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보면
내가 어디로 가든
늘 만나던 것들이 있었다.
어느새 퇴근길에도 사라지지 않고
고개를 든 꽃봉오리 위로 나의 발걸음을 따라오며
내 등을 따스하게 어루만지던 봄 햇살
초록빛으로 물든 풍경 위로 쏟아지며
촉촉이 젖은 창문을 똑똑 두드리던,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던 여름의 빗소리
성급하게 입고 나간 카디건을 손에 들고
땀이 송골송골 맺혀 똥개와 함께 쉬고 있을 때마다
시원하게 내 볼을 스치고 지나가던 가을의 바람
고요한 밤, 숨죽인 가로등 불빛과 어우러져
조용히 흩날리는 모습을 바라보던 나의 얼굴 위에
포근하게 살포시 내려앉았던 겨울의 눈송이
그리고 생각해 보면
내가 어디로 가든
늘 내 곁에 함께해 주는 사랑들이 있었다.
가족, 친구들 그리고 씩씩한 우리 똥강아지.
나는 또다시 반가운 사계절을 마주할 것이고,
나의 나침반을 믿어 주는 사람들과
지금도 내 옆에 딱 붙어 있는 우리 똥개와 함께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 속을 걸어갈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올해도 따뜻할 것이다.
내가 어디에 있든
내가 어디로 가든.
글ㅣ이베뜨
일러스트ㅣ이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