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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윤 Apr 21. 2024

책 : 일류의 조건

2024. 4. 21.

어떤 분야에서든 숙달의 경지에 이르는 요령을 한번 터득하면 낯선 일에도 자신감을 가지고 임할 수 있으며, 이는 결국 성공으로 이어진다. 언젠가 반드시 숙달되리라는 확신이 없으면 지루하게 반복되는 연습 기간을 견뎌내지 못하고 쉽게 좌절하고 포기한다. 자신감으로 무장한 사람은 어떠한 활동을 함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각 활동을 해내는 과정이 숙달의 비결을 터득하는 길이 되어줄 것이라는 확신으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무언가에 숙달되는 보편적 원리와 목적의식을 꾸준히 일깨워주는 것이 부모와 교사의 주된 역할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숙달에 이르는 보편적 원리'란 무엇인가. 물론 이 물음에도 다양한 대답이 존재할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숙달의 보편적 원리란, 기본기를 다져주는 세 가지 힘을 활용하여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 세 가지 힘이란 '훔치는 힘(모방)', '추친하는 힘(실력력, 추진력, 기획력), '요약하는 힘(요약, 질문력 포함)'이다. 이 세 가지 힘을 기르고 그것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적합한 방법을 찾아내고, 자기 경험과 특기를 적절히 조합하여 본인에게 적합한 스타일을 완성하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숙달에 이르는 보편적 원리다.(10~11쪽)



내가 사이토 다카시가 쓴 《일류의 조건》을 구입하게 된 계기는 유튜브 방송 <일당백>에 박문호 박사가 나와서 입에 침이 튀도록 이 책을 칭찬을 했기 때문이다. 그 책이 어떤 책이든 한 사람을 이렇게 압도적으로 들뜨게 만든다면 읽어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책을 추천한 사람이 10년간 약 1만 권의 책을 읽으며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뇌과학 전문가 박문호 박사임에랴. 나아가 그가 선정한 단 한 권의 추천 도서로 사이토 다카시가 쓴 《일류의 조건》을 꼽으며, 이 책에서 말하는 ‘일류가 되기 위한 세 가지 조건’은 날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사회현상과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반드시 필요한 능력”임을 거듭 강조했으니, 혹할 밖에. 


사이토 다카시의 책은 이번에 처음 접했는데, 알고 보니 국내에 100여 권이 넘는 책이 번역된 유명작가였다. 나는 계발서들은 별로 안 읽는 편이라 몰랐을 뿐, 나름 우리나라에서는 탄탄한 독자층을 가지고 있었다. 최근에 나온 몇 권만 보여줘도 여러분도 아시리라.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감동한 부분은 논리적 구성이 아니라,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해 주는 풍부한 사례들이었다. 작가, 스포츠선수, 기업인, 예술가 등등 저자가 예시로 들면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은 참으로 매력적이었다. 특히 책 마지막 부분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사례를 풍성하게 다루고 있는데, 초창기 문체가 건조하고 문장이 짧은 것은 재즈와 관련되어 있고, 전성기의 문체가 길고, 리드리컬한 것은 마라톤과 관련되어 있음을 이야기하는 대목에서는 삶과 문체가 어떻게 연관되어 있으며, 하나의 습관이 어떻게 스타일이 되는지 보여주는 훌륭한 논증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사례 말고 이 책에서 강조하는 세 가지 힘과 관련되서는 책의 도표와 몇 인용구를 소개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이 책을 정리하는 것보다는 읽으면서 드는 다양한 생각을 맛보는 것이 이 책을 읽는 즐거운 방법이리라.

<훔치는 힘>

"표면적인 퍼포먼스를 흉내 내기에만 급급한 것은 모방에 불과할 뿐, 기술을 훔쳐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고 할 수 없다. 기술을 훔쳐내는 힘의 근본은 암묵적으로 이루어지는 작용을 인지하여 자기 밖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그리고 밖으로 드러난 ‘생각 또는 의식’을 다시 한번 자기 몸에 체화시킴으로써,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완전히 기술을 훔칠 수 있는 것이다."(45쪽)


<추진하는 힘>

"스타일을 보편적인 숙달 원리의 중심 개념으로 간주하는 것은, 단순히 개성을 예찬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라고 할 수 있다. 스타일이라는 개념은 자신이 어떤 계보를 따를 것인지에 대한 문제의식을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본인 스스로 어느 계보의 후계자로 규정할 것인지에 대한 의식. 이것을 ‘계보 의식’이라 부른다면, 이 계보 의식이야말로 스타일을 만들어 가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개념이다. 자기 스타일을 만들어 갈 때 롤모델이 될 만한 사람을 가리켜 ‘선행자’라고 부른다. 이렇게 본인의 선행자를 찾겠다는 문제의식을 지속해서 점검하는 것이 바로 숙달의 비결이다. "(149쪽)  


<요약하는 힘>

"요약의 기본은, 핵심을 남기고 그 외의 주변 요소는 과감히 ‘버리는 것’이다. ‘버린다’고 해서 무작정 쳐내는 것이 아니라, 남겨둔 핵심 속에 어떤 형태로든 녹여, 버려지는 요소에도 가치를 부여하는 것, 이러한 요약이 가장 이상적인 요약이다. 요약력이란 결국 ‘중요도’를 파악하는 것이다. 회의 자리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형식적인 보고에 할애하느라 정작 의사결정이 필요한 중요 사항은 제대로 논의조차 못 하는 상황이 적지 않다."(62쪽)

 

결국 이 책은 살면서 자기 분야의 달인이 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반복하고 숙달해야 하는지 말하는 책이고, 그러한 숙달과정에서 자기만의 스타일을 갖게 되느냐가 성공의 비결임을 이러저러한 사례와 개념을 통해 풍성하게 설명해 주는 계발서이다. 이런 종류의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음에도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이 책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의 힘이다. 그것이면 족하다. 책값은 했다. 


<첨부>

<일당백>에서 소개한 풀영상의 링크를 공유한다. 관심이 있으신 분은 유혹당해 보시길.

https://youtu.be/0r94xG_Qk0k?si=vhWregmChjN1u4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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