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이 거기까지야

by 이베뜨

어릴 적 엄마를 도와주겠다는 건지,

아니면 엄마 흉내가 내고 싶었던 건지


무리해서 까치발을 들어 설거지를 하다

그릇과 컵을 곧잘 깨뜨리고는 했었다.


쨍그랑!

그릇이 깨진 소리에 지레 겁을 먹어서

엄마를 바라보면


엄마는 항상

"다치지 않았어? 저리 비켜! 엄마가 할게!"


하고 바닥을 닦아 줬었다.

난 얼씬도 못하게 하고 말이다.


괜히 내가 자신 있게 나섰다가 일을 벌인 것 같아서

"엄마, 미안해......"

하고 풀죽어 말하면

엄마는 항상 아무렇지 않은 듯이

웃으며 이야기했었다.

"네가 미안할 게 뭐가 있어!

넌 엄마 도와주려고 한 거잖아. 그럼 됐어.

이 컵과의 인연이 여기까지인 거야."


그때는 마냥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에

멋쩍게 웃어넘겨 버리고는 했었다.



그럼 엄마

지금 내 그리움도,

내 마음 같지 않게 떠나간 인연도,



인연이 여기까지라고 생각하고

내 마음에서 보내 줘도 되는 걸까?





ㅣ이베뜨

일러스트ㅣ이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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