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잠깐 서울을 다녀왔다. 장모님의 92세 생신과 큰 아들의 생일이 8월 17일에 있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집에 들르니 그 작던 집(?)이 크게 느껴졌다. 가파도에서 살고 있는 내 달팽이집과 비교가 되었나 보다. 일요일 오후 비행기를 타고 다시 가파도로 내려왔다. 그리고 오늘 정상근무를 시작하려는데, 파도가 심상찮다. 기상청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았더니 일본 오키나와에서 9호 태풍 종다리(북한에서 명칭을 지었다.)가 형성되어 북상하고 있었다. "19일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태풍 종다리는 이날 오전 3시 현재 일본 오키나와 남서쪽 약 360㎞ 부근 해상에서 시속 10㎞의 느린 속도로 서남서진하고 있다. 중심기압은 1천 헥토파스칼(hPa), 중심 부근 최대풍속은 초속 18m 다."
종다리는 약한 태풍으로 내일쯤에는 제주도를 지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 이후 계속 북상하여 서해안 지역에 영향을 주다가 21일쯤에 소멸할 것 같다. 하지만 태풍이 소멸되었다고 하더라도 일기가 갑자기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기압에 영향을 주며 좀 더 긴 시간 영향력을 행사한다. 권력의 자리에서 내려왔어도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과 비슷하다.
2.
그동안 매표를 해왔던 선무당의 감으로 가파도는 내일 오전에 배가 뜰지 미지수다. 그리고 화요일 오후부터 수, 목요일까지 풍랑주의보나 경보가 뜰 것이다. 근무에 복귀하자마자 태풍의 피해를 입는 셈이다. 우리 집은 홑창, 홑문인데 이 태풍을 이겨낼 수 있을까? 일단 문단속을 철저히 해야겠다.
가파도는 태풍이 지나가면 곳곳을 점검하고 피해를 복구하는 데 온 주민들이 나서야 한다. 특히 가파도는 평지로 형성되어 있어서 비바람을 숨을 곳이 없다. 직격탄을 맞게 된다는 뜻이다. 내가 가파도로 내려와 처음 겪는 태풍이라 긴장이 된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금언은 맞는 말이지만, 지나가면서 입는 피해는 사람마다 장소마다 너무나 크게 다를 수 있다. 그래서 빌어본다. 지나가더라도, 약하게, 별 피해 없이, 빨리 지나가기를.
3.
태풍이 지나갔다고 해서 무더위가 꺾일 것 같지는 않다. 이 말은 즉, 8월은 내내 열대야의 고통을 견뎌내야 한다는 뜻. 단위면적이 넓은 나로서는 여름이 가장 견디기 힘든 계절인데, 이번 여름은 특히 힘든 것 같다. 몸도 몸이지만, 이로 인해 지쳐가는 마음도 챙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