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데, 그 자리에 자꾸 시선이 갔다
장례식으로 집을 비운 일주일,
서울로 올라오는 길엔 바나나 때문에 날파리가 가득할까 걱정했다.
현관문을 열자,
검게 말라붙은 바나나와 곰팡이가 핀 순두부찌개가 그대로였다.
급히 떠났던 날의 풍경이 멈춘 장면처럼 남아 있었다.
식은 냄비를 열자 시큼한 냄새가 퍼졌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를, 그 냄새가 말해주는 듯했다.
익숙했던 집이, 엄마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낯설어졌다.
적막했다.
집은 그대로인데, 내가 살던 집이 아닌 것 같았다.
리모컨은 거실 한켠에 놓여 있었다.
늘 엄마 손에 쥐어져 있었던 리모컨.
TV는 꺼져 있었고, 사람들의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만 사라졌을 뿐인데 집이 조용해졌다.
음식물 쓰레기를 들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
문득 엄마와 함께 탔던 순간이 떠올랐다.
문이 열렸을 때,
타려던 사람들이 엄마의 떨리는 손을 보고 다음 차례를 기다렸다.
그땐 ‘굳이 그럴 필요 있나’라고 생각했었다.
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시며, 고개를 숙이셨다.
다시 생각하니, 그날의 상처가 새롭게 다가왔다.
그날 이후, 엄마는 항상 모자와 함께 밖으로 나가셨다.
모자가 없으면 밖으로 나가지 않으셨다.
미용실 가는 것도 꺼려하셔서, 가족이 직접 머리를 잘라드렸다.
왜 바깥 활동을 그토록 꺼려하셨는지 이해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있는 공간에서는 나가지 않으셨다.
내가 본 순간은 하나였지만,
상처의 순간은 그보다 많을 것이라는 걸 왜 몰랐을까.
엄마가 늘 앉아 계시던 거실로 무의식적으로 눈길이 갔다.
유난히 낮아진 왼쪽 매트.
거기에는 아무도 없다는 걸 알면서도 시선은 자꾸만 그 자리로 향했다.
보이지 않는데, 오히려 그 존재가 선명해졌다.
그래서일까.
나는 거실이 아닌 식탁에서 그 자리를 자주 쳐다봤다.
거실 한켠에는 약 상자와 옷가지가 그대로 있었다.
알레르기 때문에 음식을 먹을 때 약을 항상 챙기시던 모습이 떠올랐다.
아무 걱정없이 드실 수 있는 음식들로 대접해 드릴 걸, 그게 아쉬웠다.
알레르기 때문에 고생하셨던 엄마를 위해 약을 한 박스를 드렸었다.
본가에 그 많던 약을 두고 왔다며,
새로 사 온 뒤, 한알만 드시고 그대로였다.
그리고 깜빡했는지 두고 간 티셔츠가 있었다.
티셔츠를 보자, 동생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내가 사드린 바오패밀리 티셔츠.
검정색에 등 부분에는 판다 사진이 있는 티셔츠였다.
내가 카톡으로 보낸 여러 상품들 중에서 직접 고르신 옷이었다.
그 메시지가 엄마에게 마지막으로 보낸 내용일 줄 몰랐다.
동생은 엄마가 본가로 내려가던 길에도 그 티셔츠부터 찾았다고 말했다.
그 말이 나를 더 아프게 했다.
그날, 엄마가 판다 인형도 예쁘다며 갖고 싶다고 하셨다.
좋아하셨던 걸 알면서도, 왜 더 해드리지 못했을까.
사드린다고 생각만 하고,
피곤하다고 뒤로 미룬 내가 후회됐다.
그러다 생각난 선물에 대한 기억.
엄마는 오래된 핸드폰을 쓰시며, 늘 새 폰을 원하셨다.
매년 생일마다 새 핸드폰을 선물하고 싶었지만,
아빠는 “밖으로 안 나가는 데 왜 좋은 폰이 필요해”라며 반대하셨다.
한 번은 엄마가 울면서 말씀하셨다.
“나도 새 핸드폰 좋은 걸로 쓰고 싶어. 나는 안 되는 거야?”
그 순간, 말이 막혔다.
나는 “아빠보다 좋은 폰을 먼저 드리면 설득하기 어렵다“고 말했고,
엄마는 울컥하시며 전화를 끊으셨다.
그 통화를 끝내고 나서도, 멍하니 한 곳만 바라봤다.
울면서 화를 내신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 한 번의 통화가, 내내 마음에 걸렸다.
결국 두 사람의 핸드폰을 한 번에 바꿔드렸다.
엄마는 이전보다 무거운 무게에도 웃으며 사용하셨다.
나는 손목이 아프지 않냐고 말했지만,
꼭 그걸 써야 한다고 하기에 그 제품으로 사드렸었다.
한동안 여러 어플도 다운로드하고, 게임도 하시며 하루를 보내셨다.
그 이후부터는 항상 핸드폰을 먼저 찾으셨다.
좀 더 빨리 바꿔 드릴 걸. 이제야 겨우 한번 바꿨을 뿐인데.
지금 내 손에 쥐어진 핸드폰을 볼 때마다,
그때의 눈물이 다시 떠오른다.
엄마가 떠난 이후,
집 안에는 눈에 보이는 물건들만 남아 있었다.
그런데, 그 모든 것들이
엄마를 말하고 있었다.
나는 집안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남겨진 물건보다
남기고 간 마음이 더 오래 머문다는 걸
그제야 조금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