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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통직장인 Sep 23. 2020

아이방 피아노를 보며 가슴이 뭉클해졌다.

나는 부유한 어린 시절을 보내지 못했다. 생활수준이 낮은 곳에서 살다 보니 자연스레 결핍이 생겼다. 지하실 계단 밑 좁은 곳에서 숙식을 해결하다 보니 내방은 엄두도 못 내고 식탁도 없어 온 가족이 맨바닥에 쪼그리고 앉아서 밥을 먹었다. 바닥이 더러워 책을 깔고 앉는 정도가 내가 부릴 수 있는 호사의 전부였다. 내 주위 사람들도 나처럼 살았다면 결핍을 모르고 내 처지를 비하하지 않았을 텐데 나와 동갑 사촌의 삶은 나와는 딴판이었다.


그 당시 큰 공장을 운영하던 친척의 집은 34평 아파트였다. 겨울에 보일러를 틀며 따뜻하게 살고 거실에는 큰 텔레비전이, 아이들의 방에는 컴퓨터와 피아노가 있었다. 냉장고를 열면 갖가지 과일들과 우유, 요구르트가 가득했다. 내가 살던 집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 사는 사촌이 부러웠다. 나도 겨울에 따뜻한 집에서 보내고 싶지만 그러지 못했고, 가게에 딸린 작은 냉장고 안에는 손님에게 팔기 위한 콜라와 사이다만 가득했다.


비교 대상이 있어서인지 나는 결핍 덩어리로 자랐다. 채워지지 않는 욕망이 있었지만 다행히 크게 어긋나거나 반항심이 생기지는 않았다. 다만 마음속 깊은 곳에 나도 언젠가는 따뜻한 집에서 여러 조건들이 충족된 삶을 살고 싶은 욕구가 자랐다.


어릴 때는 부모님이 원망스러웠지만 나이가 들고 취업할 때가 다가오니 조금씩 부모님을 이해할 수 있었다. 부모님도 최선을 다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끼니를 거르지 않게 먹여주시고, 학교도 보내주신 것에 감사한다. 운 좋게 원하던 회사에 합격한 후 아끼며 저축하고 살았다. 그 덕에 이른 나이에 집도 사고 결혼도 할 수 있었다. 회사에서 연차도 쌓이고 월급도 올라가며 내가 필요한 것들은 계획적으로 구매하면 살 수 있을 형편이 되었다.


8살 된 아이는 피아노를 배우고 있다. 처음에는 장난감 피아노로 연습하다 건반이 부족해서 피아노를 사달라고 다. 아이는 새로 산 피아노를 자기 방에 설치해달라고 요구했다. 피아노가 도착한 후 아이는 나를 위해 연주해준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쳐준다. 나와 달리 아이는 결핍을 느끼지 않는다. 아이는 따뜻한 집에서 피아노를 치고 있다. 냉장고에는 아이를 위해 마시고 먹을 우유와 간식을 준비해두었다.




어릴 때 느낀 결핍의 감정을 아이가 느끼지 않게 해주고 싶다. 세월이 지나 이렇게 글로 쓸 수 있을 정도로 사소한 일이 된 나의 어릴 적 결핍은 그 당시 나에게는 큰 상처였다. 나는 그런 상처를 아이가 겪지 않게 해주고 싶을 뿐이었다. 다행히 아이는 밝고 건강하다. 아이에게 아빠는 친구 같은 존재고 세상을 살아가는데 도움을 주는 사람으로 인식되고 있다. 나는 이런 일상이 너무 고맙고 아이에게 내가 받지 못했던 것들을 줄 때 행복한 감정을 느낀다. 앞으로도 나에게 쓰는 돈은 아끼지만 아이의 행복과 경험을 위한 돈은 아끼지 않을 생각이다.


 

피아노 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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