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6.9. 재수생이라는 세계

재수생 엄마 일기

by 새나

우리 딸이 다니는 학원의 반은 2주마다 자리를 바꾼다. 일찍 간 사람 순서로 좋은 자리에 앉을 수가 있어서 2주마다 월요일엔 평소보다 한 시간 정도 빨리 나간다. 한 반에 28명 정도 되는데 맨 앞 줄이나 앞쪽 가장자리 자리는 인기가 없다. 그렇다 보니 2주마다 자리 잡기 전쟁이다.


아마도 아이들 긴장이 풀릴까 봐 반 담임 선생님 나름대로 전략을 세운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계속 같은 자리에 앉으면 아이들이 덜 선호하는 자리에 앉은 아이들은 불만도 생길 거라서 그럴 것이다. 그것도 반마다 달라서 다른 반들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자리를 바꾸는 거 같은데 우리 아이 반만 2주마다 스릴과 긴장이 감돈다. ​

다음 주 월요일에도 아침에 일찍 가서 자리를 잡아야 하는 날이다. 어제 아이를 학원 앞으로 픽업하러 간 남편이 아이가 화장실에서 아주 무서운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무서운 소리라고 해서 학원괴담이나 전설을 상상했는데 그것보다 훨씬 무서운 이야기였다. ​

어떤 아이가 집에서 4시 30분에 나올 거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늘 2등으로 오는 아이란다. 꺄아~~~


우리 아이도 지난번 자리 잡는 날에는 5시 30분에 나갔는데 6-7번째로 도착했다고 해서 우리 부부가 경악을 금치 못했는데 아이들이 자리 잡는 날에 1등으로 도착하고 싶다는 자리 잡기 1등 경쟁이 뜨거운 거 같다.


딱히 새로울 거 없는 날들을 보내서인지 공부로 1등 하기가 어려우니 뭐라도 1등을 하고 싶은 건지 폐쇄적인 집단에 있다 보니 작은 일에 집착하게 된 건지 ㅎㅎ

이런저런 추측을 하게 된다.

우리 아이에게 다 같이 늦게 가서 오픈런하자고 대타협을 제안해 보는 게 어떠냐고 했지만 아이는 난처해하기만 한다. 다 같이 가격 경쟁을 해서 제 살 깎아먹기를 하는 사업하는 사람들 같기도 하고 참 묘한 상황이다.


다들 자리 잡는 날에 1등으로 출석해야겠다는 오기가 생긴 거 같다.



일찍 오는 아이들은 늘 정해져 있다고 하고 일찍 오는 순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하는데 일찍 오는 아이들끼리 경쟁이 그렇게 치열하다고 한다. 재수생이라는 세계에서 아이들이 뭐든 열심히 하는 건가 싶기도 해서 안쓰렵기도 하다.


아마 나중에 돌아보면 자리가 뭐라고 좋은 자리를 위해서 그렇게 새벽에 나갔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피식 웃게 되는 날이 오리라.



뭐 하나라도 더 알기 위하여 조금이라도 더 칠판이 잘 보이고 집중이 잘되는 자리에 앉으려고 노력하는 아이들의 노력의 땀방울들이 모여서 분명히 좋은 결실을 맺게 될 것이다.

우리 선희

어제 본 ‘우리 선희’에서 “뭐든 끝까지 파봐!”라고 연거푸 말하던 감독의 안타깝고 애절한 소리가 떠오른다.


하는 척만 하거나 남들 앞과 혼자 있을 때 참 다른 우리네 삶을 꼬집는 거 같기도 하고 남의 인생에 대해선 쉽게 비난하고 판단하면서 정작 자신의 삶 앞에서 그리 진지하거나 열을 다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감독이 화를 내는 거 같기도 했던 말이다.


아이가 고 3 때 우선 최선을 다 해보라고 했던 일이 생각난다. 왜 해야 되는지 모르겠다는 아이에게 하다 보면 알게 된다고 했었는데 아이는 왜라는 문을 열지 않고 잠들었었다. ​


아… 다음 주 월요일엔 몇 시에 가려나? 아이가 원하는 시간에 데려다주겠다는 남편의 말에 그저 웃었다. ㅎㅎ

​​

#재수생엄마일기 #재수학원



다행히 이제는 2주에 한 번씩 제비 뽑기로 자리를 바꾼다고 한다. ㅎㅎ 선생님도 아이들의 자리 경쟁이 이렇게까지 치열해질 줄 몰랐을 것이다.

아이들 마음이 그만큼 절박해서 좋은 자리에 앉아서 공부하고 싶었던 거 같다. 웃프다.

부디 모든 아이들이 원하는 열매를 맺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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