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5일 초복이야기는 고양신문 칼럼을 통해서 조만간 공개될 것이라, 중복을 피하기 위해 초복 다음날(7월 16일) 이야기를 해야겠다. 초복날 홀아비 셋이서 지낸 것을 불쌍히(?) 여긴 시원이네 아빠와 엄마가 초복 다음날, 족발과 염통을 바리바리 싸들고 가파도로 들어왔다. 복날 고기를 못 먹은 사람들 모이라고 주변에 연락하여 시원이네 집에 모였다.
사무장 영진이 아빠는 공무가 많아 늦게 출석했고, 오랜만에 가파도로 낚시하러 온 후배 일엽이와 그의 친구가 합석했다. 사람이 많이 모여 술이 모자라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는 소주 한 병과 포도주 한 병, 안주 한 봉지를 싸들고 합석했다.
2.
각자 따로는 안면이 있지만 한꺼번에 모이니 모르는 이들도 있어 서로 어색하게 인사를 나눈 뒤, 술이 한 순배 돌자 오래전 지인들처럼 편안해져 금세 형아우한다. 한국사람에게 알코올이 주는 힘은 취기만이 아니다. 인간관계를 급속하게 가깝게 만드는 힘도 있다. (그 반대급부로 부작용도 많지만.) 시원이네는 낮술부터 먹기 시작해서 벌써 2차라고 한다. 나는 근무를 마치고 고양이 밥 주고 가서 1차다. 마셔본 사람은 알지만 1차와 2차의 농도는 제법 격차가 커서 1차는 2차를 따라갈 수 없을 때가 많다. '후래자 삼 배'라 하여 술을 좀 더 많이 빠르게 먹어봐야 소용없다. 이미 취한 사람은 술에 술을 더하는 것뿐이라. 맨 정신에 술을 먹는 사람은 따라갈 수 없는 법.
족발로 실컷 배를 채우더니, 결국 마지막은 다시 라면. 스낵면에 갓김치를 넣어 얼큰하게 끓인 라면을 먹고 나는 하직인사를 한다. 덕분에 이틀 동안 외식을 하게 되었다.
3.
들리는 소문에 따르면, 나는 집으로 일찍 하직했지만, 남은 사람들끼리 다시 블루오션에 모여 밤늦도록 술잔을 기울였다고 하지만, 확인할 도리는 없다. 오늘은 영진이 엄마가 포항에서 돌아온다. 아마도 오늘 저녁에 초복 삼일차 술자리가 마련될지 모르겠다. 아마 생긴다면, 나는 거기에 있을 확률이 아주 높다.
가파도에서 혼자 지내지만, 홀로 지낼 일은 별로 없다. 어디든 사람은 살고, 사람이 사는 곳에 친구가 있기 마련이니. 친구 따라 강남은 못 가더라도 술자리에 낄 수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