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정
누군가 우리 집에 건네준 사골국 하나
꽝꽝 얼린 사골국을 냄비에 넣어주며
저녁에 다 녹을 테니 저녁때 먹으라 한다
출근길이 바쁜 나는 고맙다는 인사를
대충 꾸벅하고 세상을 나섰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바쁘게 치열하게 보내면서
내심 저녁에 사골국을
먹을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저녁에 술 한 잔을 걸치고
세상은 지랄 같다 주접을 떨다가
나에게는 낭만이 있노라
괜한 허세를 부리고
터덜터덜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
머나먼 내 집으로 돌아왔다
녹아있는 사골국
고기가 한가득이다
그게 뭐라고 코가 시큰 거릴까
뜨겁게 아주 뜨겁게 데워
밥 한 공기를 말아 후루룩 한입 했다
세상이 녹는다.
차갑게 벌게 있던 나도 녹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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