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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했구나

by try everything
출처:픽사베이


출근길에 마주한 가로수와 하늘이 청초하게 보일 때가 있다. 걷고 있는 길도 말갛게 보이고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지만 뭔가 달라 보이는 하루가 있다. 그냥 달라 보이는 것이 아니라 예뻐 보인다.


미용실에 다녀온 아내의 모습에서 변화를 감지하긴 하는데 속시원히 무엇이 변했는지 알 수는 없는 남편의 마음 같다. 결국에는 뭐가 이리 달라 보이나 했더니 이슬이 맺힌 것을 알아낸다.


'아. 너희 세수했구나.'


아이가 목욕하고 나온 것처럼 뽀얗다. 오랜만에 세수한 꽃과 나무를 보니 기분도 상쾌하고 바람도 더 싱그럽다. 많이 내린 비도 아닌데 간 밤에 내린 비로 촉촉한 이슬을 머금은 아침 풍경을 보니 잠이 덜 깨 무거웠던 출근길 발걸음도 점점 가벼워진다.


아내의 미세한 변신을 용케 찾아낸 남편처럼 의기양양하게 하루를 시작한다.

그리고 너희 진짜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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