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타불 뽀뽀뽀는 그럼 무엇일까? 뽀뽀뽀는 뽀뽀하는 소리다. 왜 엄숙하기 그지없는 아미타불에 이런 엄숙하지 않은 소리를 덧붙였을까? 내 생각은 그렇다. 종교적 색채를 지우고 본다면 ‘아미타불 뽀뽀뽀’는 일종의 태도이자 마음가짐이다. 선과 인을 추구하는 태도이자 자신을 수양함으로써 남도 감화시키고자 하는 마음가짐이다. 사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대단한 이념이나 행동, 대단한 자비나 슬픔이 아니다. 아주 작은 위로, 서슴없이 내미는 따스한 손길이야말로 우리가 바라는 것 아니던가.
그렇기에 아미타불 뽀뽀뽀는 축복이며 기원이고, 찬탄인 동시에 한탄이다. ‘안녕’이라는 인사이며 ‘괜찮니?’라는 물음이고 ‘잘 지내?’라는 안부다. 어쩌면 이 선의 어린 짧은 어구를 중얼거리는 것만으로도 악한 기운을 조금은 밀어낼 수 있지 않을까? 누가 알겠는가? (......)
나는 절대 도덕적으로 흠 없는 사람이 아니다. 그저 천하를 유랑하는 천둥벌거숭이일 뿐이다. 그러나 부족하나마 나름의 가치관을 세워 오면서 한 가지 굳게 믿게 된 사실이 있다. 바로 선량함이 천성이고 선의는 선택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선의를 선택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 중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면이라고 믿는다. 비록 선의가 우리의 인생을 밝히는 순간은 찰나에 불과하며 곧 다시 어두움에 휩싸이게 된대도 우리는 선의를 선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어둠에 익숙해지고 어둠을 받아들이며 어둠에 안주하게 된다. 한 오랜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예의가 무너지고 기쁨이 사라진, 강호의 도가 땅에 떨어진 이 시대에도 사람들 사이에는 여전히 전수되고 계승되어야 할 귀중한 깨달음이 있다고. 부디 이 책에 실린 따스한 이야기와 소중한 인연들이 그대들에게 깨달음을 주고, 악한 기운을 조금이나마 물리치며, 어둠을 잠시 걷어 낼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책의 이야기는 여섯 번의 ‘아미타불 뽀뽀뽀’이다. 각각의 빛나는 인생이며 여섯 개의 빛나는 선의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모두 보통 사람이기에 독자의 삶을 뒤바꿀 대단한 깨달음을 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진실한 인생 이야기가 독자의 인생 수련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기를 소원한다. 여러분 역시 인생이 수행이라는 점을 인정한다면 말이다. 또한 이 이야기들이 촛불처럼, 혹은 별똥별처럼 잠깐이라도 그대의 길을 밝혀 주기를 바란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길을 헤매는 그대에게 잠사나마 밝은 등불이 되어 주길 바란다. 그래서 그대 마음속 선의를 불러일으키고, 그에 의지해 행복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 수 있게 해 주기를 바란다. 아미타불 뽀뽀뽀, 진심으로 그대의 행운을 비는 바이다. (271~273)
-<작가 후기 : 남은 이야기> 중에서
1.
이 책이 나에게 언제 왔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스승의 날, 제자 한 분이 고양이를 좋아하게 되었다는 나의 말을 듣고, 고양이가 들어있는 제목의 책을 선택하여 나에게 보낸 것이라고 짐작한다. 다빙이라는 작가도 몰랐고, 중국의 현대문학에도 별로 관심이 없었기에, 다른 책에 밀려 책꽂이에 꽂혀 오랜 시간을 책등으로만 나의 곁에 있었던 셈이다. 어쨌든, 나는 어제 이 책을 책꽂이에서 꺼냈고, 이틀 만에 다 읽어 버렸다.
