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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글루 Apr 16. 2023

노래지다

세월호 9주기



"어떤 노래 들으세요?"



 아침의 샤워, 출근길, 일하는 도중, 점심 식사  한참 졸릴 , 퇴근하고 집에 가는 , 집에서 글을 쓰는 순간. 나는  음악을 틀어 둔다. 어떨 때에는 내가  듣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버릇처럼 그렇게 노래를 듣는다. 어릴 적에는 좋은 노래를 찾아 듣기 위해 애를 썼지만, 이제는 알고리즘이 발달해 AI  고생을 대신한다.


 보통 여러 곡을 잔뜩 골라 두고, 랜덤재생으로 돌려놓는다. 하지만 아무리 랜덤으로 곡을 듣는다 해도  곡은 인간이 택해야 하는 . 아침 출근  곡으로 자주 선택하는 다섯 곡은 Agnes Obel ‘The Curse’, 김창완의 ‘시간’, 기생충 영화 음악 ‘피와 ’, 이민휘의 ‘빌린 ’, 시옷과 바람의 ‘새벽이 오면’.


 출근하기 싫은 아침에는 특히, 끔찍한 노래를 주로 듣는다. 찢어지는 현의 불안한 멜로디를 들으며, 지하철 안에 빽빽하게 서있는 죽음의 사자들 사이에서, 바글바글 끓는 지옥의 쇳소리를 뚫고 용케 살아남아 사무실에 도착한다. 나는 일부러 불안한 노래를 듣는다.






 아그네스 오벨의 'Parliament Of Owls'를 들으면, 탁상공론하는 양복쟁이들과 침몰하는 사람들 생각이 난다. 침 튀기며 열변을 토하는 어른들 아래로 힘없는 이들이 물 안으로 가라앉는다. 맞다. 그 얘기하려는 거.


 어느 날, 나는 목욕탕에서 뉴스 하나를 마주한다. 물에 잠긴 배와 “전원 구조”라는 자막을 본다. “어휴, 다행이다.”하며, 바지를 입었다. 그날이었다. 4월 16일. 세월호. 오늘은 세월호 9주기다.

 안산에서 살면서 초, 중, 고, 대학교까지 다닌 나는, 그들보다 먼저 태어났다는 것만으로 그날을 비껴갔다. 그 사실이 꽤 오래 나를 괴롭혔다. 고등학교를 같이 다녔던 친구들과 추모식에 갔던 날이 기억난다. 수많은 액자 속, 500개가 넘는 눈동자에 둘러 쌓여 얼마간은 뱃속에 멀미가 일었다. 어디에 눈을 둬야 할지 몰라 죄인처럼 고개 숙이고 눈물만 흘렸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서야 그 액자 속의 눈을 하나씩 쳐다볼 수 있었다. 그네들의 눈을 보며 마음속으로 미안합니다, 하고 사과를 했다. 사과를 한다고 죽은 사람이 돌아오지는 않는다. 내가 사과하는 것은 어쩌면 아무 의미가 없을 수 있다. 그래도 나는 계속해서 고개를 숙여 사과를 해야만 했다.


 진실은 아직도 물 안에 잠겨 있고, 오늘도 나는 불안한 노래를 듣는다. 차가운 바다 안에 가라앉은 숨들을 떠올리면 폐가 철렁거리는 소리를 낸다. 나처럼 그저 평범하게 살고 있었을 사람들의 억울한 죽음. 당신들의 죽음과 이 불안한 멜로디에 비하면 내 출근 따위는, 내 고민 따위는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그래도 나는 살아 있으니까,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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