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에서 바라본 그 자리
식탁과 의자.
본가에서 올라온 이후, 나는 이상하게 식탁에서만 지났다.
평소 거실에서만 생활하던 내 모습과는 달랐다.
처음에는 방송도 안 보고, 습관이 달라진 줄 알았다.
그러다 문득, 가족과 함께 했던 거실을 피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한 달이 지나서야, 깨달았다.
나도 모르게 엄마가 앉아 계시던 거실 한켠을 자주 바라보고 있었다는 걸.
식탁은 그 자리를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는 자리였다.
매일 습관적으로 내 시선은 기울어진 매트 한쪽을 향했다.
어머니가 누워계셨던 그 자리만, 유독 매트 자국이 선명했다.
생전의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다.
나는, 가장 잘 보이는 곳으로 옮겨 앉았던 거였다.
오늘도 식탁에 앉았다.
정면에 있던 그 자리는 여전히 비어있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지만, 나만 조금 변했다.
익숙했던 생활이 하나씩 바뀌기 시작했다.
일상의 변화는 사소했지만,
그만큼 더 마주하기는 힘들었다.
마트 입구를 들어서면 보이는 과일 코너에선
엄마와 나누었던 기억들이 자주 떠올랐다.
장 보면서 전화를 걸었던 기억들.
그러다 생각했다. 그때라도 연락했더라면, 달라졌을까.
마트에서 카트를 끌고 들어가려다, 몸만 챙기고 곧장 사서 나왔다.
그래서인지 이틀에 한 번은 가던 내가, 일주일에 한 번도 가지 않았다.
생각이 날 때면, 발길을 돌렸다.
약국도 비슷했다.
진통제를 자주 사던 곳이라, 들어가기 전마다 발걸음을 망설였다.
돌아가신 날, 엄마는 내 건강을 먼저 걱정하셨다.
본인 아픔에 대해 말을 꺼내지 않으셨다.
다만, 올라오실 때마다 진통제가 필요하다고만 말하셨다.
자주 찾는 횟수로 충분히 알 수 있었지만, 모르는 척했다.
그 기억 때문에, 요즘은 약국을 가려다가도 한 번씩 멈춘다.
혼자 술을 마시는 것도 멈췄다.
집에서 마시던 맥주 한 잔을, 어느 순간부터 마시지 않게 됐다.
그냥, 왜인지 그 상황은 만들면 안 될 것 같았다.
주변에서 혼자 마시지 말라는 말도 있었지만,
거기까지 가게 되면 일상으로 돌아올 수 없을 것 같았다.
냉장고에 가득 찬 캔맥주들을 빼놓았다.
한 잔 마시는 순간, 계속 들이마실 것만 같아서 그만두었다.
나름의 생존 방식이었다.
그렇게 일상을 피하며 지냈다.
그리고 그 자리를 다른 걸로 채우기 시작했다.
약속이 있으면 30분 이상 먼저 도착하던 내가, 요즘은 늦는다.
만날 시간까지 주변을 걸으면서 엄마와 연락했었는데.
그 기억 때문인지, 일찍 가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이미 출발 시간이 늦어져도 나는 여전히 식탁 위에 있었다.
그러곤 친구에게 늦을 것 같다는 카톡만 남겼다.
이제는 약속에 늦어도 미안한 감정이 들지도 않았다.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다.
그때부터인지,
누군가와 꼭 한 시간 이상은 통화했던 것 같다.
가족이나, 친구나, 지인이나.
엄마와 함께 했던 시간을 다른 사람들로 채우고 있었다.
내가 원하는 것 같아서, 그냥 그대로 뒀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가 조금씩 예민해졌다는 걸 느꼈다.
평소에는 넘겼을 작은 일에도 서운해졌다.
도착 시간이 늦어져서 일찍 들어가 봐야 한다는 말에도,
짧은 메시지 답장에도, 마음이 쉽게 요동쳤다.
이전의 나는 이 정도로 쉽게 흔들리는 편은 아니었다.
그런데 요즘, 너무 자주 서운해진다.
내가 원래 이런 사람이었나. 아니면 지금만 그런 걸까.
회복하면 이전의 나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게 나였던 것도, 지금인 것도, 잘 모르겠다.
이런 사소한 일상들이 바뀌며,
오히려 엄마의 빈자리를 크게 드러내는 것 같았다.
그걸 알아차릴 때마다 피하고 싶었다.
나는 예전의 내가 아니었다.
그런데 이게 지금의 나라는 걸 인정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돌아갈 수 있을까보다,
지금의 이 상태가 진짜 내 모습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더 두려웠다.
오늘도 식탁에 앉았다.
거실 앞에 있던 그 자리는 여전히 비어 있다.
그곳엔 아무도 없지만, 매일 그 자리를 바라본다.
예전에는 그냥 앉았던 자리인데,
이제는 그 자리가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비어있는 그 자리에서,
엄마는 여전히 나와 함께 있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