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털찐 우리 강아지를 안고
흥얼흥얼 노래를 불러 주다 보니
문득 선반 위에 놓여 있는 사진들이 눈에 들어왔다.
어린 나를 안고 세상이 환해지듯 웃고 있는
엄마의 얼굴을 보니
나도 모르게 조용히 미소가 지어졌다.
그런데 그 순간
엄마의 얼굴에서 지금의 내 얼굴이 보였다.
뭐지???
그러고 보니 나는 어렸을 때부터
엄마를 쏙 빼어 닮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게다가 사진 속의 엄마와 지금의 나,
나이가 비슷해서일까.
내 사진이라고 해도 무방한 삼십대 엄마의 모습.
왠지 모르게 신기해서
엄마에게 얘기하려고 핸드폰을 들다가
문득
엄마의 서른일곱은 어땠을까.
소파에 앉아 똥개 배를 긁어 주며 가만히 생각해 본다.
나와 엄마의 서른일곱.
비슷하면서도 꽤 다른 모습이다.
아침에 부스스 일어나
강아지를 안고 뒹굴다가
냉장고 문을 열고 간단히 먹을 것을 찾아
두리번거리는 나와
새벽같이 일어나
할아버지, 할머니 아침 식사를 차려 드리고
내 긴 머리를 곱게 땋아 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던 엄마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후딱 집안일을 하고 자료들을 정리한 후
강아지와 함께 기분 좋은 음악을 들으며
일하러 가는 나와
달그락달그락 집안일을 하고
햇살이 비치는 창가 옆 조그만 책상 위에서
나에게 공부를 가르쳐 주며
늘 웃어주던 엄마
코로나로 인해 공연을 할 수 없어서
한가해져 버린 저녁 시간,
우리 똥개 데리고 산책을 하고 와서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켜는 나와
가족들에게 맛있는 저녁을 만들어 주고
아빠와 함께 깡충깡충 뛰는 내 손을 잡고
동네 산책을 하다 사온 수박을 잘라
내 입에 넣어 주던 엄마
스탠드 불빛 아래
논문을 쓰며, 밤샘 작업을 하며
무릎 위에서 졸고 있는 강아지 머리에 뽀뽀를 하는
고요한 새벽의 나와
침대 위에 누워 있는 내 옆에 앉아
한참을 이야기 나누다 내가 잠이 들면
그제서야 좋아하는 책들을
밤새 읽기 시작했던 엄마
생각해 보니까
지금 나의 서른일곱은
늘 나를 사랑해 주던
엄마의 서른일곱이 만들어 준 것.
그러니까 나도,
엄마의 서른일곱처럼
조금 더 나를 아껴 주고 쓰다듬어 주는,
그런 따뜻한 서른일곱이 되기를.
나에게 손을 내밀고 웃으며 부탁해 본다.
어느 날 아침,
문득 나를 찾아온
참 고마운
엄마의 서른일곱.
글ㅣ이베뜨
일러스트ㅣ이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