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등을 기대고 의지하는 건
더는 싫었다.
언제 먼저 일어날지
아니면 쓰러질지 모를 등을
불안한 채 의지하는 게 싫었다.
차라리
홀로 꼿꼿이 서 있다가
홀로 일어나고 쓰러지고 싶었다
온기가 머물다 떠나서
차가워진 등이 싫다
차라리 온기 없는
꼿꼿한 나무에 기대고 싶다
언제나 떠나가버리는 계절이지만
어김없이 돌아오는 계절에
몸을 맡기고 싶었다.
바람이 나를 어루만지고 날아가는 것도 좋고
따사로운 햇살이 나를 따라다니는 것도 좋다
때론 비가 빗소리로 연주하며
내 곁을 잠시 머물고 가는 것도 좋다.
그들은 언제든지 나를 어루만지고 스치고
떠나가지만
언젠간 어김없이 돌아온다.
그들에게 결국 먼저
등을 돌려 떠나갈 건 나인 게 분명하니까.
언제 떠날지 모르는 누군가의 등보다는
내가 먼저 떠날 수 있는 계절의 등에게
나를 기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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