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고함의 보물 3가지] 첫째, 적절한 침묵

침묵이 모두를 살린다

by 나우디

툭 던진 말이 생사를 흔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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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읽기 전 10초만 주목해 주세요.

이 책은 저의 생각과 여러분의 기억을 더해 만들어집니다.


글 속에는 몇 가지 질문이 들어 있어요. 글 속에 숨겨진 질문을 찾아보시고 답을 하다 보면 분명 여러분만의 보물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철원에서의 시작

2013년 5월. 강원도 철원에서 마음의 피격을 맞았다.


입대 1개월도 안되어 많은 사람들로부터 폐급 병사로 낙인이 찍혔다. 그곳은 아직 차가운 겨울이었다.


훈련소 생활을 마치고 나의 주 거주지로 가게 되었다.


가방에 나의 짐을 한가득 담고 냉큼 차를 타란다. 명령에 복종하며 높은 언덕길을 올라가던 내 모습이 생생하다. 대체 나를 어디에 보내려는지 흡사 장기를 팔리러 가면 이런 느낌일지 싶었다.


1시간은 갔을까? 차문이 열리고 처음 보는 광경에 나는 입을 다물수가 없었다.


앞에는 북한군과의 경계선을 마주한 긴 철책이. 길가에는 옷을 두껍게 껴입은 선배님들이. 표정은 어찌나 살벌하던지 방탄모 아래 그들의 눈빛에 기가 퍽 죽었다. 살벌함과 공포감을 동시에 마주한 채 그곳에서의 근무가 시작되었다.


최전방의 현실

최전방에서의 경계 태세는 삼엄했다. 언제 선을 넘을지 모르는 북한군을 집중하며 관찰해야 했다. 단순히 장난과 쇼맨십이 아니었다. 후방 부대들은 실탄을 쓰지 않지만 내가 있는 곳은 진짜 총과 실탄을 들고 새벽마다 보초를 섰다. 긴장의 서막이었다.


당시 졸병인 나는 중사 간부님과 새벽 순찰을 했다. 간부님의 첫인상은 호쾌했으며, 내가 긴장하지 않도록 풀어주는 질문덕에 호흡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몇 주간 간부님의 친절 덕분에 나는 이런저런 사담도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운명을 바꾼 말 한마디


거기서부터 문제였다.


우리는 운동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내가 순찰 중 간부님께 이런 말을 건넸다.

'중사님, 옷테가 좋으신 데 옷 벗으시면
몸이 왠지 울그락불그락 난리도 아닐 것 같습니다!'


간부의 표정이 굳어졌다.


마치 영하 50도에서 물을 부으면 삽시간에 얼어붙는 것처럼 말이다. 굳어진 표정을 지닌 얼굴로 나와 내 삐뚤어진 방탄모를 쳐다봤다. 아찔함을 직감했다.


간부님은 내게 말했다.


'다시 말해봐.'


처음엔 뭐가 잘못됐나 싶었다. 내가 생각한 대화의 온도는 따뜻했기에 선을 넘지 않은 말이라 생각했지만, 그는 달랐다.


나는 연신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반복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졸개 나부랭이의 처절한 부르짖음이었다.


그 말 한마디로 폐급이 되었다. 진짜 딱 '말 한마디'로 말이다.


폐급 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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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대에 폐급 졸병이 들어왔다는 소문은 생활관으로 빠르게 확산되기 시작했다. 나와 같은 공간에서 잠을 자는 이들의 눈빛은 점점 변해갔다. 마치 겸상조차 하지 못한다는 경멸의 눈빛임이 분명했다. 불과 새로 전입 올 때와는 너무 딴판이었다.


상황에 대한 나의 해명과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자. 두 귀는 날로 뾰족해졌다.

그리고, 우연히 복도를 지나다가 간부님과 다른 병사와의 대화를 엿듣게 되었다.

'나랑 같이 보초 섰던 신병 있잖아, 걔 진짜 폐급이여, 무슨 내가 받아주니까 기어오르려고 해. 나한테 희롱하고 난리도 아니야. 조심해라 니들도. 가까이하지 마.'


