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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문학이 당긴다

-고전을 읽는 새로운 이유

by 기나 Mar 12. 2025

나 드디어 <돈키호테> 읽는다. (미래형) 운동을 하면서 <나의 돈키호테>라는 제목의, 근 몇 년간 트렌디한 흐름을 보여주는 흔한 소설들 중 하나다. 정말 의미 없이 골랐다. 오디오북 소설 선택지가 많지 않다. 그렇게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제목이 어째서...)을 읽었고, <작은 땅의 야수들>을 읽었다. <작은 땅의 야수들>은 잘 읽었다. <나의 돈키호테>가 나에게 주는 의미는 돈아저씨가 '미쳐'있었던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에 대한 무지를 벗어나고 싶다는 것. 책과 사람을 연결하는 신뢰 높은 매개자가 되고 싶다는 갈망이 있는 나는 <돈키호테>의 어느 구석이 그토록 독자를 흘리는지 알고 싶었다. 어떻게든 올해 안에 읽고 복귀해야지 했는데 독서모임에서 읽을 기회가 생겼다. 


요즘 운동할 때는 정유정의 <영원한 천국>을 듣는다. 정유정 작가 소설 특유의 기 빨림이 있어서 찾아 읽지 않는데 워낙 트렌디해서 오디오북으로 잘 나온다. <지니, 지니>도 그렇게 읽었던 것 같다. 이번에 들으면서는 다른 부분이 거슬려서 이제는 도저히 안 되겠다고 생각하며, 그러나 기왕 시작했으니, 게다가 스토리는 또 재미있니 계속 듣고는 있는 참이다. 기계, 기술로 온갖 편리를 추구하고 자연을 지배하더니, 소설 속에서 이제 인류는 죽음을 극복하려고 한다. '롤라'의 정체를 정확하게 상상하기 어려운데 뭔가 원하는 삶을 살게 해주는 형태다. 죽음도 불사한 거겠지? 제목이 '영원한 천국'인걸 보면. 


저녁 자기 전에는 아이들과 어린이책을 읽고 있는데, 내가 읽고 싶어서 빌려온 책이 며칠 전 수형이가 아파서 내 옆에 누웠을 때 잠못이루나 싶어서 읽어주기 시작한 게, 지동이까지 같이 읽게 되었다. <마지막 레벨 업> 표지 삽화가 영 미래공상소설 같아서 흥미롭지 않았는데 재미있는 설정이라 기대감이 생겼다. 그런데 웬걸. 죽음 직전의 딸을 '판타지아'라는 게임 속 세상에서 살게  하는 게임회사 오너가 딸의 친구까지 판타지아로 '이주'시키려는 계획을 한다. 죽음 직전의 딸이 어디까지 죽었고, 어디까지 살아있는지는 썼다 지웠다. 말하면 '누설'하는 기분이 들게 하는 부분이다. 아무튼 이 책에서도 '영원한 생명'을 약속하는 장면이 나왔다. 소름 끼쳤다. 


<돈키호테>가 모험이며, 이상주의며, 힐링과 위로며 하는 다양한 여러 개의 연결고리를 가지는 것과 달리 정유정의 소설은 인간의 욕심-선 넘기-기계주의라는 같은 선상의 주제를 벗어나기 어렵다고 느낀다. 내가 소설을 어려워하는 까닭이 '무슨 소리를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어서'였는데 방금 한말은 '하고 싶은 말이 뻔해서 싫다'는 것처럼 들린다. 정말 나 같은 독자라니(^^). 게다가 세상이 정말 다변화되고 오색찬란한데 이야기는 비슷비슷하다. 고전의 시대가 단조롭다는 느낌은 오해인 것 같다. 요즘 이야기 대체로 뻔하고, 옛날이야기 대체로 다채롭고 어디로 갈지 모르겠다. 


어쨌든 오늘 밤, 나는 다짜고짜 어서 고전으로 도망가고 싶어졌다. 말이 많은 같은(더 풍부하고 재미있는 해석이 되는) 고전으로. 그리고 나는 소설의 관점은 하나인 좋다. 인물별로 관점 달리해가며 구성되는 일부 요즘 소설은 약간 욕심쟁이 같다. 


아이들에게 책읽어주다가 놀래서 쓰다보니 쓰게 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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