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21.
우리 사회가 성숙한 민주주의를 이룩하기까지 수많은 갈등과 역경이 있었다. 민주주의는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것이 아니라 평범한 시민들이 모여 부정과 억압에 맞서며 쟁취해낸 것이다. ‘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 시리즈는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올바르게 기억하고 젊은 세대에게 그날의 뜨거움을 생생히 전달하기 위해 2020년에 시작된 기획으로, 출간 이후 어린이·청소년을 비롯한 8만 시민 독자들의 뜨거운 호응과 사랑을 받아왔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기획하고 김홍모, 윤태호, 마영신, 유승하 네 작가가 참여해 제주4·3,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을 그렸고, 올해 다드래기 작가가 합류하여 부마민주항쟁의 역사적 순간을 생동감 넘치는 만화로 담아냈다.
김홍모는 제주 해녀들의 항일시위와 제주4‧3을 연결해 그려내는 상상력을 발휘하며 해녀들의 목소리로 제주4‧3을 다시 기억한다. 윤태호는 전쟁 체험 세대의 시선을 빌려 한국의 발전과 4‧19혁명을 목격해온 이들의 소회를 솔직하게 풀어낸다. 다드래기는 80년대 민주화 대서사의 불씨가 된 1979년 부마민주항쟁의 역사를 부산·마산 소시민들의 시선에서 입체적으로 복원해낸다. 마영신은 지금까지도 계속되는 5‧18민주화운동의 왜곡과 폄하를 지적하며, 40년 전 광주를 우리는 지금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지 질문한다. 6‧10민주항쟁 현장을 뛰어다녔던 유승하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1987년 그날 다 함께 목놓아 외쳤던 함성을 고스란히 전한다.
‘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 시리즈는 우리 사회가 지금의 민주주의를 이루어내기까지 거쳐온 길을 흥미롭게 조명한다. 다섯 작품 모두 의미가 깊은 사건들을 새롭게 발견하며 역사적 의미와 만화적 재미를 고루 담았다. 어제의 교훈과 내일의 희망을 이야기하는 모든 ‘민주화운동’은 성숙한 시민들과 함께 계속 기억될 것이다.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책소개>
1.
풍랑주의보가 발령되어 가파도에 배가 뜨지 않는 일요일, 나는 제주독서대전 행사에 참여하고자, 차를 타고 1시간 남짓 달려 우당도서관으로 갔다. 고양시에 있을 때에는 행사 주최로 독서대전에 참여했다면, 제주도에 있을 때에는 참가자가 내 몫이다. 주최 측의 말에 의하면 작년보다는 규모는 줄어들었지만 책을 읽지 않는 시기에 소중한 행사라고 한다. 아무렴, 책이 소외되는 세상은 인간이 소외되는 세상과 마찬가지이고, 생각이 소외되는 세상이다.
영상은 스쳐 지나가지만, 책(문자)은 머문다. 시간의 흐름을 고정하여 깊이를 더하는 것이 독서다. 머물지 못하는 생각은 망상에 불과하다. 머물러야 사상이 떠오른다. 넘쳐나는 정보의 바다에서 생수와 같은 것이 책이다. 독서대전에 참여하여 시도 쓰고, 책도 얻고, 책도 사고, 이야기도 나누는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책이 있는 곳은 마치 고향과 같다. 고향이 벌 건가 마음이 머무는 곳이 고향이다. 나는 천상 책 읽는 사람이다.
2.
이번에 구입한 책 중에는 가파도 매표소 도서관에 비치하기 위해 구입한 것도 있다. 그림책 한 권, 만화책 한 권. 그림책은 내가 너무도 좋아하는 이수지 작가의 <강이>고, 만화책은 제주 4.3을 주제로 한 김홍모 만화가의 <빗창>이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의 일환으로 5권 제작한 중에 한 권이다.)
<강이>는 그림만으로도 어릴 적 추억이 떠오르고, 아련하고, 슬프다. 글자는 별로 없고 그림만으로 구성된 작품인데 뭉클하다. 어린이들이 이 그림책을 보면 무슨 생각이 떠오를까? <빗창>은 제주의 아프고도 분통나는 역사를 굵은 만화체로 담담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특히 일제 때부터 시작된 해녀들의 투쟁과 4.3까지 이어지는 제주인들의 투쟁과 죽음을 그리고 있어 보는 내내 가슴이 뜨거워지다가 서늘해지다가 화가 치밀어 오르다가 한숨을 쉬다가 냉탕과 온탕을 왔다갔다하며 가슴 졸이고 본 만화책이다. ( 참고로 '빗창'은 해녀들이 전복을 딸 데 사용하는 도구다.)
3.
매표소 도서관을 이용하는 관광객들은 오랜 시간 앉아서 책을 볼 수 없어, 주로 그림책이나 짧게 읽을 수 있는 책들을 중심으로 비치해놓고 있다. 이번에 구입한 이 두 책이 관광객들에게 소중한 기억으로 머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