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장. 공산당 선언

- 유령이 유럽을 떠돌고 있다

by 김경윤

저술의 배경과 마르크스의 삶

1847년 겨울, 29살의 마르크스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원고를 쓰고 있었어요. 바로 『공산당 선언』이었죠. 하지만 이 유명한 문서가 탄생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1847년 6월, 마르크스는 런던에서 열린 '공산주의자 동맹' 대회에 참석했어요. 이 조직은 원래 '정의자 동맹'이라는 이름의 독일인 수공업자들의 비밀결사였어요. 파리, 런던, 브뤼셀 등 유럽 각지에 흩어져 살던 독일인 노동자들과 수공업자들이 만든 조직이었죠.

처음에 이들은 마르크스를 좀 의심스러워했어요. 마르크스는 대학을 나온 지식인이었고, 노동자 출신이 아니었거든요. "저 양반이 우리 노동자들의 마음을 정말 이해할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어요. 하지만 마르크스가 파리와 브뤼셀에서 노동자들과 함께 활동한 경험과, 무엇보다 그의 뛰어난 이론적 능력이 인정받으면서 점차 신뢰를 얻게 되었어요.

공산주의자 동맹의 지도자들은 마르크스와 엥겔스에게 중요한 임무를 맡겼어요. 조직의 강령을 작성해달라는 것이었죠. 기존에는 '정의자 동맹'이라는 이름답게 추상적인 정의와 평등을 추구한다는 막연한 목표만 있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더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강령이 필요했던 거예요.

마르크스는 이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어요. 그동안 『독일 이데올로기』나 『포이어바흐에 관한 테제』를 통해 자신만의 철학을 정립해왔지만, 아직 일반 대중에게는 알려지지 않았거든요. 이번 기회에 자신의 사상을 널리 알릴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하지만 작업은 쉽지 않았어요. 우선 엥겔스가 초안을 작성했는데, 문답 형식으로 되어 있었어요. "공산주의란 무엇인가?", "사유재산 폐지가 가능한가?" 같은 질문에 답하는 형식이었죠. 하지만 마르크스는 이런 형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더 역동적이고 감동적인 문서를 만들고 싶었거든요.

마르크스는 1847년 12월부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마감 시한이 촉박했어요. 1848년 2월까지 완성해야 했거든요. 게다가 마르크스는 완벽주의자여서 한 문장 한 문장을 여러 번 고쳐 썼어요. 엥겔스는 마르크스를 재촉하는 편지를 계속 보냈어요.

드디어 1848년 1월 말, 마르크스는 원고를 완성했어요. 총 23페이지의 짧은 문서였지만, 그 안에는 인류 역사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미래에 대한 비전이 담겨 있었어요. 마르크스 자신도 이 문서가 역사적인 의미를 갖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어요.

『공산당 선언』은 1848년 2월 런던에서 처음 출간되었어요. 독일어로 쓰여진 23페이지짜리 소책자였죠. 표지에는 "만국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라는 유명한 구호가 적혀 있었어요.

하지만 처음에는 별로 주목받지 못했어요. 발행 부수도 많지 않았고, 일반 대중들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공교롭게도 『공산당 선언』이 출간된 바로 그 달에 파리에서 2월 혁명이 일어났어요. 루이 필리프 왕이 쫓겨나고 공화정이 선포된 거죠.

이 혁명은 곧 유럽 전체로 번져나갔어요.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헝가리 등에서 연쇄적으로 혁명이 일어났어요. 사람들은 『공산당 선언』의 첫 문장을 떠올렸어요. "하나의 유령이 유럽을 떠돌고 있다. 공산주의라는 유령이." 정말로 혁명의 유령이 유럽을 휩쓸고 있었던 거예요.

마르크스와 엥겔스도 혁명에 직접 참여했어요. 마르크스는 쾰른으로 가서 『새 라인 신문』을 발행하며 혁명을 지지했어요. 하지만 1848년 혁명은 결국 실패로 끝났어요. 반동 세력이 다시 권력을 잡았고, 마르크스는 또다시 망명길에 올라야 했어요.

그럼에도 『공산당 선언』은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했어요. 여러 언어로 번역되었고, 노동자들 사이에서 비밀리에 읽혔어요. 특히 "만국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는 구호는 전 세계 노동 운동의 상징이 되었어요.

저술의 핵심 내용 정리

『공산당 선언』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각 장마다 뚜렷한 주제가 있고, 전체적으로는 하나의 완결된 논리 구조를 이루고 있어요.


