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쓰고자 한 원고의 흐름을 생각하며 '자'로 시작하는 말을 열심히 가져다 조합해 보았다. 썩 괜찮은 라임이 만들어졌음에도 원글에는 등장할 일이 없었다.
자존감, 자신감, 자발적, 자기애...등등의 긍정적인 언어를 떠올리면 내가 몸담고 있는 온라인 카페의 '언니들'이 생각난다. 특히 '아티스트 웨이'라는 책으로 만나 12주간 워크숍을 함께한 이들과는 3년째, 서로의 성장을 응원하고 격려와 지지를 아끼지 않는 따뜻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어떤 구성으로 풀어낼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그녀들을 떠올렸다. 자존감 UP! 주체성 UP! 을 지향하는 전UP주부 이야기를 하는데 그녀들이 빠질 수 없지. 전UP주부와 연결되는 그녀들의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글에 영감을 불어넣어 줄, 중요한 소재가 될 것이라 확신했다.
1. 자신을 소개해 주세요.
2. 전업주부로 살게 된, 살아온 이야기가 궁금해요.
3. 당신의 하루(혹은 일주일 단위로 반복되는), 보통의 일과는 어떤가요.
4. 가사와 육아 외 ‘나를 돌보는 시간’에 주로 무엇을 하시나요?
5. 작은 것부터 시도했던 경험을 나눠주세요.
6. 크고 작은 시도들이 좌절됐던 기억을 나눠주세요.
7. 점점 확장된 나만의 세계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8. 당신은 지금 어떤 일에 도전하고 있나요(싶나요)?
9. 당신의 가까운 미래를 그려주세요. 혹은 3년 뒤 나의 모습을 선포해 보아요.
10. 전업주부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따뜻한 한마디를 부탁해요.
전업주부인 그녀들, 전업주부였던 그녀들이 설문에 선뜻 응해주었다. 직장인이었다가 전업주부가 된 경우, 전업주부였으나 지금은 직장인인 경우, 한결같이 전업주부인 경우 등 다양한 사례가 섞였으나 그녀들에겐 공통점이 있었다. 그 공통점은 정성껏 보내준 답변 안에서 고스란히 빛을 내고 있었다.
열 명의 전UP주부 이야기는 노련한 편집자로 둔갑한 내 손을 거쳐 각각 열 꼭지의 글로 탄생했다. '너무 거저먹는 것 아닌가.' 하는 염려가 없지 않았는데, 결과적으로 거저먹는 쾌재는 일어나지 않았다. 막판에 열 꼭지를 <전UP주부의 현재형>, <전UP주부의 과거형> 두 꼭지로 줄이는 통에 전체 구성이 뒤흔들리며 한 단계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되어주긴 했다. 내 원고에서 그녀들의 분량은 줄었지만, 내 마음 속 그녀들의 지분은 여전하다. 브런치에 글이 올라오면 반가워하며 읽어줄 것을 알기에, 그저 고마운 마음 뿐이다.
열 개의 질문에 성심성의껏 답을 해준 그녀들은덕분에 지난 삶과 생각이 정리되었다고 말해주었다. 당신에게도 '참신하고 유뇌한 질문'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