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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앎 Mar 21. 2024

당신은 건강하신가요?

약의 부작용인지 최근에 잠에서 깨어나도 선명하게 기억되는 악몽이 잦아졌다. 주치의 선생님은 이런 불편함을 적극적으로 들어주셨고 조금 더 맞는 약으로 처방해 주신다.


2022년, 나의 불안장애를 알게 되었다. 정확하게는 진단을 받았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신경정신건강의학과를 처음 찾아간 것도 이때였다. 그런데 생각보다 적응할 수 있는 의원을 찾는 것이 어려웠다. 매번 느끼는 점은 내과나 다를 바 없이 빠르고 기계적으로 약을 처방하는 시스템에 건강하게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대여섯 명의 의사를 만나고 나서야 나에게 맞는 주치의 선생님을 찾게 되었고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좋아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사실 이번 학기에는 강의를 계획하고 있었다. 아니 이미 외래교수로 확정이 되었고 강의시간과 강의실까지 정해진 상태였다. 그런데 개강 일주일을 남기고 불안장애가 다시 존재를 드러냈다. 누구에게도 나의 고통으로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강의를 포기해야 했다. (물론 나의 건강이 우선이었다.)      


건강이 나아지기 위해서는 필요한 경우 약물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경험한 걸로 보면 이 질환은 정신상태의 조절로는 한계가 있다. 명상을 하고 운동을 해도 자신이 제어하고 조절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한계가 있다. 이건 노력으로 해결하는 문제와는 다르다. 오래 지속된 불안장애는 뇌의 기능을 현저히 변화시켰고 이전과는 다르게 작용하는 신경전달물질이나 호르몬의 변화를 약물의 도움으로 정상적으로 되돌려야 하는 필요가 있다. 이것을 인지하고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병원으로 향한다.


생각보다 불안장애나 우울로 인한 증상을 가지고 있어도 병원에 찾지 않는 사람이 종종 눈에 띈다. 본인은 치료의 필요를 느끼지 않는 것이다. 나는 그들을 보면서 안타까워도 강요할 수 없다. 스스로 필요해야 발길을 옮기는 곳이 신경정신건강 진료소이니까... 심한 편두통이나 수면에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역시 마찬가지다.(물론 예외도 있다.) 


편두통으로 자율신경검사를 받아본 결과 부교감신경의 기능은 현저히 낮아지고 교감신경의 활성이 눈에 띄게 높아진 상태라는 것을 확인한 사람으로서 편두통에도 신경정신과 관련된 검사를 해보길 가끔 추천한다. 그런데 마치 자신을 정신병자로 취급하는 듯 불쾌한 반응을 보이기도 하는데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정신건강을 몸의 건강보다 부정적인 방향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내가 불편한 것이 관심분야가 되는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아침에 일어나면 종종 관련된 논문과 서적을 찾아본다. 오늘 아침에 읽은 논문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요약해보려고 한다.      


인지적 정서조절전략에 따라 9가지의 하위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반추(rumination)는 사건과 관련된 감정과 사고를 떠올리는 것
파국화(catastrophizing)는 상황의 부정적인 부분을 강조하여 기억하는 것
자기 비난(self-blame)은 경험한 것에 대해 자신을 탓하는 것
타인비난(blaming others)은 일어난 사건에 대해 다른 사람이나 상황을 탓하는 것
수용(acceptance)은 경험한 것을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것
긍정적 재평가(positive reappraisal)는 상황에 대해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것
계획 다시 생각하기(refocus on planning)은 부정적 사건을 다루기 위해서 어떠한 절차를 밟을 것인지를 고안하는 것
조망확대(putting into perspective)는 사건의 심각성을 축소하고 다른 사건과의 상대성을 강조하는 것
긍정적 재평가(positive refocusing)는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떠올리는 것 대신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는 것     


반추, 파국화, 자기 비난, 타인비난은 부정적 인지 정서 조절로 보고 있으며, 특히 반추, 파국화 등은 통증과 유의미한 관계를 보인다. 즉 반추는 통증에 집중하도록 하고 통증 경험을 유발하고 지속하게 한다. 

파국화 경향을 가진 환자들은 2차 체감각피질과 정서와 관련된 영역(중추신경에서 통증을 전달하고 인지하는 영역)에서도 신경 활성화를 보인다. 


통증과 정신건강 사이에는 연관성이 있다. 다른 연구에서도 우울 정도가 증가할수록 통증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보고하고 생리학적 관점에서 통각수용 및 정서 경로가 해부학적으로 일치하며 정서 장애에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노르에피네프린과 세로토닌이 통증 발생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참고논문

<우울 및 불안장애 환자에서 신체 통증과 관련된 인지정서조절전략> 태혜진, 허휴정 외.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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