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나에게 부동산에 대해 문의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나에 대한 소문이 알음알음 퍼져 회사에서 꽤 유명한 사람이 되었다. 가끔 나에 대한 터무니없는 소문도 들리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 부동산에 조예가 깊은 사람으로 인식되고 있다.
나의 행적을 잠시 설명하면 2010년부터 아파트를 사기 시작해 10년이 된 지금 나를 거쳐간 등기부등본과 계약서가 한가득이다. 어떤 경우는 돈을 벌었고 또 어떤 경우는 돈을 잃었지만 전체를 합해보면 흙수저인 내 배경을 생각했을 때 꽤 괜찮은 수익을 안겨주었다.
그동안의 계약서와 등기부등본
그런 내 발자취를 아는 주위 사람들이 나에게 부동산에 대해 질문한다. 집값이 언제 오를지, 어디를 사면 좋을지, 언제 집값이 오를지에 대한 질문들이다.
거기에 대한 내 대답은 한결같다.
가격이 언제 오를지 모릅니다. 하지만 어디가 좋은 곳인지는 압니다.
나는 늘 내가 생각하는 좋은 위치의 부동산을 알려주었다. 언제 가격이 오를지? 어떤 부동산이 더 많이 오를지에 대한 질문은 실력은 되지 않는다며 말을 아꼈다.
1. 대단지
대단지의 장점은 너무나 크고 중요하다. 대단지라는 말은 많은 사람들이 사는 단지를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살면 그 단지 내에 조경과 생활편의 시설에 충분한 돈을 투자할 수 있고 주거의 만족도가 높아진다. 피트니스 센터, 골프 연습장, 독서실, 여러 강의장들이 기본 옵션으로 있는 아파트의 프리미엄을 무시할 수 없다.
2. 중심지 역세권
도시 내의 주요 중심지에 위치해야 하고, 지하철 근처의 아파트여야 한다. 지하철과 거리로 아파트의 가치가 결정되기 때문에 설사 자가용으로 이동하더라도 지하철 주변의 아파트를 사야 향후 가격 상승 시 소외되지 않는다.
3. 브랜드
아파트의 브랜드는 얼굴이다. 자주 듣는 이름 있는 브랜드의 아파트를 사야 향후 가격 상승에 유리하다. 도급순위 낮은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4. 학군
주로 서울에 해당하지만 학군이 좋은 위치의 아파트가 지속적인 유입을 만든다. 학군이 좋은 지역이 수요가 많을 수밖에 없고 높은 수요가 결국 가격 상승을 이끌기 때문이다.
사는 곳이 부산이라 수도권을 포함한 타 지역 부동산에 대해서는 까막눈이지만 부산 내라면 보는 눈이 꽤 괜찮다. 나는 시장의 평균 수익률을 뛰어넘는 이익을 얻으려 노력하기보다는 좋은 집을 충분히 오래 보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몸테크를 적극 활용했다.
몸테크란 집을 사서 양도 소득세 비과세가 되는 시점 또는 재개발이 될 때까지 그곳에서 거주하는 것을 말한다. 나의 경우 재개발 물건에 몸테크를 하기보다는 새 아파트를 사서 입주 후 비과세 시점에 다른 집으로 갈아타곤 했다.
나는 이런 전략을 사용해서 1억짜리 주상복합에서 10년이 지난 지금 10억이 넘는 집에 살 수 있었다. 물론 그동안 운이 좋아 집값도 많이 올랐고은행 대출이라는 레버리지 전략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기 때문에 집을 옮길 수 있었다.
오프라인에서 누군가 나에게 질문을 할 때 나는 숨김없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내 계획과 좋은 집에 가기 위해 자금조달 방법과 향후 그 집의 가치에대해 말해주었다. 하지만 나와 함께 얘기를 나눈 사람 중 누구도 나와 같이 집을 산 경우가 없다. 시간이 지나 집값 상승의 기회를 놓쳤다며 아쉬워하지만 그들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 그들은 어쩌면 답을 정해두고 그 답을 들으려 했다는 생각도 든다. 그들이 제대로 된 부동산 투자를 하지 못한 이유를 생각해봤다.
1. 회사 근처를 선호한다.
내 직장은 도시 외곽에 있다. 그래서 직장동료들은 회사 근처를 선호한다. 하지만 집값은 대중의 선호에 움직인다.당연히 외곽 지역의 집값이 오를리 만무하다.
2. 익숙함에 갇혀 움직이지 않는다.
세상에 제일 좋은 거주지는 바로 자신에게 익숙한 곳이다. 오래 살수록 주변 환경을 잘 알고 원하는 모든 것을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익숙할수록 편하고, 그 편함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며 이사를 주저하지만 부동산 가격은 개개인의 익숙함과는 상관없이 움직인다.
3. 대출을 두려워한다.
연봉이 억대가 넘는 분들이 몇만 원의 이자에 벌벌 떠는 것을 봤다. 대출 없이 이사를 가려고 열심히 돈을 모으지만 내가 말한 좋은 곳은 돈 모으는 속도보다 집값 오르는 속도가 더 빨랐다. 양질의 대출로 레버리지를 일으킨 후 허리띠를 졸라맸다면 중심지 대형 평수에 갈 수 있었던 분들도 지금은 중심지 중형 평수도 가기 어려워졌다. 그 사이 집값이 큰 폭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4. 집값이 비싸다고 생각한다.
내가 추천한 집들은 비싸다. 좋은 위치에 좋은 환경을 가진 곳이니 당연히 비쌀 수밖에 없다. 역설적으로 비싸고 좋은 집들의 가격이 많이 오른다. 싼 집 여러 채 사는 것도 생각해봤지만 보유세, 양도세 중과세, 세입자를 들이는 시간과 공실 기간을 버틸 자금을 생각하면 비싼 집에 내가 들어가서 사는 몸테크를 이길 전략이 생각나지 않는다.
싼 집을 샀던 내 주변 많은 사람들은 부동산 상승기에 소외감을 맛보았고 하락기에 큰 손해를 보았다. 지방의 비싸고 좋은 집들은 상승기에 상대적으로 많이 올랐고, 하락기에도 하락폭이 적었다.
부동산을 보는 눈은 아주 간단하고 심플하다. 비싼 아파트가 더 많이 오르는 것을 보며 좋은 아파트를 산다면 향후 높은 가격 상승의 효과를 누릴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까지 가격이 많이 상승된 서울이 더 오를지에 대해 말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그동안 소외된 지방 대도시 부동산 가격 상승은 필연적이다. 집이 없다면 부동산을 매수하여 다가올 지방 부동산 상승기를 준비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