자신의 체험을 바탕에 둔 단편 소설 6편이 담겨있는 이 소설집은 현대를 살아가는 젊은 중국인이 가진 정서의 일단을 느끼게 한다. 어둠을 디폴트값으로 여긴다는 점에서는 불교적이고, 성선과 선의를 믿는다는 점에서는 유교적이며, 자본주의화된 중국의 풍속을 살아간다는 점에서는 세속적이다. 이념 대신 선한 태도와 생활이 작가의 세계에 녹아있다. 거기에 유머라는 양념을 듬뿍 얻은 글쓰기가 다빙의 무기이다.
날씨도 우중충하고 풍랑으로 거의 일하지 않은 일상에 유머가 필요했던 것일까? 나도 모르게 이 책을 선택했고, 읽으며 웃으며 위로를 받았다. 오랜만에 읽는 유쾌한 소설!
2.
처음 소개된 작품이 <당신에게 고양이를 선물할게요>이다. 소설이 시작되기 전에 소개글에 이렇게 쓰여 있다. "힘들 때, 무력할 때, 외로울 때, 운명의 거대한 파도가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덮쳐올 때, 당신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인가? 따뜻한 국수 한 그릇, 싱그러운 풀꽃, 등 뒤에서 안아주는 따스한 포옹, 다정한 눈빛...... 혹은 고양이 한 마리. 그래, 고양이가 필요할 수도 있다. 당신의 고양이는 누구인가? 당신은 또 누구의 고양인가?"
그리고 어린 주인공이 등장한다. 어머니에게 귀를 잡힌 채 교문 밖으로 끌려가는 주인공이. 초등학교에서 아무하고도 친해질 수 없어 싸움밖에 못했던 아이. 그리고 부모에게 친구가 없으니 친구 삼을만한 작은 고양이 한 마리를 사달라고 시도 때도 없이 조르는 아이가. 부모는 고양이를 사주기는커녕 더 큰 불행을 선물한다. 이혼, 그리고 떠남.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아이의 곁을 떠나며 고양이 한 마리를 선물하고. 아이는 이 고양이와 더불어 성장하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조금씩 살아가게 된다. (내 어린 시절에 고양이는 뭐였던가?)
슬프디 슬픈 상황에서 어렵사리 살아가는 주인공의 삶을 비극적으로 다루지 않는 것은 작가의 미덕이기도 하지만, 고양이 덕분이기도 하다. (고양이는 정말 위로가 된다. 심지어는 친구도?!) 그리고 주인공(왕지양)은 잘 자라 나름 성공한 어른이 되어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벽지 초등학교의 어린이(야옹이)들을 지원한다. 주인공은 결국 자신을 버린 어머니를 찾아 그의 고양이가 되어주겠다고 말한다. (나는 누구의 고양이인가?)
고양이 한 마리가 망가져가는 인생을 이렇게 멋지게 살려낼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이 소설을 읽으며 가파도 고양이들을 생각한다. 그들의 누구의 삶을 살리고 있을까? 가파도의 고양이를 바라보는 주민은 아이의 입장일까, 어른의 입장일까? 고양이는 선물인가, 흉물인가? 당신에게 고양이를 선물하면 좋아할까? 고양이의 이야기는 첫 소설에서 끝난다. (제목만 보고 샀다면 실패한 구입이고, 작가를 보고 샀다면 성공한 구입이다.)
3.
처음에 인용한 <작가 후기>는 작가가 작품 말미마다 외치는 '아미타불 뽀뽀뽀'라는 구호(?)의 의미를 설명하는 대목이자, 작가가 세상을 살아가는 태도와 모습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구절이다. 자칭 '야생작가, 리장 건달, 이야기 들어주는 사람, 게으른 술집 사장, 왼쪽 얼굴 미남'인 작가 곁에는 마치 자석이 철들을 모으듯이 비슷한 삶을 살아가는 지인들이 있고, 이 여섯 편의 소설은 작가의 이야기임과 동시에 지인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렇게 주변인의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소설이 된다는 것을 다빙은 보여주었다. 다음번에는 자매품에 해당하는 <강호의 도가 땅에 떨어졌도다>를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