아! 푸돌이는 잠이 많은 편이라 나중에 등장하기도 합니다.

사람마냥 소파에 귀엽게 앉아있는 푸돌이

그리고 여전히 밥도 잘 먹습니다. 19살, 18살 노견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둘 다 식욕이 왕성합니다. 심지어는 먼저 밥을 해치운 녀석이  다른 한 녀석의 밥마저 먹고 싶어서 밥그릇 주위를 어슬렁어슬렁거립니다. 주로 방구가 욕심을 부립니다. 그렇지만 푸돌이의 등쌀에 밀려 뺏어먹지는 못합니다. 먹보 방구의 실패입니다.


최근에는 방구의 사료가 더 맛있다는 걸 눈치챈 푸돌이가 흰둥이의 사료를 탐내기도 합니다. 본인 밥이 나왔는데도 모른 체할 적도 있습니다. 방구의 밥이 나오면 그것부터 먹으려고요. 이 녀석, 치매가 있는 노견이라 정신도 없고 아무것도 모르는 줄 알았는데 어떻게 이런 건 기가 막히게 알죠? 그렇다고 아내가 호락호락하지는 않습니다. 푸돌이 밥을 먼저 주고 방구의 밥은 주지 않 기다립니다. 방구의 밥을 기다리던 푸돌이는 이내 포기하고 본인의 밥을 먹습니다. 그제야 방구에게도 밥릇을 내어줍니다. '우쒸!' 방구 밥을 먹고 싶었던 푸돌이는 무언가 아쉬운 표정입니다. 그래도 어쩔 수가 없네요. 각자의 질환에 맞는 처방식을 먹고 있기에 먹는 것도 마음대로 못 먹으니 참 슬픕니다.


아내 역시 여전히 이 녀석들과 함께하는 저녁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그런 아내를 바라보는 것이 제 생활이 되었고요. 아내는 퇴근하자마자 외출복을 채 벗기도 전에 방구와 푸돌이 뒤치다꺼리를 하며 아이들을 안아줍니다. 그리곤 얼마 안 있어 밥을 주고 약을 줍니다. 귀찮을 만도 할 텐데 매일을 반복하는 아내가 대단합니다. 그러다 갑자기 방구가 짖거나 잠투정을 부리기 시작하면 아내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침대가 아니라 방구 옆자리에 눕습니다. 두애(아내의 별칭)요람이 품에 들어와야만 편안한 마음으로 자는 방구의 끈기도 눈여겨볼만합니다. 남편인 제가 안아줄 때는 그렇 불편하다고 찡찡되는데 신기하죠.

본인 셀카보다 이 아이들의 셀카를 더 많이 찍는 아내의 일상 여전히 소중히 지켜지고 있습니다. 특별한 일이 없어 글을 쓸 소재가 없다고 실망했던 는 이렇게 일상의 이야기도 이야기가 될 수 있는 글의 힘에 스스로 놀랐습니다. 아니 다른 관점에서 생각하면 특별한 일이 없는 이 평온한 일상이 어쩌면 더 행복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때는 이 이야기들을 통해 출간 작가가 되고 싶은 욕심에 사로잡혀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어느 한 녀석도 아프지 않고 노견의 일상생활을 마음 편히 바라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그 모습을 보며 행복해하며 만족스러워하는 아내의 미소를 보는 것도 꽤나 보람찬 것 같습니다.


아 참! 어제 이 노견 두 녀석들에게 개모차가 생겼습니다. 오우 꽤 고급지던데요? 산 건 아니고 누구한테 얻은 건데 키우는 반려견이 아직 작아서 타지 못한답니다. 이 웬 횡재인지, 앞으로 동물병원을 걸어 다니며 다닐 수 있겠습니다. 다시 이 유모차를 본주인에게 돌려줄 때까지 이 두 노견 녀석들이 마음껏 유모차를 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럴 수 있겠죠? 밌는 에피소드가 있으면 또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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