1장: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

선언의 가장 유명한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해요. "하나의 유령이 유럽을 떠돌고 있다. 공산주의라는 유령이." 이 문장은 당시 유럽의 지배층들이 공산주의를 얼마나 두려워하고 있었는지를 보여줘요.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곧바로 핵심 주제로 들어가요. "지금까지의 모든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다." 이 문장은 역사를 보는 완전히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요. 역사를 왕들의 이야기나 영웅들의 활약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계급 간의 투쟁으로 보는 거예요.

고대에는 자유민과 노예, 중세에는 영주와 농노, 그리고 현대에는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가 대립한다는 거였어요. 부르주아는 생산수단(공장, 기계, 토지 등)을 소유한 자본가 계급이고, 프롤레타리아는 자신의 노동력밖에 팔 것이 없는 노동자 계급이에요.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부르주아의 역사적 역할을 인정해요. 부르주아는 봉건제를 타파하고 근대 사회를 만들어낸 혁명적 계급이었다는 거예요. 상업과 공업을 발달시키고, 과학 기술을 진보시키고, 전 세계를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시켰어요.

"부르주아는 100년도 안 되는 계급 지배를 통해 과거의 모든 세대가 만들어낸 것보다 더 거대하고 더 거창한 생산력을 창조해냈다." 증기기관, 철도, 전신, 대륙 개척, 운하 개통 등 놀라운 발전을 이뤄낸 거죠.

하지만 부르주아는 동시에 자신의 무덤을 파는 계급이기도 해요. 자본주의가 발달할수록 프롤레타리아의 수는 늘어나고, 그들의 조직력도 강해져요. 공장에서 함께 일하면서 단결하는 법을 배우게 되거든요.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자본주의의 모순을 날카롭게 지적해요. 자본주의는 주기적으로 과잉생산 공황에 빠져요. 너무 많이 생산해서 팔 수 없게 되는 거죠. 이상한 일이에요. 사람들은 굶주리고 있는데 상품이 남아돈다니요. 이는 생산이 이윤을 위해서만 이루어지기 때문이에요.

결국 프롤레타리아는 혁명을 통해 부르주아를 타도하고 새로운 사회를 건설할 것이라고 예언해요. 이는 역사의 필연적 법칙이라는 거였어요.


2장: 프롤레타리아와 공산주의자

2장에서는 공산주의자들의 역할을 설명해요. 공산주의자들은 프롤레타리아와 별개의 정당이 아니에요. 프롤레타리아 중에서 가장 의식적이고 조직적인 부분이라는 거예요.

공산주의자들의 목표는 명확해요. 사유재산을 폐지하는 것이죠.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사유재산은 개인의 생활용품이 아니에요. 생산수단, 즉 다른 사람을 고용해서 이윤을 얻는 데 사용되는 재산을 말해요.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부르주아들의 반박을 예상해서 미리 답변해요. "사유재산을 폐지하면 아무도 일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지금도 프롤레타리아의 90%는 사유재산이 없지만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반박해요.

"개성이 사라질 것이다"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지금 프롤레타리아에게 무슨 개성이 있는가? 그들은 기계의 부속품일 뿐이다"라고 답해요. 오히려 사유재산이 폐지되어야 진정한 개성이 꽃필 수 있다는 거였어요.

공산주의 사회에서는 계급이 사라져요.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의 구별이 없어지는 거죠. 모든 사람이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받는 사회가 온다는 거였어요.


3장: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문헌

3장에서는 당시 유행하던 여러 사회주의 이론들을 비판해요. 봉건적 사회주의, 소부르주아 사회주의, 독일 또는 '참된' 사회주의, 보수적 또는 부르주아 사회주의, 비판적-공상적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등을 차례로 분석하고 비판해요.

특히 공상적 사회주의에 대한 비판이 중요해요. 생시몽, 푸리에, 오언 같은 공상적 사회주의자들은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었지만, 계급투쟁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거예요. 그들은 모든 계급을 설득해서 평화롭게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혁명 없이는 근본적 변화가 불가능하다고 봤어요.


4장: 각국의 반정부당에 대한 공산주의자의 태도

마지막 장에서는 각국의 정치 상황에 따른 공산주의자들의 전술을 제시해요. 독일에서는 부르주아 혁명을 지지하되, 그것이 프롤레타리아 혁명의 전주곡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해요. 당시 독일은 아직 봉건제가 남아있었기 때문에 먼저 부르주아 혁명을 통해 봉건제를 타파해야 했거든요.

프랑스에서는 소부르주아 사회민주당과 연합하되, 그들의 한계를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고 봤어요. 스위스에서는 급진파와, 폴란드에서는 농업 혁명을 주장하는 정당과 협력해야 한다고 제시했어요.

