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소년의 사랑이야기
수강생은 모두 다섯이다.
다섯 명의 진도가 세 반으로 나뉜다.
나는 이들 중에서 초급반을 담당하고 있다.
배움의 진도 차이는 배우는 노래로 구분할 수 있다.
가장 오래 수강하고, 상급반의 두 명은 스팅의 '잉글리쉬맨 인 뉴욕'을, 중급반의 두 명은 '산골 소년의 사랑 이야기'의 멜로디 부분을, 나는 반주 부분을 연습한다.
이렇게 표현하니까 초급반 수준이 높다고 오해할까 싶어 부연 설명을 하자면, 노래만 같지, 나의 주된 연습 부분은 코드를 외워서 잡느냐, 코드표를 보고 잡느냐, 외웠다 하더라도, 다음 코드로 진행할 때 박자에 맞춰 움직이느냐 더듬거리다 박자를 놓치고 허둥대느냐 수준이다.
수준별 강습이 진행되지만, 나는 종종 다른 진도에 휩쓸린다.
가령, 선생님이 내게 Bb 코드 잡기를 가르치다가,
"16박자는 어떻게 쳐야 하죠? 쪼개야죠."라고 중급반에 말하는 것인데도, 나의 오른손은 허공에서 쪼개는 시늉을 하고 있고, 악보를 바라보고 있던 눈은 매직아이가 돼서 얼빠진 모습이 되고 만다.
선생님은 정신 차리라는 듯,
"코드 외우셔야죠?"
그제야 내 자리로 돌아온다.
Bb코드는 잡기가 아주 난감하다.
검지는 펴고, 중지는 최대한 구부리고, 약지는 또 어정쩡하게 펴서 3번, 2번, 1번 줄을 건드리면 안 된다.
기괴하고, 불편하기 그지없는 손가락 모양을 하고 힘껏 눌러보지만, '뚜다다차, 즈따다다', 파열음과 파찰음이 지저분하게 섞일 뿐이다.
산골 소년의 사랑 이야기가 슬픈 것은, Bb 때문 아닐까?
사랑은 고통스러운 거야!
'폭싹 속았수다' 드라마에 푹 빠진 선생님은 다음 곡으로 '너의 의미'를 고르셨다. 드라마보다 아이유에게 더 빠지신 듯하다.
나는 오프닝에 흐르는 '봄'이 좋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