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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센스 Jun 26. 2022

아르바이트생에게 무례한 사람들

왜 그렇게까지 하는 것일까?

도대체 얼마나 화가 난 거야?


episode 1.

어느 날처럼 평범하게 하교 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그 날은 주방 쪽을 맡아 가게 뒤에서 열심히 햄버거를 만들고 있었는데 갑자기 나이 든 여자의 고함 소리가 들렸다. 토악질 소리에 너무 놀라 홀 쪽으로 뛰어나가 보니 카운터를 보고 있던 아르바이트생에게 콜라가 가득 담겨있는 컵 2개를 던지고 있던 게 아닌가?


카운터 쪽은 콜라 바다가 되었고 그 손님이 던 지 콜라를 직격탄으로 맞은 아르바이트생은 온몸에 콜라를 뒤집어쓰게 되었다. 그럼에도 화가 안 풀린 그 중년의 여성은 책임자 나오라며 고래고래 오랜 시간 동안 소리를 지르며 난리난리를 쳐댔다.


나중에 점장님의 사과로 이 사건은 마무리가 되었지만, 그 손님이 난리를 치고 간 가게를 치우면서 나는 너무나도 수치스럽고 괴로운 심정을 느꼈다. 옆에서 바라만 보던 내가 이 정도로 스트레스받는데 당사자는 얼마나 수치스러웠을까?


그 중년의 여성이 난리 쳤던 이유단 하나, 본인은 콜라 라지 사이즈를 시켰는데 아르바이트생이 미디엄 사이즈로 줬다는 것이다. 자신은 여기 단골이고 자주 와서 무조건 라지 콜라 3개를 시키는데 왜 그걸 까먹었느냐, 단골을 이런 식으로 대해도 되는 것이냐?라는 이유에서였다.


십몇년이 흐른 지금에서도 다시 생각해보면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그 정도면 정신병이 아닌가...?



episode 2.

또 하루는 손님이 숟가락을 바꾸어 달라고 나에게 요청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너무 바쁘고 정신이 없는 나머지 그 요청을 까먹어버렸었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 화가 난 손님은 내가 있는 쪽으로 다가오더니 홈바에 있던 트레이를 내쪽으로 던져버렸다. 그리고는 이렇게 소리쳤다.


"왜 내가 요청한 거 안 줘요?"

"못생긴 여자는 이렇게 함부로 무시해도 되는 거예요?"


나는 너무 놀라서 손이 덜덜덜 떨리기까지 했다. 그런 게 아니다 너무 바빠서 정신이 없어서 그랬다. 죄송하다. 외모 비하 생각은 1도 하지 않았다. 등등 순간적으로 빠른 변명들을 늘어놓았지만 그 손님은 화가 가시기 않는지 한참 동안 서서 나에게 폭언을 쏟아내었다.


그날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많은 생각을 한 것 같다. 물론 내가 잘못한 것은 맞다. 하지만 이 정도로까지 모욕을 당할 일인가?? 왜 그 사람이 받고 있는 스트레스까지 내가 다 전가받아야 하는 것이지?



episode 3.

한가롭던 오후. 여성 손님 두 분이 가게로 들어왔다. 그 손님들은 커피를 시키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나에게 커피 리필 요청을 하였다. 1회까지 리필이 가능했던 매장이라 공손하게 커피 리필을 해서 가져다 드렸다.


두 분의 커피잔 디자인이 똑같아서 헷갈리지 않게 오른손은 단발머리 분, 왼손은 긴 머리분을 생각하며 컵이 바뀌지 않게 신경을 썼었다. 리필된 커피를 받자마자 한분이 나에게 짜증 섞인 말투로


"컵이 바꿨잖아요!"

"내가 계속 지켜봤는데 컵을 바꿔서 주면 어떻게요?!" 라며 핀잔을 주었다.


그래서 내가 신경 써서 바뀌지 않게 리필해서 온 것이다라고 말했더니


"그럼 내가 거짓말을 한다는 거예요?"

라며 짜증을 한층 더 높여 말을 토해냈다.


그 순간을 모면하는 법은 그냥 내가 잘못했다. 다시 가져다 드리겠다 하면 될 것 같아 나는 그저 죄송하다며 일을 일단락 지었다.


다시 돌이켜 생각하면 진짜 너무 억울한 일이지만 그 당시에 사장님들은 아르바이트생 보다 손님들을 더 먼저 생각하던 분위기였어서 항상 슈퍼을은 어린 아르바이트생이 되기 마련이었다.


이런 일련의 손님 갑질들을 당하면서 느낀 것은 '나는 절대 저러지 말아야지!'와 다음부터 당하면 나도 가만히 있지 않아야지!라는 일종의 오기였다.


다 같이 사는 세상이다.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상대방을 조금이라도 존중하는 마음을 바탕으로 불만을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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