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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 Dec 30. 2020

저는 지금 베트남에서 입양가족 50명을 보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넘어선 사람들.

하늘 한번 올려다본다. 파아란 하늘에 휴~ 숨이 터져 나온다.

매일 보는 야자수, 초록 잎사귀. 여기 베트남이야. 너 베트남에 살고 있어.

그래. 맞아. 나 베트남에 살고 있어.

지금 현재 여기 이곳.

내가 있는 곳.

항상 그렇듯 문득문득 듬성 듬성 훅 하고 드는 생각.

난 지금 여기에 있구나.


넋 놓고 발코니에 앉아 강한 태양을 보며 비나 한바탕 쭈르륵 쏟아졌으면 하는데.

아파트 기술자 아저씨들이 초록 잔디밭에 큰 초록 줄무늬, 파란 줄무늬 천막을 2개나 설치하고 있다. 또 파티 인가? (이곳에서 외국인들은 참 파티를 많이 한다. 특히 12월 한 달은 한 달 내내 파티를 하는 것 같다. 정말이다.)


어...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파티가 아니다. 스탠딩 무대가 설치되고 의자가 수십게 놓여 있다. 뭐지?  

여행가방을 끌고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오는 유렵인들이 무더기로 보인다. 앗 뭐지?

지금 코비드로 이곳에 여행 온 사람들 일리는 없다. 하지만 그들의 차림새와 행색을 보면 그들은 지금 공항에서 온 사람들이 맞다. 호치민 거주자들은 결코 아니다. 두꺼운 부츠, 스웨터, 코트, 부시시한 머리 그리고 여행가방. 도대체 저 여행 가방과 단체 유럽인들이 갑자기 어디서 나타 난 걸까?


입양을 위해 유럽에서 온 그들 / 50가구의 특별 입국자들. 부부들이니 (100명 정도 된듯하다.)


그 들은 유럽 프랑스와 이태리 등에서 들어온 특별 입국자들이었다. 11월에 베트남에서 베트남 아이를 입양받기 위해 유럽에서 들어오는 가족들을 특별 입국 시켰다. 보름 동안 베트남에 머물 수 있는 허가가 떨어졌다. 아파트 단지에 단체 50가구가 (부부이니 100명정도) 머물기로 했고 스탠딩 무대와 파란 줄무늬 천막은 입양가족들을 위한 행사 준비였다.


아파트 주민들은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좋은 취지로 베트남에 특별 입국하게 된 것은 알겠으나, 지금 이 심각한 코비드 시국에 굳지 입양 가족들을, 그것도 유럽인들 50 가구를 '현시점에 꼭 들였어야 했나'이다. ( 당연히 베트남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돈 버는 일이라면.) 아파트 메니져와 입주자들 사이에 불편한 말들이 오고 갔지만, 곧 입양될 아이들을 보는 순간, 우리 입주자들은 그 어떤 말도 내뱉을 수 없었다.


눈 앞에서 직접 보았다.

그 현장을.

그 모습을.

이스라엘 친구 소샨은 그 모습을 지켜보다 눈물이 범벅이 되었고, 난 간신히 숨만 쉴 수 있었다. 움직임 없는 멍한 나의 눈에서 눈물이 뚝 뚝 떨어졌다. 팔과 다리에 오돌톨 닭살이 올랐고 알 수 없는 전율, 찌릿함이 몸 전체를 휘감았다. 뼛속까지 스며든 긴장감은 나의 숨을 움켜쥐었다. 겨우 긴 숨을 내 쉴 수 있었다. 머릿속에서는 쥐가 났다. 난 현실과 비현실 경계의 그 어디쯤에서 잃어버린 정신을 찾고자 눈을 다시 감았다 떴다. 여전히 그들은 아이들을 배분받고 있었다. 혼란스러웠다. 사회자가 아이 이름을 부르고, 유럽 부부들이 앞 단상에 나가 아이를 인수인계받았다.

그냥 받았다... 아이를...

그들은 어쩔 줄 몰라하며 아이를 만지지도 못했다. 갓 태어난 갓난아이부터 10살 안팎의 아이들까지 보였다. 캄보디아 아이들도 있었다.


이름이 호명되고 아이를 인수인계받는 그 순간, 7세 8세 되는 아이들은 멀뚱멀뚱 주위를 맴돌며 겉돌았고, 곧 부모가 될 두 유럽 부부는 두 무릎을 꿇고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천천히 최대한 살며시 다가갔다. 그 부모들은 감격에 북받쳐 눈물 콧물 다 빠지듯 울다 웃었고 아이가 어스러질 만큼 부둥켜안았다. 3세 4세 아이들은 마냥 즐거웠다. 새로운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잔디밭을 뛰어다녔다. 그 뒤를 어색한 포즈이지만 함박웃음을 가진 부부가 쫓아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팔을 벌려 아이를 만지기라도 하면 아이가 어스러질  , 마치 유리를 만지듯, 그렇게 아이를 안고 만졌다. 가슴이 아릿해져 왔다. 그들의 텅 빈 속을 저 아이들이 꽉 채운 듯했다.


