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ry everything Apr 05. 2023

금쪽이네 텃밭

2주간 금쪽이들과 실과, 과학, 미술, 창체 시간을 종횡무진 중이다. 실과에서 나오는 친환경 농업, 도시 농업에서 쏘아 올린 공이 식물의 성장에 한 번, 환경보호 포스터에 한 번 튕겨 상추 심기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며 마지막으로 골인이 되었다.


미세먼지로 황사 마스크를 쓰기 시작하고, 운동장 수업이나 학교 수업활동이 제한이 되면서부터 환경에 대한 관심이 더 깊어졌다. 그러다 전 세계적인 공포였던 코로나와 그로 인해 쏟아지는 각종 일회용품은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는 문제였다. 아이들과 함께 행동하고 생각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토록 나는 분리수거에 열을 내며, 물건을 마구 쓰는 행동을 참지 못한다. 교실에 쓰레기가 떨어져 있으면 아무 말 없이 주워서 쓰레기통에 넣지만 쓰레기통에 커다란 종이가 들어있으면 종이를 꺼내 흔들며 꼭 아이들에게 말한다.


"분리수거 잘하자. 환경보호 해야지."




이번에는 6학년이 전체 프로젝트로 업사이클링을 진행한다. 페트병을 이용하여 화분을 만들고, 상추 모종 한 포기씩을 기르기로 한다. 간단한 활동이지만 아이들과 함께 공부해야 하기에 환경오염이 얼마나 심각하며, '왜' 우리가 이런 활동을 해야 하는지 하나씩 알아본다. 그리고 개인이나 모둠별로 재활용품을 활용한 화분 만들기 계획서를 써본다. 아이들은 무엇으로 만들지 어떤 모양으로 만들지 하나씩 생각하는 게 다 재미있나 보다. 자신들이 가져올 준비물, 선생님이 준비해야 할 준비물을 꼼꼼히 써내며 눈알 스티커는 선생님이 꼭 준비해줘야 한다고 신신당부한다.



이것과 함께 '양말목'이라는 재료로 다양한 물품을 만들어낸다. 처음 한 시간은 못 만들겠다며 포기하듯 하더니 이튿날에는 간단한 소품부터 가방까지 만들어낸다. 솜씨가 있는 아이들은 자신의 가방을 하나 만들더니 엄마 생각이 났는지 엄마 드릴 가방도 만들기 시작한다. 수업시간에도 몰래 만드는 통에 애물단지가 되긴 했지만 선생님 선물이라며 내미는 작은 소품이 교실 곳곳에 자리 잡는다. 처음에는 내가 제일 잘 만들었는데 이젠 아이들이 내 선생님이 된다.



비 오는 수요일, 습한 공기가 6학년 층을 흐르는 가운데 아이들은 활기차게 복도와 교실을 오간다. 엄지 손가락만 한 작은 상추 모종을 귀여워하며 화분에 조심스레 옮겨 심고 언제 물을 주냐며 묻는다. 상추 엄마라도 된 듯이 화분을 두 손으로 안아 해가 잘 드는 곳에 진열한다. 그 곁을 떠날 줄 모르는 아이들이, 나중에 또 해보고 싶다는 아이들이, 얼른 상추 키워서 먹고 싶다는 아이들이 귀엽다.




이 아이들이, 내 자녀가 살아갈 세상이 부디 '맑음'이면 좋겠다.





이전 07화 합창에 꽂혔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