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편지

by 이베뜨

친구들은 나보고 ‘아날로그 인간’이라고 한다.


“너 그날 뭐해?”

하면 핸드폰을 보는 게 아니라


“잠깐만!”

하고 다이어리부터 꺼내기 때문이다.

또, 가끔 친구들이 내게

“너 이거 알아? 작업실에 두면 딱 일 것 같은데?”

라고 말할 때


“와, 이런 것도 있어? 세상 좋아졌네!”

하는 나를 보며

친구들은 역시 아날로그 인간이라며

기가 막힌다는 듯이 웃는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나도 내 자신을 ‘아날로그 인간’이라고

지칭하고 있다.

이것에 더 타당성을 부여하는 부분이 있다면,

난 손편지를 참 좋아한다.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편지를 받을 상대방을 생각하면서

꾹꾹 눌러쓰는 그 기분도 좋고,

내가 편지를 받고 열어볼 때의

설레는 그 마음도 참 좋다.


20대에 가족들과 멀리 떨어져 지내던 시절이 있었다.

곧 간다고 해도

계속 내 걱정을 하면서 일이 손에 안 잡힌다던,

결국은 공항에서 눈물을 보이던 엄마에게

씩씩하게 지내겠다고 걱정 말라고 말했지만,

사실 때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때도 있었다.



버스를 타고 가면 가족들을 볼 수 있는 상황과

비행기를 타야만 가족들을 만날 수 있다는 현실은

너무나 달랐다.



아픈데도 어디에 이야기할 곳 없이 혼자 끙끙 앓으며

내일의 일때문에 응급실은 가면 안 된다고

내가 나를 다독이던 그 방은 참 차가웠다.


그렇게 꾸역꾸역 이겨내던 어느

엄마의 전화 한 통은 나를 춤추게 했었다.

"베뜨야! 아빠가 너한테 편지 쓰시더라!"

"진짜??????? 언제 와 편지???????"


난 너무너무 신이 나서 집에 오는 길마다

계속 우편함을 확인하고, 확인하고, 또 확인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편지가 도착했다!

두근두근

괜히 설레는 마음에

-마치 연애편지 받는 기분이랄까-

얼른 열어 봤다.


세상에, 두 장이나 들어 있었다!

서둘러 펼쳐 본 편지 안의 내용은



베뜨야, 안녕?

여기 올 때, 미처 부치지 못한

고지서를 함께 동봉하여 보낸다.

내주길 부탁해! 그럼 잘 지내!

-아빠-


이 한 장의 편지와 고지서 한 장.

총 두 장의 편지.

멍하게 앉아 있던 내 입에서 튀어나오던 한 마디.


“엄마, 이게 엄마가 말했던 그 편지 맞지?”





ㅣ이베뜨

일러스트ㅣ이슬기


keyword
이전 01화지금 이 순간, Bonne anné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