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디로 가든

by 이베뜨

생각해 보면

내가 어디로 가든

늘 만나던 것들이 있었다.


어느새 퇴근길에도 사라지지 않고

고개를 든 꽃봉오리 위로 나의 발걸음을 따라오며

내 등을 따스하게 어루만지던 봄 햇살


초록빛으로 물든 풍경 위로 쏟아지며

촉촉이 젖은 창문을 똑똑 두드리던,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던 여름의 빗소리


성급하게 입고 나간 카디건을 손에 들고

땀이 송골송골 맺혀 똥개와 함께 쉬고 있을 때마다

시원하게 내 볼을 스치고 지나가던 가을의 바람


고요한 밤, 숨죽인 가로등 불빛과 어우러져

조용히 흩날리는 모습을 바라보던 나의 얼굴 위에

포근하게 살포시 내려앉았던 겨울의 눈송이


그리고 생각해 보면

내가 어디로 가든

늘 내 곁에 함께해 주는 사랑들이 있었다.

가족, 친구들 그리고 씩씩한 우리 똥강아지.


나는 또다시 반가운 사계절을 마주할 것이고,

나의 나침반을 믿어 주는 사람들과

지금도 내 옆에 딱 붙어 있는 우리 똥개와 함께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 속을 걸어갈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올해도 따뜻할 것이다.

내가 어디에 있든

내가 어디로 가든.


#24. 내가 어디로 가든.PNG



ㅣ이베뜨

일러스트ㅣ이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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