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보다 GO !
나는 비장하지 않기로 했다. (시작부터 너무 비장한가?) ‘비장하다’ 하면 눈에 힘 빡! 어깨에 힘 빡! 뭔가 빡센 느낌이 든다. 이거 아니면 나 죽어! 뭐 그런 느낌. 그런데 살아보니 이거 아니면 죽고 뭐 그런 건 없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됐다. 진작 알았더라면 그렇게까지 안달복달하지 않았을 것을. 이젠 그런 사람이 오히려 부담스러운 건 나뿐인가? 일단 눈에 들어간 힘, 어깨에 들어간 힘부터 좀 내려놓고 시작하자.
로망도 그렇다. 실현하고 싶은 소망이나 이상으로 풀이된 사전적 의미 역시 뭔가 비장하고 거창하다. 그래서 주춤거리게 되고 용기를 내지 못해 점점 로망으로부터 멀어지게 된다. 혹자는 말한다. 로망은 로망으로 남겨둬야 아름답다고, 마치 첫사랑처럼. 하지만 난 생각이 다르다. 생각해 보자. 나의 로망은 뭘까? 일단 부자 되기, 호텔 같은 집에서 살기, 인플루언서 되기, 남들이 부러워하는 아들, 딸의 부모 되기 등등. 거창한 로망부터 떠오르는가? 그렇다면 이 로망들을 잘게 쪼개보자. 아주 하찮을 정도로 작게.
용기까지도 필요 없다. 하찮은 건 만만해서 쉽게 도전해 볼 마음이 생긴다. 반면 하찮아서 버려도 그만인 것들도 있다. 그렇게 하찮은 로망들을 찾아 나의 일상을 채우고 비우며 사는 것이야 말로 행복을 찾는 가장 쉽고 간단하면서도 적극적인 방법이지 않을까?
일상 속에서 스치듯 자신도 모르게 로망을 고백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거 내 로망이었어!”
“이거 내 로망이잖아!”
사실 이런 로망치고 거창한 로망은 별로 없다. 보통 영화 속 한 장면이나 추억 속 한 장면처럼 찰나의 순간인 경우가 많다. 비 오는 날 창가에 앉아 커피 마시며 책 읽기, 햇살 내리는 도서관 창가, 또 뭐가 있을까? 때로는 불편함을 무릅쓰더라도 해야만 하는 것들, 그런 게 바로 하찮은 로망이다. 그런 로망은 바로바로 해버리자. 반면 하찮아서 버려도 그만 인 것들은 미련 없이 버리자.
이 산인가 싶어서 올랐는데 아니, 저 산인가? 할 때가 있다. 순간 당황스러울 수 있지만 뭐, 그럴 수 있다. 어쨌든 시작을 했다는 게 중요한 거니까. 이 산을 올라 보니 아닌 것도 알았고, 저기 저 산도 있다는 걸 알았으니 그걸로 됐다. 멀리서 이 산만 바라보며 아직 시작도 안 한 사람들도 많다는 걸 기억하자. 그들에 비하면 절반의 성공이다. 시작이 반이라 하지 않던가.
세상에 헛된 경험이란 없다. 그 어떤 뻘짓이라도 나름의 이유와 의미는 있다. 이 산은 연습용이었다든지, 아직 때가 아니라든지, 한낱 인간인 우리로서는 죽었다 깨어나도 알 수 없는 신의 숨은 의도가 있을지도 모른다. 모르는 일에 미리부터 걱정하고 의심하느라 기운 빼지 말자. 그럴 시간에 마음 가는 대로 일단 뭐라도 시작해 보자. 하다 보면 잘 안 돼서 하기 싫은 일이 있고, 그래서 더 잘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 전자의 경우라면 다른 산으로 갈아타면 되고, 후자의 경우라면 마저 산을 오르면 된다. 그뿐이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갈 길이 정해진다. 이때 자기반성 정도는 괜찮지만 자책 금물이다. 이럴 때 필요한 건 아님 말고 정신이다. 아님 말고! 그렇게 로망들을 정리해 가자.
베스트셀러 중에 <넛지>라는 책이 있다. 넛지(nudge)는 '옆구리를 슬쩍 찌른다.'는 뜻으로 강요에 의하지 않고 유연하게 개입함으로써 선택을 유도하는 방법을 말한다. 이 책에 따르면 무심코 한 선택이 우리의 운명을 결정한다고 한다. 그러니 힘 좀 빼자.
그런데 힘 빼라는 말처럼 쉬우면서도 어려운 게 또 없다. 수영을 처음 배울 때 제일 많이 듣는 말이 바로 이 ‘힘 좀 빼세요!’가 아니던가. 의식적으로 몸에 힘을 빼려고 하면 할수록 오히려 힘이 들어간다. '물에 빠지면 어떡하지?' 걱정하고, '이런 내가 물에 뜰 수 있을까?' 의심하고, '잘하고 싶다!'는 욕심만 너무 앞서기 때문이다. 걱정과 의심, 욕심이 힘으로 똘똘 뭉쳐 몸을 무겁게 짓누르는 건 아닌지 체크해 보자. 이 세 가지를 내려놓는 순간 납덩이같던 몸이 가벼워지면서 거짓말처럼 물 위로 둥둥 떠오를 것이다.
조금 단순해지는 것도 좋겠다. 너무 많은 생각은 핑계만 만들 뿐이다. 나는 앞에서 언급했던 걱정, 의심, 욕심, 이 세 가지를 ‘핑계 3종 세트’라고 부른다. 이것만 덜어내면 뭐든 시작이 쉬워진다. 그렇게 일단 시작하자. 가끔은 작고 단순한 것들이 가장 특별한 매력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하찮은 로망처럼 말이다. 그러니까 우리, 너무 비장하지 말기로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