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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윤 May 30. 2024

오늘 : 5월의 방문객

2024. 5. 30.

1.

5월의 마지막 방문객이 나를 찾아왔다. 오광식 형과 우도성 동생. 원래는 동녘교회 남자 4명이서 오려고 했는데, 둘은 사정이 생겨서 오지 못하고 둘만 왔다. 네 명이 올 것이라 예상하고 가장 넓은 방을 예약하고, 뿔소라도 5킬로나 사두었다. 방은 작은 방으로 옮길 수 있지만 뿔소라는 그대로 사기로 했다. 예약한 곳은 블루 오션. 지인 찬스를 써서 저녁 식사(?) 때 뱅에돔 조림을 해주기로 했다. 봉윤이 형이 잡아서 냉동고에 열려 놓은 귀한 뱅에를 조림으로 먹을 수 있는 가파도민만의 호사다.


2.

방문객들은 원래는 점심시간에 맞춰 오기로 했지만, 산방산의 용머리 해안이 개방된다고 해서 그곳을 들려오느라, 점심시간을 넘겨왔다. 나는 오는 편에 내가 필요한 계란, 두부, 찌개용 고기를 사셔 오시라고, 그리고 드시고 싶은 것은 알아서 사 오시라고 부탁했다. 배를 타고 들어오는데, 짐이 한 보따리다. 봉윤이 형 트럭에 짐을 싣고 숙소에 가서 쉬시라고 했다. 어차피 나는 4시가 지나야 근무가 끝나니까.


3.

근무가 끝나고 부리나케 해녀촌 식당에 들러 주문한 뿔소라를 챙기고, 블루오션으로 향했다. 숙소에서 쉬고 있던 광식이 형과 우도성이 반긴다. 나를 가볍게 인사를 하고, 6시에 보자고 약속한 후 집으로 향한다. 고양이 밥도 챙겨야 하고, 옷도 갈아입어야 하고, 샤워도 한 번 해야 한다. 6시에 다시 찾아가니 주인장 봉윤이형이 마당에 숯불을 피우고 뿔소라를 올리기 시작한다. 환대의 시간이 시작된다. 먹을 것이 많으니 영진이네도 불러 저녁식사를 같이 하기로 한다.

그렇게 삼삼오오 모여 저녁식사 겸 술자리가 벌어졌고, 술자리가 깊어지면 자연스럽게 화제가 되는 교육이야기, 정치이야기로 서로들 대화가 깊어간다. 영진이네가 피자를 구워오고, 우도성은 달달한 땅콩을 꺼내니, 언젠가부터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뿔소라 구이와 뱅에돔 조림은 뒷방 신세가 되었다. 가파도에 살면 달게 당긴다.

4.

나야 하루 보고 헤어져야할 사이지만, 가파도로 오는 방문객은 큰 마음을 먹고 오는 것임을 잘 안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좋은 음식으로 환대하고, 좋은 추억을 남기게 하고 싶다. 그렇게 바쁘게 준비하고 차리다 보니 정작 중요한 속 깊은 대화를 나누지 못한 것이 아쉽다. 나를 찾아온 사람들은 그저 오는 사람들이 아니라, 그동안 밀린 대화도 나누고 싶어서 온 것이 아닐까. 다음번에 오면 음식준비는 조금만 하고, 이야기를 많이 나눠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침 일찍 출근하며, 숙소에 들렸는데 마당의 설거지 거리는 깨끗하게 치워지고, 조용하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우도성이 일찍 일어나 설거지를 하고 아침산책을 하러 간 것이었다.) 아침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는 우도성에게 첫배를 타고 나간다는 소리를 들었다. 매표소에서 잠깐 보고 헤어지는구나. 비록 얼마 보지 못한 하루였지만, 그래도 나를 찾아와 줘서 정말 고맙소. 다음번에는 더 깊이 만납시다.

그렇게 마음 속으로 이야기하며 매표소에 와서 발권 준비를 하는데, 광식이형에게서 전화가 왔다. 근처에서 보말 칼국수로 아침식사를 하려는데, 올 수 있냐고. 나는 근무 중에는 자리를 이탈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자, 광식이형이 손수 보말 칼국수 한 그릇을 매표소로 배달해줬다. (친철한 형!) 저녁을 많이 먹어 아침을 거르고 나왔는데, 해장국수를 먹게 되었다. 이렇게 소소하게 챙기는 사이가 귀하다. 아침 첫배를 타는 두 귀한 방문객을 배웅하며, 제주도에서도 즐거운 여정이 되길 빈다. 날씨는 좋고, 바람도 시원하다. 여행하기 딱이다. 부디 잘 가시라. 그리고 반가운 소식 가지고 또 오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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