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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윤 Aug 26. 2024

책 : 장자를 거닐다

2024. 8. 26.

말[馬]은 명마가 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닙니다. 자유롭게 풀을 뜯고 달리고 쉬고 짝짓고 사랑하며 살려고 태어난 것입니다. 천천히 걷기도 하고, 빠르게 질주하기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살아가면 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말을 잡아다가 경주마로 길들입니다. 평생을 질주하는 말로 훈련시킵니다. 경주마는 자신의 운명이 그런 거라 생각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것은 거짓! 말은 달리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닙니다.

평생을 경주마로 훈련되다 보니 달리기만을 했던 내가 떠올랐습니다. 이제는 경주 트랙에서 벗어나 광야로 가야겠습니다. 편안히 누워 쉬기도 하고, 천천히 풀 뜯으며 풍경을 즐기기도 하고, 심심하면 빠르게 달려보기도 하고, 주변에 좋은 짝을 찾아보기도 하면서 자유롭게 살아야겠습니다. 그래도 됩니다.     

장자가 그렇게 살았습니다. 어디에 얽매여 있지도, 남들을 위해 질주하지도, 높은 곳에 오르고자 남들을 짓밟지도 않았습니다. 인생이 불안하여 많은 것을 축적하지도, 남의 것을 빼앗지도 않았습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자유롭게 살았습니다. 인생을 소풍처럼 즐기며 살았습니다. 여러분에게 이 멋진 장자를 소개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여러분도 자유를 즐길 자격이 충분히 있습니다.

- <서문> 중에서



가파도에서 연재를 마무리한 <장자를 달린다>가 드디어 단행본이 되어 나옵니다. 이번 중에 인쇄소에서 나온다고 하니 다음 주 중에는 전국 어디서나 구입해 볼 수 있겠네요. 단행본으로 나오면서 책 제목이 바뀌었습니다. <장자를 거닐다 : 가파도에서 만난 고전의 지혜 33편>입니다.

그래서 브런치북으로 엮었던 것을 내립니다. 그동안 성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새로 나오는 책을 구입해 주시면 더욱 고맙겠습니다. 책이 나오면 가까이는 가파도와 제주도에서, 넓게는 전국에서(^^), 그리고 내 지인이 가장 많은 고양시에서 책담화라도 했으면 좋겠는데, 소망합니다. 일정이 잡히면 다시 올리겠습니다. 아래 글은 이 책을 편집하신 분의 소개글입니다. 좋은 소개글을 써주신 편집장님께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달리기만 해도 괜찮을까?

대한민국에서 ‘어른’으로 살아가고 있다면 우리는 늘 ‘쓸모 있기’ 위하여 애써 왔다. 학창 시절엔 공부를 잘하거나 못하거나 상관없이 그래도 공부는 ‘열심히’ 했고, 직장을 얻으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기본적인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 또 쉬지 않고 ‘열심히’ 해야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열심히 일한 만큼 잘 쉬어야 한다며, 잘 먹고 잘 쉬기 위하여 또 열심히 달리고 있다. 과연 이것이 우리가 원하던 삶일까? 하루 24시간 내내, 온 삶을 쓸모 있기 위하여 달리기만 하는 것이 우리 삶의 기본값일까?

한가롭게 걷기도 하고, 우리가 좋아하는 일을 좀 즐기기라도 할라치면 ‘한가한’ 소리 한다는 비난과 평가의 소리를 듣게 된다. 그런 쓸데없는 짓 하다가는 뒤처진다고. 하지만 더 슬픈 건, 우리가 우리 자신한테도 남들이 하는 평가의 소리를 똑같이 한다는 것이다. 저자도 ‘자신을 즐기라(8편 〈변무〉)’에서 “사람들은 어느새 자신의 소리를 듣고, 본성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남들의 소리를 듣고, 남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남들이 원하는 대로 살아가게 됩니다. 이러한 것이 인생이라면 결국 우리는 남의 즐거움을 즐거워하느라 자신의 즐거움을 잊고 사는 것 아닐까요?”라고 묻는다.  