하지만 모든 경우에 공통되는 원칙이 있었어요. 공산주의자들은 기존 사회 질서의 폭력적 전복을 공개적으로 선언한다는 것이었죠. 지배계급들이 공산주의 혁명 앞에서 떨게 하라는 거였어요.

그리고 마지막에 그 유명한 구호가 나와요. "만국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 이 구호는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에요. 자본주의가 세계적 체제이므로, 그에 맞서는 투쟁도 국제적이어야 한다는 전략적 판단이 담겨 있어요.


핵심 개념 정리

계급투쟁: 마르크스주의 역사관의 핵심이에요. "지금까지의 모든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다"라는 유명한 명제로 요약돼요. 생산수단을 소유한 계급과 소유하지 못한 계급 사이의 갈등이 역사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거예요.

부르주아: 생산수단을 소유한 자본가 계급을 의미해요. 봉건제를 타파하고 근대 사회를 건설한 혁명적 역할을 했지만, 동시에 프롤레타리아를 착취하는 계급이기도 해요. 마르크스는 부르주아를 역사적으로 진보적이었지만 이제는 반동적이 된 계급으로 봤어요.

프롤레타리아: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못하고 자신의 노동력만을 팔 수 있는 노동자 계급이에요. 마르크스는 이들이 자본주의를 타도하고 새로운 사회를 건설할 혁명의 주체라고 봤어요. 숫자가 많고, 조직화되어 있으며, 잃을 것이 없기 때문에 가장 철저한 혁명 계급이라는 거였어요.

사유재산 폐지: 공산주의의 핵심 목표예요. 하지만 개인의 생활용품이 아니라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를 폐지한다는 뜻이에요. 공장, 기계, 토지 등을 사회가 공동으로 소유하고 관리한다는 거죠.

국제주의: "만국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로 표현되는 개념이에요. 자본주의가 세계적 체제이므로, 그에 맞서는 투쟁도 국경을 넘어서 국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전략이에요.

과잉생산 공황: 자본주의의 근본적 모순을 보여주는 현상이에요. 생산력은 발달했지만 대중의 구매력은 제한되어 있어서, 상품이 팔리지 않는 위기가 주기적으로 발생한다는 거예요.

혁명의 필연성: 마르크스는 프롤레타리아 혁명이 역사의 필연적 법칙이라고 봤어요. 자본주의의 모순이 심화될수록 혁명의 조건이 성숙한다는 거였죠.


『공산당 선언』은 단순한 정치적 선전물이 아니에요. 인류 역사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 역사적 문서예요. 23페이지밖에 안 되는 짧은 글이지만, 그 영향력은 엄청났어요.

이 선언이 발표된 후 150년 동안 전 세계에서 수많은 혁명이 일어났어요. 러시아 혁명, 중국 혁명, 쿠바 혁명 등의 지도자들이 모두 이 선언에서 영감을 받았거든요. "만국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는 구호는 20세기 내내 혁명가들의 슬로건이었어요.

물론 마르크스의 예측이 모두 맞아떨어진 것은 아니에요. 자본주의는 여전히 건재하고, 선진국에서는 오히려 중산층이 늘어났어요. 공산주의 국가들도 대부분 실패했죠. 하지만 마르크스가 지적한 자본주의의 모순들은 여전히 유효해요.

지금도 세계는 극심한 불평등에 시달리고 있어요. 상위 1%가 전 세계 부의 절반 이상을 소유하고 있고, 수십억 명이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살고 있어요. 2008년 금융위기 같은 경제 공황도 여전히 발생하고 있고요.

특히 "만국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는 구호는 지금도 의미가 있어요. 자본이 국경을 넘나들며 활동하는 시대에, 노동자들도 국제적으로 연대해야 한다는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거든요.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1848년에 내다본 미래는 완전히 실현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그들이 제기한 문제들은 여전히 우리가 고민해야 할 과제들이에요. "어떻게 하면 모든 사람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진정한 평등을 실현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경제적 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을까?"

29살의 마르크스가 브뤼셀의 작은 방에서 쓴 이 23페이지 문서가 세계사를 바꾼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 문서 중 하나가 되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에요. 때로는 작은 책자 한 권이 세상을 뒤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죠.

"하나의 유령이 유럽을 떠돌고 있다"로 시작된 이 선언은 결국 전 세계를 떠도는 유령이 되었어요. 그리고 그 유령은 지금도 우리 곁에 있어요. 불평등과 착취가 존재하는 한, 마르크스의 유령은 계속 세상을 떠돌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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