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03 9월 모의고사를 앞두고 D-74

재수생 엄마 일기

by 새나

마음일기는 그날그날 내 마음에 와닿은 이야기를 글로 적으면서 내 마음을 정리하는 글이다.

요즘은 개인적으로 9/12까지 준비할 것도 있고 원하든 원치 않든 회사에서도 맡은 일을 마무리해야 해서
마음에 집중하질 못하고 있다.


회사에서도 그렇고 집에서도 그렇고 할 일이 줄을 잇다보니 마음이 계속 분주하다.

이번 여름엔 휴가도 가지 않았고 내가 좋아하는 바다를 보러 간 지도 6개월이 다 되어가는 거 같다.

분기별로 바다에 가든 캠핑을 가든 했는데, 재수생 딸아이와 의리를 지키며 지내고 있다.

덩달아 이제 고1인 아들도 방학동안에 콧바람 한번 쐬 보지 못하고 지나갔다.

아이들이 중고등학생이 되면 아이들과 시간을 맞추어 어딜 다녀오는 일이 대사가 된다.


어느 새 9월 초가 되었고 D-100일이 지난 후로는 시간이 더 빠르게 가는 기분이 든다.

10일 단위로 앞자리가 바뀌다보니, 수능일이 숨가쁘게 가까워지는 느낌이 든다.

다음 주 수요일에는 드디어 9월 모의고사를 보는 날이다.

9월 모의고사 결과에서 이변이 없다면 수능점수를 예측할 수 있어서 긴장감이 높아지는 모의고사이다.

게다가 킬러문항을 제출하지 않겠다는 첫 모의고사라서 언론이나 교육계에서는 더욱 예민하게 들여다보게 될 시험이다.

9월 모의고사가 끝나고 나면 수시 접수를 시작한다. 9월 모의고사를 바탕으로 수시 접수를 하게 되므로 더더욱 신경써서 보게 되는 시험이다.

출처 : 한겨레

나 역시 아이가 1월부터 지금까지 고생한 결과를 확인하는 시험이다 보니, 긴장된다. 물론 이미 작년보다 성적이 많이 좋아져서 욕심을 내려놔야지 하는 생각을 하지만, 조금만 더 잘 보면 좋겠다는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수능에서 2~3문제를 더 맞추면 학교가 달라지고 과가 달라지는 게 입시 결과라서 9월 모의고사를 앞두고 있으니 벌써부터 입이 바짝바짝 마른다. 당사자인 아이는 오죽할까 싶다.

아이가 지나치게 긴장해서 머리가 하얗게 변하고 모르는 문제를 보고 다음 문제에도 긴장할 수도 있으니, 마음 놓고 평소대로 편하게 풀라고 했다. 지금까지 잘해왔으니까 그대로만 하라고.

말하면서도 '아무 도움이 안 될 거 같은 이 말들을 나는 왜 하고 있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 지인들은 나에게 아이는 잘하고 있는데, 니가 멘탈관리가 어려운 거 같다며 오히려 나에게 멘탈관리를 잘하라고 조언을 해주곤 한다. 그러고보면 아이는 지금까지 흔들림 없이 성실하고 꾸준하게 잘해오고 있다.

이제 정말 얼마남지 않은 날들도 잘 지낼 거라고 믿는다.


여름방학 때 시간이 남아도는 대학생 친구들을 보면서 무척 부러워했다. 대학교 1학년은 알바도 구하기가 어려워서 (경력이 없다보니... 신입은 도대체 어디에서 경력을 쌓을 수 있는 걸까?) 빈둥빈둥 놀면서 방학을 보내는 친구들이 많다고 하면서 말이다.

나는 그럴 때마다 너도 곧 그런 날이 올 거라며 격려하곤 했다. 이제 곧 대학생이구나. 축하해.라고 미리 축하 인사도 한다.


가끔은 대학이 뭐라고 이렇게 에너지를 쏟아야 하나하는 회의감이 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원해서 재도전하고 잘해내고 있으니 금메달을 목에 걸어주고 싶다.


인생을 살다보면 잘못된 선택을 할 때도 있고, 지나고보면 '그 때 왜 그렇게 살았을까?' 하며 내가 나 자신을 이해하기가 어려울 때도 있다. 그때의 나도 나고 지금의 나도 나이니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정신 건강을 지키기가 수월할 것이다.


백날 나와 내 주변과 부모님을 탓한 들 이미 지나간 과거를 돌이킬 수도 없으니 말이다. 아쉽고 서운하고 원망스럽고 후회가 되더라도 그때의 내가 그럴 수밖에 없었음을 인정하고 토닥여주고 바로 '오늘'을 살자.

같은 생각을 반복하며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후회하는 사고를 '반추'라고 한다. 때로는 반추가 필요하기도 하지만, 반추가 지나치게 반복되면 오히려 독을 뿜어내며 내 삶을 망가뜨리는 원흉이 된다.


요즘 '경이로운 소문 2'를 보면서 이타적인 삶을 사는 소방관이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임산부 아내를 생각하며 복수에 집중하면서 자신의 삶과 주변의 삶까지 망가뜨리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안타깝다.

하지만 나라고 다를까? 소중한 이를 억울하게 잃은 상실감을 견뎌내는 것이 너무 힘드니까 복수와 분노로 그 상실감을 이겨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시기가 지나고 나면 새로운 후회가 밀려올 수 있으니, 너무 멀리는 가지 말아야겠지. 슬퍼하고 아파하면서 이성을 가지고 내 삶의 테두리를 지켜낼 수 있을 정도의 고통만 우리에게 찾아온다면 어쩌면 다행이다.


9월 모의고사를 앞두고 애쓰는 아이를 보면서 내가 지나온 수험생 시절이 떠오르곤 한다. 내가 겪었던 후회와 회한을 아이가 반복하지 않길 바라며 많은 이야기를 해 주었으나, 아이의 인생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나중에 후회할 수 있으니 조금만 더 힘을 내 보자고 수백 번 이야기했으나, 아이는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내 말을 듣지 않았고 결국 재수를 선택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부모가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해도 아이의 인생 선택권은 아이에게 있으므로 아이를 존중하고 기다리고 믿는 것이 부모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아이를 협박하고 강제로 부모의 바람대로 살게 한다면 그 부모와 아이의 삶은 그리 행복하지 못할 것이다. 아이를 성공하게 할 수는 있으나, 그 성공이 아이를 진정한 행복의 길로 이끌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걸 상처투성이 영광이라고 해야 하려나...


아이 스스로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 때까지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주고 기다려주는 것이 부모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아이의 인생을 평생 대신 살아주려고 하지 말자. 그것이 불행의 씨앗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재수생엄마일기 #9월모의고사


keyword
이전 13화‘23.8.20 수능 D-88 - 과민성대장증후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