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1장. 진심은 반드시 통찰력을 낳는다

- 청년의 중용 읽기

by 김경윤

성실함으로 인해 밝아지는 것을 본성이라 하고,

밝음으로 인해 성실해지는 것을 가르침이라 한다.

성실하면 곧 밝아지고, 밝아지면 곧 성실해진다.

(When we have intelligence resulting from sincerity, this is ascribed to nature; when we have sincerity resulting from intelligence, this is ascribed to instruction.

When there is sincerity, there will be intelligence;

when there is intelligence, there will be sincerity.)


우리는 어떤 사람을 볼 때 ‘참 똑똑하다’고 말하고, 또 어떤 사람을 볼 때 ‘참 진실하다’고 말합니다. 보통 우리는 ‘똑똑함(지혜)’과 ‘진실함(성실)’을 별개의 능력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머리는 좋지만 마음이 차가운 사람이 있고, 마음은 따뜻하지만 조금 어수룩해 보이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중용』은 이 둘의 관계에 대해 아주 놀라운 통찰을 들려줍니다. 바로 진정한 진심(誠)과 진정한 지혜(明)는 결국 하나로 통한다는 것입니다.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이 둘은 서로를 낳고 서로를 완성시키는 깊은 관계에 있다는 뜻입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천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첫 번째는 ‘타고난 천재’입니다. 모차르트처럼,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음악의 본질을 꿰뚫고 저절로 위대한 곡을 써 내려가는 사람들. 이들은 음악에 대한 지극한 ‘진심’과 ‘사랑’을 타고났고, 그 순수한 마음이 곧바로 음악의 이치를 꿰뚫는 ‘밝은 지혜(明)’로 이어진 경우입니다. 『중용』은 이를 ‘성실함으로 인해 밝아지는 것(自誠明)’이라고 말하며, 이것이 바로 하늘이 내린 ‘본성(性)’의 경지라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이런 천재가 아닙니다. 우리는 두 번째 유형, 즉 ‘노력하는 천재’의 길을 걷습니다. 우리가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가는 과정을 한번 떠올려 봅시다.

어떤 요리사가 처음에는 요리 이론과 레시피를 책과 스승을 통해 부지런히 배웁니다. 이것이 바로 ‘밝아지기(明)’ 위한 노력의 시작입니다. 그렇게 지식을 쌓고 기술을 연마하는 과정에서, 그는 점차 요리에 대한 진정한 애정과 헌신, 즉 ‘진심(誠)’을 갖게 됩니다. 요리가 더 이상 생계를 위한 기술이 아니라, 자신의 삶 그 자체가 되는 것이죠.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놀라운 변화가 일어납니다. 진심이 깊어질수록, 그는 이제 레시피에 의존하지 않고도 재료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 어떻게 요리해야 최상의 맛을 낼 수 있을지 직관적으로 알게 되는 새로운 차원의 ‘밝음(明)’, 즉 ‘통찰력’을 얻게 됩니다. 처음에는 ‘밝음’이 ‘진심’을 낳았지만, 이제는 거꾸로 ‘진심’이 더 깊은 ‘밝음’을 낳는 선순환이 시작된 것입니다.


“성실하면 곧 밝아지고(誠則明), 밝아지면 곧 성실해진다(明則誠).”

이 아름다운 구절은 우리에게 중요한 사실을 일깨워줍니다. 진정한 지혜는 단순히 머리로 외운 지식의 양에 있지 않다는 것을요. 그것은 내가 사랑하는 대상에 온 마음을 다해 몰입할 때, 나의 존재 전체를 던져 진심으로 무언가를 대할 때 비로소 샘솟는 통찰력입니다.

당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요? 학생이라면 공부, 직장인이라면 업무, 예술가라면 작품 활동이겠지요. 혹시 그 일이 지루하고 의미 없게 느껴진다면, 어쩌면 당신의 ‘진심’이 조금 부족하다는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오늘 하루, 잠시 효율과 성과를 내려놓고, 당신이 하는 일에 아주 작은 ‘진심’ 한 스푼을 더해보면 어떨까요? 진심으로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고, 진심으로 책 속의 문장을 음미해 보고, 진심으로 동료의 일을 도와주는 것. 그 작은 진심이 당신의 눈을 뜨게 하고,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새로운 길과 가능성을 보게 하는 ‘밝은 지혜’의 빛을 선물해 줄 것입니다.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20화20장.  좋은 리더의 9가지 조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