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크 하나에 처음 위로를 느꼈다
새벽 4시.
요즘 들어 이 시간만 되면 눈이 떠진다.
다시 자려고 몸을 뉘어봐도 쉽지 않다.
결국 커피를 내리고, 하루를 시작한다.
그렇게 새벽은 내 감정을 꺼내는 시간이 되었다.
엄마가 돌아가신 이후,
새벽의 고요는 익숙한 일상이 되었다.
6월은 내게 위기의 달이었다.
시즌의 메인 시기.
몰아치는 행사와 쌓인 업무로 가득했다.
쉬는 날이 많았기에,
그만큼 일이 밀려들 거라는 걸 예상했다.
이 시기를 무탈하게 지나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던 중,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전화를 받았다.
아무 일 없었어도 버티기 힘들었던 시기.
모든 에너지를 끌어 모아봐도
움직이기에는 부족했다.
하루라도 제대로 쉬고 싶었다.
본가를 다녀오고 싶었다.
회사 일과는 상관없이, 하루를 나를 위해 온전히 쓰고 싶었다.
미리 일정을 조율하고 보고도 했지만,
연차는 끝내 쓰지 못했다.
일을 해도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사실, 그날은 본가로 내려갈 수도 없었다.
편도로만 네 시간. 왕복만으로도 하루가 지나갔다.
이미 기력도 바닥이었다.
몸을 움직이는 것도 무겁고,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힘들어, 진통제로 버텼다.
하루 정도 쉬면 나아질 것 같았다.
그 하루가, 그땐 그렇게 간절했다.
그날 아침,
책상 위에는 케이크 상자가 조용히 놓여 있었다.
말도 쪽지도 없이.
누가 준 건지 물었지만, 아무도 아니었다.
챙김 받았다는 고마운 마음은 들었지만,
말이나 행동으로 옮길 기력은 없었다.
그래도 감사했다.
마침 그날은 전 직원이 참여하는
회의가 예정되어 있었다.
빠지고 싶었다.
원래도 가고 싶지 않은 회의였지만,
여러 사람과 함께 앉아 있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웠다.
지난 회의에서,
사람들과 한 공간에 있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
그래도 한 시간이니까.
어떻게든 버텨보자 싶어 자리에 앉았다.
회의가 시작됐지만,
내용은 잘 들어오지 않았다.
회사는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말하고 있었지만,
나는 그 어떤 것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하루를 간신히 버티는 나에게는,
먼 미래의 일은 관심 밖이었다.
회의 중간, 나는 자꾸 천장을 올려다봤다.
엄마와 자주 연락을 하던 내가,
회사 일이 힘들어서 한동안 연락을 하지 않았다.
퇴사를 고민하고 있었고, 그 이야기를 어머니께 꺼내고 싶지 않았다.
피했다. 그러다 엄마로부터 멀어졌다.
그때 회사를 내려놓았다면,
그랬다면, 마지막 대화를 더 많이 나눌 수 있었을까.
그때 처음 알았다.
내가 놓친 건 일이 아니라 가족이었다는 걸.
그걸 깨닫고 나니, 남은 회의 시간은 더 이상 의미가 없었다.
회의는 끝났다.
버텨냈다고 생각했지만,
자리로 돌아오자 숨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귀 안쪽이 욱신거렸고, 가슴도 먹먹하게 아팠다.
창문 쪽으로 급히 걸어가 난간을 붙잡았다.
멍하니 서 있었다.
다시 자리로 돌아왔고,
점심시간이 됐을 땐 또다시 창문 앞을 찾았다.
10분을 일하고 나면 한 시간을 쉬어야 하는 상태였다.
“오늘 오후 반차를 써도 될까요.”
당일 반차는 이번이 두 번째였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직전 한 번, 그리고 오늘.
원래 연차를 쓰려고 했던 날이라는 걸 아셨기에,
팀장님께 그냥 몸이 안 좋다고만 말했다.
책상 위 케이크와 노트북을 챙겨 밖으로 나섰다.
이번엔 머리가 아니라,
몸이 먼저 말했다.
이제는, 정말 못 버티겠다고.
회사 이야기를 하면, 엄마는 늘 걱정부터 하셨다.
퇴사를 말리시지는 않았지만, 그만두라는 말도 쉽게 하시지 않았다.
힘들면 그만두라고 하셨겠지만,
괜히 속상해하실까 봐 끝내 말하지 못했다.
버스를 타는 동안에도 눈물이 났다.
도착하고 케이크를 식탁에 올려두고 나서야,
카카오톡을 제대로 확인했다.
며칠 전, 짧게 이야기 나눴던 다른 팀 분이 준 선물이었다.
메시지는 짧았다.
“맛있게 드시고 오늘도 파이팅입니다.”
몸이 너무 안 좋아,
엘리베이터에서 간단히 ‘잘 먹겠다’는 인사만 겨우 남겼다.
돌이켜보면 그분과 대화는 업무와 관련해 한번이 전부였다.
그럼에도 마음을 챙겨주신 게, 더 고마웠다.
며칠 뒤, 케이크를 꺼냈다.
크림치즈 베이스에 쿠키 가루가 뿌려져 있었다.
몇 입 먹었을 뿐인데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이상하게, 그 한 조각이 위로처럼 느껴졌다.
당일에 먹었으면 더 따뜻한 감정을 나눴을 텐데,
표현하지 못한 미안함이 남았다.
아마, 그 이후였던 것 같다.
힘든 날이면 케이크 생각이 났다.
말 한마디로도 위로는 되지만, 집에 돌아와 케이크를 꺼내놓으면,
누군가에게서 위로받고 있다는 감정을 조금 더 오래 느낄 수 있었다.
그만큼, 위로가 간절했던 시기였던 것 같다.
그날 처음으로 제대로 체감했다.
‘나는 위로받고 있구나’
책상 위, 말없이 놓인 케이크 하나에,
답답하던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그제야 알았다.
때로는 말보다, 케이크 하나가 더 깊은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걸.
나도 언젠가,
아무 말 없이 케이크 하나를 올려두고 싶다.
그때 내가 받았던 마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