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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시무룩

by try everything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봄이 될 때마다 별러 왔던 두 발 자전거 타기가 2번의 주말을 지나고 있었다. 미세먼지가 없는 화창하고 따뜻한 날씨에 남편과 딸이 먼저 자전거를 타러 나갔다. 나는 설거지를 하고 곧 가마, 하였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카톡이 울린다.


지난 주말에는 혼자 3바퀴 정도 굴러서 이번 주에는 조금 더 잘 타겠구나 기대하였는데 그것보다 더 멋지게 자전거를 타는 모습이 전송되었다. 딸이 엄마한테 보여주고 싶어 한다며 얼른 내려오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아이는 어릴 때부터 조심성이 많았다. 그 덕에 위험하게 놀거나 뛰지 않아 그 흔한 무릎 까짐도 별로 없었다. 그러나 엄마의 마음은 참으로 신기한 게 이런 것을 감사하게 느끼기보단 다른 아이처럼 놀이터에서 혼자 신나게 잘 놀고 킥보드를 씽씽 잘 타기를 바랐다. 나도 안다. 물론 아이가 이랬다면 또 나는 다른 아이처럼 차분하고 조심성 있는 모습을 바랐을 거라는 것을. 그래도 항변해 본다. 엄마의 욕심이 아니라 내 자녀가 뭐든지 잘했음 하는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말이다.



아무튼, 딸은 보조바퀴 달린 자전거도 조심조심 타는 덕에 쌩쌩 달리는 모습을 보진 못했다. 보조바퀴가 있어도 가끔 기우뚱하니 무서운 기분이 들어 자전거를 잘 타지 않았다. 그래도 시기에 맞는 발달과업이라는 것이 있지 않은가. 10살 정도면 두 발 자전거를 타야 할 것 같아 작년에 고민하다 보조바퀴를 뗐다. 자전거 사장님이 요즘은 아이들이 한두 시간이면, 아니면 일주일이면 너끈히 탈거라 했는데 딸은 1년째 지지부진이었다. 물론 몇 번 타다가 발도 잘 닿지 않고 무서워하니 10번도 채 연습하지 않고 1년을 보냈지만 말이다.


그러다 올해 다시 슬금슬금 시작해 보았다. 자전거 타기를 좋아하는 엄마는 날씨가 좋을 때마다 딸에게 얼른 자전거 배워서 자전거 타자고 말했다. 딸도 그것을 기억했는지 이번에는 열심히 연습했고 탈 수 있게 되었다.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혼자서 날렵하게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보니 새삼 다 큰 것 같아 마음이 찡했다. 뒤에서 뛰어가보지만 어느새 저 멀리 달아난 아이의 뒷모습을 보니 마음이 간질간질했다. 어릴 적 아빠에게 자전거를 배웠던 것처럼 딸에게도 부모가 가르쳐줘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중에 하나였는데 이제 딸이 터득해 버렸다.


내가 가르쳐줄 수 있는 것이 별로 남지 않은 것 같아 괜히 시무룩해진다. 딸아이에게 내가 줄 수 있는 게 별로 없는 것 같아 조바심이 난다.


"자기야, 우리 빨리 뭐라도 배우자. 우리가 가르쳐줄 수 있는 게 별로 안 남은 거 같아."


어느 정도 아이가 크니 돌봐줘야 할 것보다 떠나보내야 함이 더 어려울 것 같아 생각이 많아진다.

'빨리 커라' 했다가 '이제 그만 커라' 하는 부모의 오묘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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