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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앎 Feb 19. 2024

마흔이 넘어 내 몸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나를 데리고 사는 방법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을 시작하면서 난생처음 육체노동으로 몸을 쓰기 시작했다.



하루 6시간에서 많게는 9시간을 서서 근무하는 동안 한가한 시간에 잠시 짬 내서 앉는 것을 제외하곤 근무 시간 내내 서서 시간을 보냈다.



한 번도 쉬지 않고 이렇게 긴 시간을 서 있어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아무것도 모른 채 당차게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처음 내 몸의 한계를 깨달았다.



함께 일하는 20대 젊은 친구들은 몸의 한계를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 하루 이틀밤을 자고 일어나면 먼지가 털리듯이 피로가 툭 털리는 그들이 마냥 부럽기만 했다.



근육이 갈수록 빠지는 것을 느낀다. 

좌골신경이나 허리 디스크를 지탱해 줄 여력이 없는 몸은 근무시간마다 의지와는 다르게 비틀리거나 주저앉았다. 누가 등을 떠밀어서 하는 일도 아니고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었기에 매일 진통제를 먹어가며 일을 했다. 



나이 지긋한 사장님은 이런 내 고통을 알아보고 있었는지 조심스럽게 나를 불러 어렵게 이야기를 꺼내셨다.



"이 일을 오래 하기 위해서는 노동 강도가 맞는 곳에서 일을 하는 것이 어떻겠어요?"



'잘린 것인가?'라는 생각이 찰나에 들었지만 먼저 말을 꺼내주셔서 내심 고마웠다. 매일 진통제를 입으로 털어 넣으며 고민하던 문제를 먼저 알아보고 말씀을 해 주셨으니 민망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감정이 복잡했다.






카페 업무는 40여 년을 편리하게 마구 다루던 몸을 애지중지 아끼고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얼마큼 오래 앉아 있어야 하고 서 있어야 하는지.

하루에 몇 보를 걷는 것이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고 운동 효과가 있는지.

달리기는 이제 힘든 운동이 되어 버린 것인지.



허리와 다리에서 시작된 탐색은 전신으로 천천히 옮겨 갔다.



약한 소화기관을 돌보기 위해서 요거트와 과일, 채소, 견과류는 챙겨서 먹어야 하는 꽤 중요한 영양식이 되었다.

툭하면 스트레스로 막히는 장을 위해서 식이섬유를 매일 챙겨 먹는 것도 중요한 일이 되었다.



어느 정도 오래 앉아 있었다면 중간에 서서 움직이고 허리를 구부리지 않고 반듯하게 고쳐 앉으려 신경을 쓴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허리 한번 쭉 펴보시는 게 어떨까요.ㅎㅎ)



정신적으로는 어떤 환경이 불안과 스트레스를 만들고 어떤 유형의 사람이 특히 힘들고 멀리 해야 하는지도 이제 잘 알고 있다.



어쩌면 이제야 나를 잘 챙기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제법 나만의 방법으로 나를 잘 데리고 살아가는 방법을 깨달아 가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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