충격이었다. 내 얼굴엔 눈물이 흘렀다. 사실과는 무관한 말이었으며,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말이었다. 그런 의도로 이야기한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눈물도 마를세라 위험하겠다 싶어 간부님을 찾아갔지만, 뭔 더할 말이 있냐며 말을 잘랐다. 또한, 해명을 하기 위해 여러 병사에게 말을 꺼냈지만, 1초 만에 돌아오는 건 '가서 오늘 저녁 메뉴나 알아오라는 거'였다.


그 이후 선임들은 담뱃불로 나의 바지를 지졌다. 깡말랐던 나의 군복 바지를 빼앗으려는 선임도 나타났다. 샤워하다가 물 한 방울이라도 튀기면 등짝을 맞기 일쑤였다.


그렇게 나는 누구의 앞에 설 수도 없는 벌거숭이가 되어가고 있었다.


잠을 잘 수 없었다.


모두와 함께 자는 곳에서 눈물 흘릴 수 없었다. 조용히 화장실 변기 뚜껑을 올리며 힘들게 앉았다. 그러곤 몇십 분간 흐느끼며 울었다. 가슴이 미어졌고 아침에 눈뜨는 게 무서웠다. 어떠한 악몽이 펼쳐질지 두려웠다. 간부님은 대놓고 내 말을 무시했으며, 선임들도 하나 둘 나의 침구류와 물건을 어지럽히기 시작했다.


지극히도 살고 싶었다. 그저 어울리고 싶었다. 대학에 입학하기까지 모범적으로 살아온 내게 왜 이런 시련이 오는 걸까.


그런 반응을 겪을 때마다 속으로 울분을 토했다.

'절대 그런 의도로 이야기한 게 아니란 말입니다!!'


소리 없는 외침과 함께 나의 좌절은 몇 주째 지속되었다.


3주쯤 되었을까. 요동치는 마음이 결국 일을 냈다. 나는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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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탄을 잃어버렸다. 그것도 야밤에.


혼란스러운 내 마음과 불안한 상태가 행동으로 나타났다. 순찰 시 암구호를 외치기 위해 총을 겨누는 시늉만 하면 되는데 총알집을 빼고 말았다. 그 과정에서 격발 되지 않은 총알이 빠져나가며 탄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목숨이 오갈 수 있는 최전방에서의 실탄은 곧 북한군의 무기가 될 수도 있다. 만일 실탄이 철책을 넘어갔다면 나는 곧바로 감옥에 가는 상황이었다.


속으로 빌었다.


'부디, 제발 살려주세요'


총알을 찾기 위한 수색은 30분째 계속되었다. 겁에 질린 나는 주변의 표정과 상황을 살필 수 없었다. 패닉이었다.


좀 더 시간이 지났을까? 같이 실탄을 찾던 다른 병사의 소리가 저 멀리서 들려왔다.


'간부님! 이쪽 보시지 말입니다. 여기! 여기 있습니다!'


실탄이 있었다.


허겁지겁 달려가 위치를 확인했다. 기가 막히게도 철책이 넘어가기 바로 전 코앞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 상황을 보자마자 눈물이 흘렀다. 쪽팔림이고 뭐고 상관없이 서글피도 흘러내렸다.


다행히 감옥은 면했다.


하지만, 몇 분 지나지 않아 검은 그림자가 나를 휘감았다. 엎친데 덮친 격이랄까. 생활관에 돌아가면 어떤 고통과 시련이 다가올지 그것이 더 두려웠다. 이후 나는 모두의 뜨거운 눈초리와 함께 생활관으로 복귀했다.


최전방 생활의 끝자락

이후 나의 삶은 어떻게 변화되었을까?


이제는 밥도 같이 먹을 수 없었다.


빵 한 조각을 받으면, 봉지 뜯는 소리도 들리지 않게 조용히 똥냄새를 맡아가며 변기에 앉아 혼자 먹었다. 누가 옆 칸에 들어오면 숨을 죽였다. 그렇게 나의 영혼은 점점 죽어갔다.


