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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윤 Apr 12. 2024

책 : POD 가파도 생존일지

2024. 4. 12.

정을 줄 수도, 안 줄 수도 없는 심정은 참 내 스스로를 아프게 한다.


절대 밀당을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럴 의도도 없다. 하지만 길냥이들을 만날 때마다 '적당히'라는 부사를 내 맘 앞에 붙여야 한다는 게 내 가슴을 쓰라리게 만든다.


야생에서 생존해야 하기에 내 사랑과 내 마음을 다 줄 수가 없다.


그러다가 나에게 의지할까봐.


그러다가 나 아닌 모든 나처럼 생긴 사람이 다가올 때 나인 줄 착각하고 경계심 없이 다가갈까봐.


그러다가 아무에게나 자신들의 등을 허락해 줄까봐.


야생에서 식량이 부족하고 스스로 생존하기 힘든 상황이 닥치면 냥이들도 사료와 통조림을 건네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보이고 다가와서 애교를 부리기도 한다.


이걸 생존 본능이라고 해야 맞는 건진 모르겠지만, 야생냥이들이 사람 손을 탄다는 건 그들의 생존에 위협을 가하는 위일지도 모른다.


이 세상이 모두 나처럼, 내 생각처럼 돌아가질 않기에.

그래서 난 정을 줄 수도, 안 줄 수도 없다.


- 글 그리고 사진 오차담, <가파도 생존일지> 중 '정' 전문



가파도에는 일명 고양이 집사 - 엄마, 아빠, 이모, 삼촌, 형, 누나 - 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중에 대빵(!)은 스낵바를 운영하는 일찌 누나다. 고양이 호텔급에 해당하는 스낵바에는 대 여섯 마리의 고양이들이 안락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 제주도에서 가파도로 온갖 고양이 식량과 약품을 사들고 들어오는 산타클로스 같은 청년이 한 명 있다. 한 보따리 싸들고 와서 가파도 주변을 돌며 고픈 고양이들은 채워주고, 아픈 고양이들은 고쳐준다. 나를 보면 도망치는 고양이들도 이 청년만 나타나면 주변에 모여들어 청년이 주는 사료를 맛있게 먹는다. 실로 부럽지 않을 수 없다.


제주도에서 잘 나가는 영어선생을 하는데, 거기서 벌어들인 돈 중 일부를 가파도 고양이를 위해 사용한다. 그렇게 아무도 시키지 않은 자원봉사를 한 지 두 해가 넘었다고 한다. 그러더니 고양이 식량에 대한 공공지원이 끊어질까 봐, 고양이 식량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가파도 고양이와 지낸 일 년을 사진과 짧은 글로 정리하여 POD 책을 발간했다. <가파도 생존일지>라는 이름으로 교보문고에서 구입할 수 있다.


표지 모델은 스낵바를 운영하는 일찌 누나와 스낵바에서 자라는 엠에스다. 오차담의 책을 읽다 보니 가파도에서 내가 봤던 고양이들이 많이 등장한다. 나보다 먼저 가파도의 고양이를 다룬 사진 에세이를 쓴 작가가 있다니. 젊은 작가라 그런지 문장은 짧게, 문단나누기를 시원시원하게 해서 다른 형식의 글쓰기를 하고 있어 좀 어색하지만, 진솔하고 담백한 젊은이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 고마웠다. POD책이라 주문해야 제작하는 방식으로 받아볼 수 있다. 가파도에 고양이가 궁금하거나, 산타클로스 삼촌이 궁금하거나, 가파도 고양이를 지원해주고 싶은 독자가 있다면 책구매로 후원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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