저녁이 되었다. 울음바다가 시작이 되었다. 윗집, 아랫집에서 아직 적응이 되지 않은 아이들이 울음을 터뜨렸다. 울음도 재 각각 이었다. 악을 쓰며 우는 아이, 서럽게 우는 아이, 징징 거리며 우는 아이. 다음날 만난 쇼샨은 아이들과 잠을 거의 못 잤다고 한다. 나 역시 대각선으로 보이는 일층 집에 2살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끊임 없이 칭얼 대며 울어 도저히 문을 열어 놓을 수 없었다. 부모들 역시 어찌 할바를 모르는듯했다. 그들에게는 갑자기 하늘에서 하룻만에 아이가 실제로 떨어진 것이 맞지 않은가. 아무리 육아에 대해 공부를 하고 사전 지식이 있다고 하더라도, 갑자기 뚝 떨어진 아이를 당연히 몸둘빠 몰라했고, 한없이 안고 있기만 했다. 정말 한없이 안고만 있었다.


밤 8시, 9살 정도 되는 남자아이는 슈퍼 앞에 앉아 목 노아 울었다. 슈퍼 앞 텅 빈 공간을 슬픔으로 꽉 채웠다. 일층 집 현관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노부부처럼 보였다. 나이가 지긋이 든 부부들도 꽤 많았다. 그들은 그냥 문만 열어 놓은 채, 아이에게 다가가지는 않았다. 아이와 그 두 부부 사이 의사소통 문제 인듯 했다. 수퍼앞에서 한없이 울던 아이는 저 녁 늦게 다시 들어 간듯 했다.


하루는 같은 아이가 집안에서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아파트가 떠나 갈듯이.

"에어컨 리모컨!"

"에어컨 리모컨!"

"에어컨 리모컨!"


학교 하교 후 집으로 올라오던 우리 집 아이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급한 목소리로

'경찰에 신고해야 해. 어떤 아이가 소리를 지르는데 도움이 필요한 것 같아.'라고 했다.

대충 아이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아마 의사소통에 약간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것 같다고. 곧 적응될 거라고.


아이가 한참을 묻는다.

왜 이 친구들은 부모가 없어? 왜 이 친구들은 외국 사람이 데려가?

저 외국 사람들은 왜 베트남 아이들을 데려가?

저 친구는 나와 나이가 비슷해 보여. 그런데 엄마가 없어?


더 이상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어차피 크면서 알게 될 테니까...



Face book - 사진출처-


눈 앞에 벌어지고 있는 지금 이 현실이 진짜 현실인지, 내가 지금 보고 있는 이것이 무엇인지, 저들은 진정 베트남 아이를 입양하기 위해, 이 코비드 시국에 10 간이 넘는 비행기를 타고 이곳에 지금 와 있는지.

저들은 얼마나 간절하고도 애틋하게 아이를 원했을까.

저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커다란 파도에 휘말린 듯한 이 혼돈.

가슴속 깊은 어딘가에서 쥐어짜는 듯한 이 아픔.

앞을 보고 뒤를 보아도 지금 이 곳은 '현실'로 가득 찬 공간.

마음으로 낳은 자식을 데려가기 위해 그들은 지금 이곳에 나와 함께 베트남에 있다.

 



인간이 뭐지..

한 인간이 오고 갔다.


현재 그들과 같은 공간에서 그들의 일상을 매일 보고 있다.

머릿속이 백지다.

자꾸만 '이게 뭐지'라는 생각만 반복해서 든다.

감정을 나 스스로도 도통 알 수 없다.


육아 때문에 힘들다 우울증이다 날리 치는데.

지구 다른 편에서는 아이가 갖고 싶어 이 코로나 시기에 베트남까지 달려온 그들.

코로나 쿼런티와 모든 것을 감수하고 아이를 입양하기 위해 이곳까지 온 그들.


울음이 멈추길 바랬다.

서럽게 우는 울음은 나의 마음을 후벼 팠고 가슴에 통증을 안겨 주었다.

나의 마음도 함께 울었다.


다시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 적는 이 순간에도 다시 눈망울이 맺힌다.


모르겠다...


나 역시 '사람'이라 불리는 막연한 존재이며, 그중 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들 스스로를 넘어선 사람' 위대한 사람이라 칭하고 싶다. 

존경한다.



쇼산이 필라테스 끝나고 나에게 한 말이다.

"이거 좋은 싸인이지? 보육원에서 이아이들의 울음은 무시되었을 테니."

"지금은 새로운 부모 밑에서 마음껏 울 수 있어."

"울면서 부모의 리엑션에 더욱 신기해 하겠지."


"맞아..."

"그 아이들에게 드디어 울타리가 생겼어."

라고 내가 말했다.


그리고 15일 후 그들은 떠났다. 아이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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