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 F, G7 코드외우기
직장 동호회 우쿨렐레 첫 수업이 있는 날이다.
줄 하나가 빠진 채로 우쿨렐레를 들고 갔다.
2016년 하와이 여행 때 와이키키 해변 근처 악기 상점에서 당시 큰맘 먹고, 큰돈 주고 딸을 위해 샀었다.
딸이 초등학교 방과 후 수업으로 우쿨렐레를 해주어서, 멀리서 사 온 쓸모가 있었다. 그게 다였다.
그 후로 창고에서 긴긴 세월을 고독하게 그러나 찬란한 곰팡이 꽃을 피우며 스스로 접근을 차단했었다.
이제 내게 쓸모가 있나 보다고 긴 동면을 깨워, 음에서 양으로 꺼내진 우쿨렐레 가방은 햇볕 샤워와 곰팡이 제거제로 케어를 받았고, 줄 하나를 잃어버린 4분에 3 우쿨렐레를 들고 동호회반을 찾았다.
"선생님 제가 이런 처지입니다. 어떻게 좀 해주세요."
나를 선생님께 맡겼다. 아니 우쿨렐레를.
"소프라노네요."
소프라노, 그런게 있었구나.
선생님은 금세 비어있던 4번 줄을 걸어, 튜닝을 해주셨다.
"선생님, 나머지 줄 3개도 모두 바꿀까요? 좀 오래됐는데요."
"아뇨. 이 우쿨렐레에 돈 들이지 마세요."
동호회원들이 모두 웃었다.
하와이에서 먹은 큰맘과 지불한 큰돈은 아주, 매우 개인적인 가치였던 것으로 결론을 냈다.
이걸로 연습하긴 그른 것 같다.
"일단 오늘은 제 것으로 배우시는 게 좋겠네요."
선생님 것은 좋았다. 말해 무엇할꼬.
"C, F, G7 이렇게 세 개 외우세요."
C코드는 새끼손가락으로, 뭐 이 정도면 쉽네.
F는 요렇게 손가락 두 개로, G7은 손가락 하나, 둘, 세에엣.... 꼬인다. 꼬여.
뻣뻣해진 손가락, 굽어진 목, 힘이 잔뜩 들어간 어깨를 하고, 씨에프지쎄븐을 떠듬거리며 자리를 외고 있는데, "코드가 잘 안 외워지죠? 쉬운 노래를 연주하면 빨리 코드를 익힐 수 있어요."
'작은별'노래를 연주해 보라고 하셨다. 딱 세 개 코드만 사용하는 노래였다.
"오른손 엄지로 가볍게, 편하게, 스트로크하는거에요. 팔을 흔들어도 안 되고, 손목을 흔드는 것도 아니고, 오직 엄지손가락만 움직인다 생각하세요."
오른손 엄지를 신경쓰니, C를 찾던 왼손 손가락이 길을 잃었다.
겨우 찾아낸 C,
"반안짝 반안짝 작은 벼얼, 아아름 다압게 비추 네에"
"아니요, 노래 부르면 안 돼요. 노래를 부르면 박자가 느려져요. 오직 코드만."
노래 부르고픈 본능을 꾹꾹 누르고, C를 찾고, 엄지만 스트로크, 오케이 다시.
"C---, F-C-, F-C-, G7-C"
손가락 끝에서 불이 나는 것 같았다.
내 목표는 영화 "디센던트" OST 같은 하와이 곡을 연주하는 것이다.
언제나 꿈은 원대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