1시간 동안 화장실 변기에서 빵 한 조각을 먹던 나의 최전방생활은

어두컴컴한 절망만으로 가득한 채 끝이 났다.


최전방에서의 2개월이 지난 후 나는 어떻게 살았을까?


말 한마디의 무게

말 한마디가 기대했던 나의 삶을 송두리째 뺏어갔다.


지금도 글을 쓰며 그 당시를 복기하는 것이 마냥 쉽지는 않다. 혹자는 '나의 말이 심했다고' 생각할 수도, '저건 말을 조심해야 하는 게 아니라 그 간부의 태도 자체가 이상한 것'이라고 말할지 모른다. 맞을 수도, 아니 틀릴 수도 있다. 어찌나 저쩌나 그 간부의 해석은 부정적인 시선이었고 나의 말이 그 사람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준 건 자명하다.


나는 귀한 것을 얻었다.


말 한마디의 무게와 침묵의 중요성을.

질문 (1)
여러분의 인생 중 말 한마디가 중요한 상황은 언제였나요? 그 경험은 어땠나요?



침묵의 중요성

간단한 당뇨 예방 음식 및 기본 식단 관리 (2023) (8).png 침묵할 줄 아는 사람

전역을 하고 사회로 나왔다.


나와보니 어색하거나 불편한 사람들과의 대화 자리가 잦았다. 나는 이런 불편함이 싫어 억지로 분위기를 올리려 애썼다. 다만, 들뜬 분위기로 전환되었으나 그 분위기에 휩쓸려 생각을 잃어가는 나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럴 때면, 여지없이 군시절 장면이 떠오름과 동시에 말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애써 경계는 했지만 참는 건 쉽지 않았다. 곧 TMI를 내뱉거나 대화 주제와는 맥락상 맞지 않는 말들을 건넸다. 들뜨니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 많았다. 생각을 거치지 않고 말하기 시작했고, 브레이크는 없었다.


그 이후 어떻게 되었을까?


주변 사람들은 하나 둘 나와의 대화를 기피하기 시작했다.


나는 더 이상 이렇게 살 순 없었기에 끊임없이 훈련하기 시작했다.


적절한 침묵을.


침묵이 답답하다고 생각하는가?


절대 아니다.


그만큼 상대방을 향한 예의와 관심을 드러내는 의지의 표명이자 행동이다.


말 한마디의 파급력을 아는 이들이라면 쉽게 말할 수 없다. 물론, 친한 사이에서는 허용 범위를 알고 있기에 침묵이 답답함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사회관계에서는 아니다.


그렇기에 대화에서는 말조심으로 가장한 적절한 침묵이 그렇게나 중요하다.

질문 (2)
말을 아꼈을 때 내게 찾아온 행복과 평안은 어떠한 것들이었나요?

적절한 침묵은 조언가가 되어준다

간단한 당뇨 예방 음식 및 기본 식단 관리 (2023) (9).png 맞장구와 침묵의 콜라보

나는 간호조무사인 엄마와 이야기를 자주 나눈다.


최근 병원 선생님 일로 골머리 썩고 있는 엄마와 긴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우리는 대화를 하며 40분 동안 앉아있었지만, 나는 거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적절한 끄덕임과 듣기만 반복했다. 내 안에 해석된 경험들로 충고나 조언을 건넬 수 있는 상황이 수차례 있었지만 침묵했다.


대화가 끝날 무렵 엄마가 내게 말했다.


'아들~ 조언해 줘서 고마워. 아들 덕분에 뭔가 해결된 느낌이야.
한결 가벼워졌어'


웬걸? 무슨 말인가 싶었다. 사실 나는 아무 조언도 하지 않았다.


내가 한 말이라고는 '진짜 힘들었겠네요’, ’아으 증말 안타깝네요’와 같은 대답과 침묵뿐이었다.

끄덕임과 맞장구를 친 것 밖에 없는데, 조언을 받았다고 했다.


이 경험이 말해주는 사실은 무엇인가?


