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드리 헵번처럼
역시 마음이 문제였다.
내가 마음먹기를 달리하니 선생님이 친절해졌다.
나는 학생의 본분을 최대한 지켰다. 대답도 잘했고, 가르쳐주는 데로 받아들였다.
질문을 빙자한 아는 체도 하지 않았다.
선생님 표정도 부드러워졌다.
선생님이 변한게 아니고, 내 마음이 그렇게 읽었다.
오늘은 3박자 아르페지오 주법을 알려 주셨다.
엄지는 4번 줄을 아래로 튕기고 3, 2, 1번 줄은 나머지 세 손가락으로 동시에 튕겨 올리는 것이다.
쿵 짝짝, 쿵 짝짝, 다운 업업, 다운 업업, 연주가 제법 풍성하게 들려, 내가 꽤 잘하는 것 같았다.
창가에 걸터앉은 오드리 헵번을 상상하며, '문 리버(Moon River)'를 연주했다.
가사는 모르지만, 노래를 부르고픈 욕망을 꾹꾹 누르고, 코드와 박자, 리듬에 집중했다.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아르페지오 손 모양이 아주 좋아요. 몇 달 먼저 배운 분들보다 훨씬 좋네요. 오늘 코드도 다 외우고, 잘하셨어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고쳐먹은 내 마음이 칭찬받는 것 같았다.
나는 학생이다.
그리고 지금은 오드리다.
문 리버 와이더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
사진출처: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