    

멈추기 위해 필요한 사유

세상 모든 만물은 달리기만 할 수 없다. 더구나 문명을 일군 인간이 그저 달리기만 했기 때문에 지구도 과열 상태이고 온갖 후유증을 앓고 있다. 성능 좋은 기계도 달리기만 한다면 곧 멈출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인간은 사유의 존재이다. 쉼 없이 달리기만을 강요해 왔던 철학과 이데올로기에서 멈추고 싶다면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사유가 필요하다. 스스로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진정한 힘이 생기기 때문이다.

장자의 철학에 깊이 젖어 있던 저자는 오랫동안 도시에서 고군분투하면서 열심히 살았다. 하지만 코로나 시기를 겪으면서 하던 일을 모두 놓을 수밖에 없었고, 결국은 서울을 떠나 가파도로 터전을 옮겼다. 그에게는 엄청난 시련의 시간이었지만 그곳에서 장자의 철학을 제대로, 다시 만나게 되었다.

“어두움에서 벗어나려 그림자와 경주했던 제 모습이 보입니다. 그림자와의 경주는 결코 이길 수 없습니다. 그림자가 바로 제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그늘에 들어가야 그림자도 저도 쉴 수 있었습니다. 장자의 이야기를 연재하다가 ‘그림자의 비유’를 읽고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두운 나에게서 벗어나려고 애면글면하던 내 과거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내가 나를 해치고 있었던 것입니다.”

시련의 삶에서 다시 만난 장자의 철학은 그를 오롯이 쉬게 만들었고, 그리하여 그는 더 깊고 단단해졌다.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와 함께 그가 만난 장자 이야기를 누구든지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편안하게 풀어내게 되었다.        


장자는 지금 우리에게도 유효하다

《장자》는 오래된 고전이다. 누구나 한 번쯤 장자 이름을 들었을 것이고,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품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이름에 짓눌려 다가가기가 쉽지 않다. 책의 무게도 만만치 않고. 시작만 하고 끝을 맺지 못한 독자들이 많을 수 있다. 혹은 2,500년 전에 살았던 중국 사람의 철학을 왜 읽어야 하나, 의문을 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맞는 말이기도 하다. 지금 읽어야 할 책과 세상 이야기도 많은데, 그렇게 오래된 고전이라니! 하지만 인간의 삶은 겉모습은 많이 변했지만 살아가는 속살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다. 장자가 살았던 시대는 중국 역사에서 혼란의 시기였다. 전쟁이 끊이지 않았고, 사회가 혼란스러운 만큼 내로라하는 사상가들이 넘쳐 나던 때다. 벼슬 한자리 얻기 위해 끊임없이 ‘쓸모 있음’을 주장했던 많은 사상가 중에서 장자는 ‘쓸모없음’을 말했던 사람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어떠한가? 이제 우리는 AI(인공지능)와 경쟁하면서 자신의 쓸모 있음을 내세워야 한다. 하지만 사회의 기준에서 말하는 경제적인 효용 가치로만 따진다면 무슨 수로 어마어마한 정보를 지닌 무적의 AI를 이길 수 있단 말인가! AI와 경쟁해서 계속 달려야만 할까? 그게 가능한 일이기나 할까? 인간이기에 할 수 있는 일, 스스로 멈추어 사유해야 할 때가 아닐까? 변화의 시기에 떠돌지 않고 뿌리를 내리고 살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정보의 ‘양’이 문제가 아니라 ‘질’적인 변화가 필요한 때이다.  

스스로를 위해서 천천히 산책하듯, 저자의 안내를 따라 장자를 만나 보기를. 그리하여 자신의 길을 갈 수 있기를, 무엇보다 스스로 즐길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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