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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서엄마 Dec 06. 2021

재직중엔 한푼도 안주더니 그만두니 성과급이 나왔다

나에게 상처를 준 공무원에게

재직중엔 한푼도 안주더니 그만두니 성과급이 나왔다.     

 

정말 황당한 공무원 성과급 시스템에 대해 얘기해볼까 한다.      


열심히 일해 성과를 내는 사람이 더 많은 보상을 받는다는건 정말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말이 좋지. 공정하면 무슨 문제겠냐만 인사권자의 입김이 반영되기 쉬운 구조니 문제.      


애초에 성과상여금제도 출범 자체가 공무원들이 압도적으로 반대에도 도입된 제도다. 공무원들의 업무가 실적평가에 부적합하고, 평가 기준이 모호하고, 내부의 불신과 위화감을 조장할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였다.

      

여전히 공무원 성과상여금은 업무성과나 업무능력이 높은 사람이 받는다기 보다는 연공서열, 평가자와의 친분 등과 같이 비합리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고 인식되고 있다.      


ⓒpixabay


실제로 기관 내 최상위 인사권자인 기관장은 인사팀에서 매겨온 국부장 성과상여금 등급을 일일이 본인 생각대로 조정해서 변경하였다. 인사팀은 서류 위에 연필로 표시된 기관장의 의견을 100% 반영하였고, 기관장의 생각에 반기를 들 의지도 없었다. 최종 인사권자의 당연한 권리라고 하기에는 누가 봐도 공정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기관장과 직접 접점이 있는 국부장급의 등급은 그렇게 조정이 됐고, 일반 직원들 중에도 일부의 등급은 기관장이 직접 챙겼다. 본인이 맘에 들지 않아 비서실에서 내보낸 직원은 일부러 평가결과를 직접 가져오게 해 손수 등급을 낮췄다. 그 직원이 타과에서 열심히 일해 그곳에서 받은 평가는 무용지물이었다.       


굳이 타인의 사례를 들 것도 없지. 나 역시 이유 없이 성과급 없음 등급을 받아야 했으니. 이유가 없는건 아닌가? 비정규직이라 기관장이 내보내고 싶어 하는 직원이었으니. 등급이 나오기 전부터 어떻게든 손을 쓰지 않을까 예상했던 바였는데, 역시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비서실은 원래 성과를 내는 부서가 아닌지라 성과급 등급이 없이 평균등급을 받는 부서인데, 갑자기 성과급 지급기준을 바꾸고 비서들도 등급을 부여하더니 입안에 혀처럼 군 비서실장에겐 최고등급을, 신성한 정규직들 사이에 껴있는 비정규직 별정직 직원인 나에게는 성과급이 한 푼도 지급되지 않는 최하등급을 부여했다. 내가 업무상 실책이 있었다거나 불성실함을 보였다면 애초에 부당함을 느끼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 정도면 기관 내에서는 거의 전지전능한 능력을 부여받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의 평가자에게 강제로 근무평가 최하점을 줄 것을 지시한데 이어 성과급도 한 푼도 안주는데 이래도 안나가? 라는 무언의 압박. 그곳은 권력만 있으면 남이 흘린 땀방울의 가치에 손을 대는 행위도 거림낌없이 자행되는 곳이었다. 

      

이래도 공정한가요?      

열심히 일한 공무원의 성취감과 경쟁력을 높이는데 효과적인 제도인가요?            

   



공무원 성과상여금제도 


성과상여금은 1년간 업무평가를 통해 성과가 우수한 공무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 열심히 일한 공직자에게 그만한 보상을 함으로써 공직사회의 경쟁력과 생산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2001년부터 도입됐다.    

  

그러나 현실적인 공무원들의 의견은 부서별로 다른 업무성격에 대한 일률적 평가, 평가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 등급 분포와 지급 결과가 비공개되는 점 때문에 성과상여금에 대한 불신과 위화감이 큰게 사실이다. 모든 공무원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도 전환을 요구하며 성과상여금 반납, 거부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늘 성과상여금 시즌이 되면 말이 많다. 우리 기관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직원들의 불만을 덮을 최소한의 조치로 직급별 최대금액의 성과급을 받아가는 S등급의 명단을 공개하기로 했는데, 4월 성과상여금이 지급되고 7월 내가 퇴사할때까지 결국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다. 사내게시판에는 왜 공개를 하지 않느냐는 불만이 주기적으로 올라왔지만 결국 담당자는 끝까지 입을 닫았다.  


정말 히트인건 그렇게 괴롭힘 끝에 짤리고 나니 그 다음해에는 B등급을 줘서 성과급을 챙겨주더라. 직전해 근무실적이 있으면 퇴사자에게도 성과급이 지급되나보다. 물론 그 사이 대가리도 바뀌었다. 그 아저씨(이젠 쌍방이 피차 퇴사한 마당에 전 기관장이라고 부를 의무는 없으니)는 영전 못하고 집으로 갔고 새로온 기관장 하에서 B등급이 부여돼 올해는 퇴사한 마당에 성과급을 받았다는 황당한 이야기. 


성취감? 반가움? 그런거 1도 없는 받고도 기분 나쁜 돈.      


이래도 공정한가요?      

열심히 일한 공무원의 성취감과 경쟁력을 높이는데 효과적인 제도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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