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해

by 이베뜨

엄마, 아빠는

내게 있어

언제든 기댈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

길을 잃었을 때의 나침반,

그리고 나의 삶의 롤 모델.


어린 시절,

나는 의사가 되어

여기 저기 다니면서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는 삶을 살겠다고

누누이 엄마에게 이야기했었다.


그러다 중학교 시절부터

내가 음악을 통해

많은 희망과 위로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는

음악으로 진로를 변경하겠다고 결심했다.


처음 음악을 하겠다고 이야기했을 때

엄마, 아빠의 표정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나의 공부에 대해

엄마, 아빠의 기대가 얼마나 큰지

사실 나도 알고 있었다.


당황한 기색을 애써 감추면서

“음악을 취미로 할 수는 없는 거니?”

라고 엄마는 물어봤고

나는 안되겠다고,

많이 고민하고 결정한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날 밤

엄마, 아빠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닫힌 방문 너머로 알고 있었다.

내가 조용히 내쉬는 숨이 때로 무겁게 느껴졌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는

내게 다가와 이야기했다.


“엄마는 늘 네가 행복하길 바래왔어.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래.


네가 음악을 해서 행복하다면,

엄마는 그거면 돼.

그거면 좋아."


그 후 난 늘 씨디 플레이어를 들고 다니고,

음악을 듣고 악보를 만들고,

노래를 하고 연주도 하면서

행복한 나날들을 보냈다.


첫 공연을 하던 날

신이 난 내 몸짓과는 달리

내 마음은

실타래가 엉켜있는 듯 꽤 복잡했다.


그래도 열심히 준비한 공연을

보여 준다는 생각에

기대 반 걱정 반으로

가족들이 있는 곳을 바라봤을 때,


내 눈에 들어온 장면은


환하게 웃으며 나를 보고 손짓하는

엄마, 아빠와

누나가 자기를 보았다는 사실에 잔뜩 신난,

유치원에 다니던 꼬마 내 동생이었다.


시간이 흘러 대학을 졸업하고

음악과 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새벽부터 또 새벽까지

하루가 무척 길던 나날들,

그리고 유난히 몸이 무겁던 그 날

엄마는 내게 말했다.


“베뜨야, 네가 어디에 서 있든

엄마는 너를 항상 믿어.

그러니까

너 자신을 믿고 걸어가보자.

엄마가 있다! 아자아자 화이팅!"



잊어버리고 싶지 않아서

방에 들어가 적어 두었던 엄마의 이야기는

십 년이 지난 지금도

어려울 때마다

내 마음 한켠에서 꺼내볼 수 있는

소중한 응원이 되었다.


어느 날 의학 드라마를 보다가

“엄마, 나도 어렸을 때는

의사가 되어서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살고,

그러고 싶었는데 말이야.


라고 하니 엄마는


“음악으로도 사람들에게 위안을 줄 수 있잖아~

우리 왜 힘들고 슬프고 할 때

음악 들으며 위로 받는 것처럼~


라고 이야기했다.


그 순간

음악을 통해서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내 머리 속을 제법 환하게 밝혀 왔다.


그렇게 나는 새로운 도전들을 시작했고, 지금은


음악 활동과 함께

대학원에 들어가서

시각장애 학생들을 위한 실용음악교육에 관하여

지속적인 연구 활동을 하는 동시에,

예술교육을 통해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생각해 보면

이러한 시작들은

어려운 환경에 있는 사람들을 돕기 위한 것이었는데

자꾸 자꾸 일을 하면 할수록

오히려

따뜻한 많은 일들을 통해서

내가 더 감사하고

내가 더 행복한 이유는 뭘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까

엄마가 언제나 나를 믿어 주었기 때문에

끊임없이 새로운 시작에 도전해 볼 수 있었고,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삶을 바라보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기 때문에

내가 오히려 더 행복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가끔 멈칫할 때도,

어떠한 시작이든, 과정이든

응원해 주는 엄마가 있었기 때문에

다시 한 번 힘내서

또각또각 걸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어느덧 나는 훌쩍, 서른 중반이 되었다.

어쩌면

시작보다는 정착이 더 어울릴 나이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계속 시작하고, 계속 도전할 것이다.

사람들이, 마음들이 더 따뜻해질 수 있도록.

그리고 때때로 어려운 일을 만나더라도

계속 걸어갈 것이다.


엄마는

늘 나의 작은 한 걸음마저도 응원해 주기 때문이다.






ㅣ이베뜨

일러스트ㅣ이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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