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참~
이제 겨우 세 번째 수업을 앞두고 '싫증 나'를 입에 올리다니.
이건 순전히 내 의지 부족이고, 시작만 늘 벌여놓고 끝까지 못 하는 근성 부족이고, 부족한 내 탓에서 시선을 돌려볼까 하고 꼼수로 생각해 낸 마음의 소리다.
악보는 보기 싫고, 코드는 조금(C, F, G7) 알고, 띵까띵까 빨리 한 곡 뽑고 싶은 마음은 막 저만큼 앞서가고 있는데, 언제까지 '작은 별'만 칠 수는 없고, 다른 곡을 연주하려면 새로운 코드를 외어야 하니, 싫증이 났다.
모든 건너뛰는 법은 없다고. 건너뛴 만큼 어딘가에서 메꿔야 하고, 차근차근 꼭꼭 밟아 왔다면 속도는 늦어도 결국 다 내 것이니, 심기일전하자.
주역에서 '운(運)'이란 계획한 대로, 목적한 대로 달성하는 힘이라고 했다.
운이 강한 사람이 되려면 목적을 달성하려고 노력이라는 것을 해야 할 터, 복습만이 답이다.
사실, 야근하고 집에 가서 우쿨렐레를 만질 여유가 없다.
우쿨렐레는 자기 가방 안에 들어앉아 LED 조명 아래 그늘진 의자 뒤 어디쯤에서 내 눈에 띄지 않으려고 숨어 있다. 저녁 8시 넘어 집에 들어가면, 층간소음을 조심해 달라는 안내 방송에, 우쿨렐레? 언감생심 아예 맘을 먹지 않는다. 가끔 마음도 동하고, 눈에 띄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뻗친 손은 TV 리모컨을 잡고 있다. 채널을 돌리고, 돌리다 보면 눈이 슬슬 감긴다. 앉아 있었지만, 어느새 누워있고, 꼭 쥐고 있던 리모컨이 손에서 스르륵 빠져나가 마룻바닥에 부딪히며 낸 천둥 같은 소리에 화들짝 깨서는 우쿨렐레고 뭐고, 취침모드로 직행해 버린다.
핑계고!
세 번째 수업을 위한 복습이다.
뭐였더라. C, F, G7, Am, Dm, Em, D
'작은 별'부터, '가시나무', '서른 즈음에' 복습!!!
알 수 없는 불협의 멜로디가 ASMR 소리처럼 귀를 간질인다. 아니 거슬린다. 남편이 흘끗 쳐다본다.
돋보기 쓰고 그 작은 악기와 진지하게 씨름하는 모습이 기특했는지, 웃겼는지, 아니면 멈추게 하고 싶었는지, 사진을 막 찍어댄다.
"찍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