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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윤 May 20. 2024

오늘 : 김O윤 형

2024. 5. 20.

1.

어제저녁 9시 45분에 전화벨이 울렸다.

"긴꼬리 벵에돔 4짜(40cm)를 잡았다. 회 뜨면 먹으러 올래?"

블루오션 민박집을 운영하는 김봉윤 형이다. 뱅에돔은 킬로 당 10만 원 정도 하는 귀한 물고기다. 4짜면 최소한 3킬로는 넘을 것이니 30만 원짜리 물고기를 잡고 초대한 것이다. 귀한 에돔을 먹을 수 있는 기회를 어찌 놓칠 것인가?

"당연히 가야죠."

"10시까지 식당으로 와라."

블루오션 앞으로 가니, 영진 아빠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다. 조금 지나자 1톤 트럭을 몰고 봉윤이 형이 개선장군처럼 달려온다. 어망에는 펄떡이는 에돔이 있다. 모두들 우와 감탄한다. 봉윤이 형은 능숙하게 에돔을 잡는다. 피를 빼고, 내장을 빼고, 비늘을 없애고, 머리를 자르고, 물로 깨끗하게 씻어 식당으로 들어간다. 고기를 잡는 것부터 회를 뜨는 과정까지 신기한 듯 유심히 관찰한다. 회칼에 잘라진 고기에서 무지갯빛이 난다. 회를 뜨고, 해체된 뼈와 머리는 무를 썰어 놓고 소금으로만 간한 지리탕을 끓인다. 초고추장과 와사비장, 쌈된장을 덜어내고, 밭에서 뜯은 쌈채소를 가지오고, 냉장고에서 시원한 소주를 꺼낸다.

짠! 밤늦게 남자 셋이서 맛있다 못해 달기까지 한 에돔 회를 안주로 소주잔을 부딪친다. 고기가 좋으니 술도 달다. 회로 소주 2병, 지리탕으로 소주 1병을 나눠마시고 집으로 돌아오니 새벽 1시. 낚시꾼 봉윤이 형 덕분에 이런 호사를 누린다.

2.

김봉윤 형은 젊은 시절 대공장 노조의 부위원장까지 지낸 베테랑 노동운동가였다. 이제는 퇴직하고 낚시를 좋아해 가파도로 내려와 민박집을 차렸다. 낚시를 하고 싶어 가파도로 내려왔으니, 그가 운영하는 민박집도 낚시꾼들의 성지 같은 곳이다. 초보 낚시꾼은 봉윤이 형에게 낚시를 배우고, 베테랑 낚시꾼도 봉윤이 형에게 코치를 받는다. 가파도에 살다 보니 물때와 흐름과 어종과 낚시방법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다. 영진 아빠도 봉윤이 형에게 낚시를 배우겠다며 신나 한다.

나는 낚시에는 관심이 없고, 회에만 관심이 있다. 잘 잡는 사람이 있고, 잘 먹는 사람이 있는데 나는 후자다. 각자 자기의 재능을 잘 발휘(?)하며 조화롭게 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차려놓은 횟상에 젓가락만 얹겠다는 심보다.^^)


3.

사실 김봉윤 형과 나는 가파도에서 악연(?)으로 시작하였다. 나에게 배달되어야 하는 택배들이 오지 않아 연락을 해보면 배달이 되었다고 했다. 운진항 무인 택배함에 가보면 김봉윤의 택배만 있고, 내 택배는 보이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택배원이 나에게 보낸 택배 위에 굵은 매직으로 김봉윤이라고 써놓아서 오배달이 되었거나 택배함에서 썩고 있었던 것. 내 이름은 김경윤, 형 이름은 김봉윤이지만. 택배에는 가운데 이름 자에 동그라미로 표시되어, 둘 다 김O윤이다. 그걸 택배원이 습관대로 김봉윤이라 써 놨으니 나로서는 눈 뜨고 당한 꼴이 되었다. (이후로 나는 형을 김땡윤이라 부른다.^^)

그걸 서로 확인하는 가운데서 알게 되었으니 시작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영진이네가 이사를 오고 나서 우연히 식사를 같이 하면서 급 친해지게 되었다. 성격 화통하고, 기분 화끈하여 다른 사람들과 친하게 지낼 만도 한데, 가파도에서 별로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없다. 한 시절 시끄럽게 살다 보니 나이 들어 조용히 살고 싶었나 보다. 그래도 원래 성격은 사라지지 않아, 친해지면 엄청 잘해주는 스타일이다. 요리도 잘해서 직접 잡은 물고기로 조림이나 매운탕을 끓이면 투숙객들이 환장(?)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4.

어쩌다 보니 에돔 이야기에서 시작해 봉윤이 형 이야기로 마무리되었다. 이왕 이렇게 된 김에 홍보를 한다. 낚시를 하러 가파도로 왔다면 블루오션 민박을 찾으면 좋다. 배가 내리는 상동 선착장의 반대편인 하동에 위치하고 있어 전화를 걸면 차로 데리러 온다. 그리고 낚시 포인트까지 멀면 차로 실어다 주기도 하니 방도 얻고 차도 타고 일거양득이다.  요즘은 슬슬 밤낚시가 잘 되는 때라고 한다. 전화번호는  블루오션 064-794-4500

010-4593-7005, 010-7312-1900 (이 정도 광고해줬으면 다음번에는 무늬오징어를 얻어먹을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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