엄마는 그저 자신의 상황과 이야기를 잘 들어줄 사람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생각을 토설하도록 도와주는 반응과 대화만으로도 그 사람을 살릴 수 있다. 그 사람을 전진시킨다.


적절한 침묵은 상대방이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이자, 가장 강력한 대화 수단이다. 대화는 주고받는 행위다. 그러나 그 주고받는 것이 반드시 말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상대의 콘텍스트에 기반한 침묵과 반응이 상대를 살린다.


대화의 거창한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떠오르는 나의 조언, 판단, 경험에 근거한 덧붙임만 조심하며 맞장구와 함께 침묵해 보라. 상대는 하지도 않던 이야기들을 마구 쏟아낼 것이다. 이전에는 말하지 않았던 내용들도 쏟아내며 당신을 보며 느낄 것이다.


당신이 나의 훌륭한 파트너라는 사실을.

질문 (3)
적절한 침묵과 질문으로 다시 대화할 수 있다면, 제일 먼저 누가 떠오르시나요?

질문 (4)
떠오른 대상과 다시 이야기 나눌 수 있다면 어떻게 대화를 진행하고 싶으신가요?

침묵은 나의 에너지를 아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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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끝이 아니다.


침묵은 나의 에너지를 아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대화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상대방과의 대화에서 내 이야기와 맞장구를 동시에 하려면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다. 그런데 에너지 레벨이 점점 떨어질수록 분별력을 상실한다. 상실된 분별력은 태도와 표정으로 드러난다.


앞의 이야기를 백번 잘 들어주며 이야기를 전달해도 변화된 우리의 표정이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 때가 있다.


침묵은 이러한 에너지를 아낄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필요한 말과 불필요한 말을 분별하게 되고, 감정과 에너지를 소모하는 빈도 수가 줄어든다.

비축된 에너지는 진짜 그 사람이 도움을 필요로 할 때 발현되기도 한다.


한편, 적절한 침묵은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사람과의 관계에 도움이 된다.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일수록 투박해지기 쉽다. 막대하기 쉽다. 하지만, 적절한 침묵을 동반한 안온한 대화는 다시 거리를 좁혀주기도 한다.


마치 '폭싹 속았수다' 드라마의 대사처럼 말이다.


다른 사람을 대할 땐 연애편지 쓰듯 했다. 한 자 한 자 배려하고 공들였다.
남은 한 번만 잘해 줘도 세상에 없는 은인이 된다.
그런데 백만 번 고마운 은인에겐 낙서장 대하듯 했다.
말도 마음도 고르지 않고 튀어나왔다.

이처럼, 말도 마음도 고르지 않을 때, 나의 에너지를 아끼고 침묵하는 것도 배려와 공들임이 될 수 있다.


적절한 침묵으로 달라진 삶

침묵을 지키니,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침묵 사이에 적절한 질문을 섞으니 2-3시간의 대화는 훌쩍이었다. 유년시절 나와 그렇게 치고받고 싸우던 동생은 등을 돌려 대화를 신청한다.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대화에 푹 빠진다. 과거에는 형의 비난 밖에 하지 않았던 동생이 타인에게 형과의 대화를 자랑한다.


이것만큼 뿌듯한 것이 없다. 가장 가깝고 인정받지 못할 줄 알았던 사람들로부터의 인정은 나의 메마름을 해결하고 가족을 더 소중히 여기도록 되새기기 만든다.

질문 (5)
인생을 살아가면서 말과 연관된 여러분만의 보물은 무엇인가요?

첫 번째 보물

어두운 밤이 지나고 동이 트기 시작하자 첫 번째 보물을 손에 쥘 수 있었다.


그 보물을 상자에 담는다.


채움일 줄 알았던 보물은 오히려 내려놓음이었다.


비우니 채워졌다.


첫 번째 보물 요약


1. 말 한마디의 무게를 기억하자


2. 침묵은 상대방을 향한 예의와 관심을 드러내는 의지의 표명이자 행동이다


3. 적절한 침묵은 강력한 대화 수단이자 나의 에너지를 지켜준다


4. 침묵하라, 그러면 당신을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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