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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서엄마 Oct 28. 2022

돌아보니 참 고마운 퇴사

만약 퇴사를 하지 않았다면 

이유가 어찌됐든 퇴사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퇴사를 하고 싶은 이유는 백만가지가 넘지만, 실행하는 것은 또 별개의 문제다. 


나 역시 아무리 직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압박을 느꼈어도 그것만으로 퇴사까지 감행하진 못했을 것이다. 가장 큰 것은 우리에게 직장이라는 것은 생존과도 직결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몹쓸 직장내 분위기에다가 코로나상황에 육아문제까지 여러가지 사정이 겹치며 퇴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 여러가지 사정 중 무엇 하나라도 더해지지 않았다면 어떻게든 계속 버티었을 것 같다. 


그랬다면 나는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가장 큰 것은 매달 주어지는 경제적인 보상에서 오는 여유가 있었겠지. 정확히 표현하자면 공무원 박봉이 생활에 여유를 주는 정도까진 아니었지만 최소한 그동안의 경제력이 유지는 되었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박봉의 공무원이었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는 아쉬움이 덜하다. 바꿔말하면 요즘 시대 공무원 월급은 오히려 퇴사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나이쯤 되니 연봉이 괜찮은 친구들과의 격차는 점저 더 벌어지고..마지막까지 통장에 찍힌 6급 10호봉의 월급은 아르바이트 몇 개로도 커버 가능한 금액이었으니. 그래도 작은 금액이어도 소중한 땀의 결실이고 가정경제에 기여한 부분은 명백하니 퇴사해서 아쉬운 부분임은 확실하다. 


경제적인 부분 외에도 퇴사하지 않았다면 나를 소개하기가 더 편했을 것이다. 남들 보기에 번듯한 공무원이란 직업. 그래봐야 이 나이에 나를 소개할 일은 아이 친구 엄마모임 정도지만, 어딜가나 당당하게 명함을 내밀 수 있는 직업은 생각보다 사회생활을 편리하게 해 준다. 이게 뭐라고, 생각해보면 이 부분이 죽도록 힘들어도 직장에서 끝까지 버티게 한 힘이 되어주었다. 


퇴사하고 아쉬운 점은 이정도인것 같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퇴사하지 않았다면 단점이 훨씬 더 많았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일단은 상명하복의 분위기 속에 부당한 일이 숨쉬듯 발생하는 그곳에서 다람쥐 챗바퀴도는 생활을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프리랜서로 일하며 육아를 하는 지금의 삶도 다람쥐 쳇바퀴인건 매한가지지만, 나의 에너지를 몹쓸 직장상사가 아닌 아이에게 쏟을 수 있다는 것은 삶에 있어 상당한 발전을 이룩한 기분이다.  


내가 일하던 그곳은 그 옛날 계급사회를 보고있는 듯 했다. 윗사람이 곧 신이기에 그사람에게 잘보이기 위해 아랫사람은 하인이 되고 또 그 하인의 아랫사람은 소모품이 되어야 하는 곳. 불합리한 것을 알면서도 따를 수밖에 없는 그곳. 그곳에서는 늘 서로가 서로를 갉아먹는 불편함이 공기를 빽빽히 채우고 있었다. 서로가 피해자이자 가해자였다. 


이런 분위기 속에 하루하루 소모되어가며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경제적 욕구를 채운다. 퇴사를 하지 않았다면 지금도 윗사람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한낱 부속품 취급을 받으며 버티는 삶을 살아갔을 것이다. 


그곳을 벗어나니 더 많은 일을 하며 넓은 시야를 얻게 되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 잘하는 부분에 집중하면서 우려와는 달리 입에 풀칠은 하며 살아간다. 물론 조직을 벗어나니 안정성은 사라지고 없지만. 특히나 나는 '안정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보수적인 사람이지만, 꼭 안정적이지 않아도 삶은 살아진다는 것을 새삼 체득하고 있다.  


요즘은 SNS를 운영하느라 참 즐겁다.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투자할 만큼. 누군 유튜브 수익이 얼마라더라, 블로그 수익이 얼마라더라 하는 일이 남의 일이 아니었다. 20대때부터 블로그를 꾸준이 해왔지만 퇴사하고 본격적으로 운영하며 나도 블로그 수익이라는 것이 생겼다. 물론 큰 돈은 아니다ㅎ 그렇지만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만큼 결과로 돌아온다는 세상의 진리를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요즘은 콘텐츠 큐레이션 서비스인 카카오뷰 채널을 열심히 운영하고 있다. 열심히 운영한 만큼 반응이 오는 것을 확인하는게 재미있다. 


평생을 콘텐츠를 다루는 일에 종사하며 밥벌이를 해왔는데, 일이 아니라 취미인듯 콘텐츠를 만들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있다. 나는 왜 퇴사하면, 안정적인 월급이 들어오는 밥벌이가 없으면 큰일날 줄 알았던걸까. 인생은 새로움으로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퇴사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이다. 


내발로 당당하게 박차게 나온게 아닌, 등떠밀리듯 떠밀려온 퇴사였지만 돌아보니 참 고마운 퇴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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