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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단 Aug 07. 2024

3. 문자 서비스는 안돼요?

     

오늘은 대충 몇 가지 일만 하면서 때우면 되겠다고 생각했지만, 매번 하루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오후에 갑자기 떨어진 업무인 ‘제설함 정비’를 나가야 하니 오전에 할 일들을 빨리 끝내야겠다고 생각하고 자리에 돌아와 앉자마자, 어떻게 알았냐는 듯 전화기가 불을 깜빡이며 울려댄다.  

 

   

“네, 강민구입니다.”

-‘거기 동사무소인가요?’


“네, xx행정복지센터 입니다. 동사무소요. 말씀하세요.”

-‘아, 아니 보니까 경차 유가 보조금인가 그런 게 있다는데 그게 뭐죠?’


“어,, 그런 게 있다고 저도 들어는 봤는데요, 잠시만요. 저도 인터넷으로 한번 찾아볼게요.”

-‘아니! 몰라요?’


대짜고짜 전화하자마자 모르냐고 난리다. 민구도 사람인지라, 약간의 짜증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말이 좋게 나올 리가 없다.


...저희가 모든 걸 다 알지는 못합니다. 선생님.”


민구도 입 밖으로 말을 내뱉었지만, 아차 싶었다. 듣는 입장에서 약간 화가 날 만 한 답변이었다.


-‘동사무소에서 모르면 누가 안대요?’


민원인이 슬슬 발동을 걸기 시작했다. 책 잡히기 전에 얼른 질문에 친절히 대답해 주는 방법밖에 없다. 


문제는 동사무소에서 하는 업무가 아니다. 대충 인터넷 검색 결과를 훑어보니, 카드사로 신청하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카드사로 문의하라고 안내하는 수밖에 없다. 민원인 한 명을 위해서 카드사에까지 물어봐서 알려줄 수는 없을 노릇이다.


“잠시만요. 아, 여기 나오네요. 카드를 만들어서 그 카드로 주유비를 결제하시면 환급되는 방식인 것 같네요. 카드사로 한번 문의해 보세요.”


카드사로 문의하라고 대답하자마자 대뜸 하는 말.


-‘카드 사요?’

“네에, 카드 사요.”

-‘아니, 정부에서 지원하는 건데 동사무소에서 신청하는 게 아니라, 카드사로 하라고요?’



정부에서 지원하면 동사무소에서 다 하는 줄로만 안다. 정부에서 지원한다고 뉴스에 새로운 무엇이라도 나오면, 민원인들은 죄다 동사무소에서 알고있는 줄로만 안다. 득달같이 전화해서, 뉴스에는 나오는 데 왜 모르냐고 난리다.



-‘카드요? 내가 가진 카드 말하는 거야?’


반말모드 시작이다. 민구의 인내심도 거기까지, 또 한번 민원인을 자극한다.



“네에, 카드 사요. 선생님. 동사무소에서 모든 걸 하지는 않습니다. 선생님이 사용하시는 카드사에 일단 문의해 보세요. 경차 유류비 환급용 카드가 있는지요.”


- ‘나, 참. XX카드도 있구?’

“네... 있는 것 같긴 한데, 정확한 거는 전화하셔서 한번 물어보시죠.”

-‘전화번호가 뭔데? 좀 문자로 보내줘봐.’


민구는 '문자? 내가 문자까지 보내줘야 돼. 카드사 전화번호를?'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보내주자면 보내 줄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불러 드릴게요.”

-‘아, 나 지금 정신없어서 못 외우는데. 문자 서비스 안 돼?’


'문자 서비스? 서비스?'


“간단하니까 외우실 수 있어요. 선생님. 제가 불러 드릴게요. XXXX-XXXX예요.”

-‘아, 외울 수 있을라나 모르겠네. 동사무소에서 문자 서비스도 안 하고. 나, 참. 아. 알았어. 바쁘나까 끊어.’   

  


뚜뚜뚜뚜뚜뚜.      



언젠가부터 동사무소가 행정복지센터가 되더니, 이젠 서비스센터가 되었나 보다. 가끔 정말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것들이 튀어나올 때는 이곳이 서비스센터가 맞구나 싶을 때가 있긴 하다.


‘이런 것까지 우리가 하고 있다고?’


싶을 정도로 다양한 일을 ‘서비스’ 하고, 매일 또 새로운 일들이 달랑 공문 한 장과 함께 넘어오고 있다. 바야흐로 '문자 서비스'까지 해야하는, 행정복지 그리고 서비스센터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 위 내용은 사실이 아니며, 사실을 바탕으로 한 허구의 이야기입니다. 

* 커버이미지: 사진: UnsplashSamuel Ang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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