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불교에 입문하게 된 것은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읽고나서라고 말할 수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기독교인으로 성장하였기에 불교에 대한 막연한 이질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법정스님의 글을 읽고나서는 불교에 관심이 생겼다. 그러다가 불교에 흠뻑 빠지게 된 계기가 생겼는데, 그게 숭산스님이 법문과 편지글의 모음집인 <부처님께 재를 떨면(Dropping Ashes On the Buddha)>이라는 책을 읽고나서부터이다. 여시아문이라는 출판사에서 번역본이 나왔다는 데 구하지 못하고, 영문판을 어렵사리 구해서 한 편 한 편 읽으며 얼마나 즐거웠는지 모른다. (나중에 물병자리 출판사에서 <부처가 부처를 묻다>라는 제목으로 다시 출간되었지만 현재 품절상태다.)
어쩌면 우리나라 선불교의 최고봉에 해당하는 숭산스님 덕분에 나는 내심 불교를 깊이 사랑하게 되었는지 모른다. 스티븐 미쳴이 편집한 이 책은 숭산스님의 100가지 짧은 법문을 에피소드처럼 나열한 책이다. 한 편 한 편 주옥같지만 그 중에서 이번에는 37번째 이야기인 '부처는 짚신이다'이다.
어느날 숭산스님은 모임을 마치고 제자들과 뉴욕에 있는 커피숍에 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제자 중에 한 명이 불경의 주문을 외우는 게 힘들다고 말하면서, 도대체 뜻도 모르고 외는 주문이 무슨 소용이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살짝은 비아냥조로 그럴 바에는 발음하기도 편한 '코카콜라'를 외우는 건 어떠냐고 숭산스님에게 말한다.
숭산스님은 주문(만트라)를 외우는 일은 세 가지 차원에서 중요한데, 첫째는 주문을 외우는 이유, 둘째는 주문이 작동하리라는 강력한 믿음, 셋째는 지속적인 실천이라 말하면서, 만약에 어떤 사람이 코카콜라라는 말 속에 강력한 힘이 있다고 진정으로 믿으면서, 매일 외운다면 반드시 효과를 볼 것이라고 대답한다. (그 뒤에 그와 같은 사례로 석두(돌대가리)스님의 '부처는 짚신이다'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지만 여기서는 생략한다.)
요체는 이것이다. 아무리 의미를 모르는 말일지라도 그것이 효험이 있다고 강력하게 믿으면서 매일 외우면 반드시 효과를 본다는 것. (불교주문의 플라시보 효과라고 해야하나? ) 처음에는 픽 웃고 말았지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말씀이다. 마술사들은 마술을 시전하기 전에 "수리수리 마하수리~"를 외친다. 해석하면 "수의 이치여, 수의 이치여, 위대한 수의 이치여!"가 될터이지만, 그 뜻을 아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간절함이 핵심이다.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에서는 "하쿠나 마타타(Hakuna matata)"라는 주문이 나온다. (https://youtu.be/EgqQSuwYpA0) 스와힐리어인데, 영역하면 "It doesn't matter"가 되고, 의역하면, "괜찮아, 다 잘 되거야"라는 뜻이다. 이런 뜻을 몰라도 '하쿠나 마타타'하고 주문을 외면 뭔가 일이 잘 풀릴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 나는 가끔 기분이 울적할 때 이 주문을 외운다. 마치 영어노래 "돈 워리 비 해피"를 들으면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 것처럼 말이다. (https://youtu.be/d-diB65scQU)
그러니 <반야심경>을 끝내면서 "가장 신비하고 밝고 최고의" 주문을 외워보자. "진실하여 허망하지 않기에 온갖 괴로움을 없애는" 반야바라밀다 주문이다. "아제 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보리 사바하(揭諦 揭諦 波羅揭諦 波羅僧揭諦 菩提 娑婆訶)" 연속으로 세 번을 외워야 한다. 간절히 믿으면서!
본토(인도) 발음으로는 "가떼 가떼 빠라가떼 빠라상까떼 보드히 스바하(gate gate paragate parasamgate bodhi svaha)라고 발음한다, ‘스바하’는 인도인들의 인사말로 흔히 쓰는 용어이다. ‘행복하소서!’. ‘만세!’ ‘평안하소서!’ 등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혹시 뜻이 알고 싶은 사람을 위하여 마지막으로 그 뜻을 밝혀둔다. "가자, 가자, 저 언덕으로. 온전한 언덕으로. 깨달음이여, 참 좋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