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떠나는 과학 여행 : 07 화성 송산 고정리 공룡알 화석산지
비록 커 갈수록 과학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긴 하지만, 유치원생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의 어린 친구 중에는 과학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상당히 많다. 그런 아이들에게 과학이 친숙하게 다가가는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공룡'이라는 존재다.
티라노사우루스, 벨로시랩터, 브라키오사우루스, 트리케라톱스, 스테고사우루스, 아파토사우루스 …
아이 중 공룡에 푹 빠져있는 친구들은 위의 공룡 이름에 굉장히 익숙하다. 가끔은 나도 잘 모르는 공룡 이름을 말하며 질문을 던지는 아이를 만나곤 하는데, 그럴 때는 그 어린아이에게 내가 오히려 배우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그런 아이들을 보면 대견스러운 기분이 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조금 안타까운 점도 없지는 않다. 공룡을 좋아하는 아이라 해도 우리나라에서 발견되어 우리나라 이름을 가지고 있는 공룡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동탄 신도시가 위치한 경기도 화성시는 사실 공룡으로 유명해야 마땅한 도시다. 화성시 홈페이지를 가보면 화성시의 공식 캐릭터를 확인할 수 있는데, 공식 캐릭터는 놀랍게도 바로 공룡이다. 화성은 공룡 골격 화석이 발견된 지역이며 동시에 공룡알 화석산지를 보유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먼저 소개할 것은 '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라는 이름의 공룡이다. 대충 해석하자면 '화성에서 발견된 대한민국 뿔공룡'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이름이다. 화석은 2008년 경기도 화성시의 한 방조제(아마도 전곡항과 탄도항 사이?) 인근에서 발견되었다.
발견된 화석은 공룡의 하반신 부분으로 전신 화석은 아니지만 온전한 형태의 골격 화석으로 지질학적 가치가 높다. 이 화석은 이후 연구 과정을 거쳐, 뿔공룡류로 판정되었고 '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 코리아케라톱스의 특징은 척추뼈 부분에서 길게 돋아난 신경돌기다. 이 신경돌기로 인해 상당히 넓적한 모양의 꼬리를 가지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꼬리는 물가에 살며 헤엄을 치는데 활용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화성시의 공식 캐릭터 '코리요'는 바로 이 '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를 캐릭터화한 것이다. 코리요는 화성시를 홍보에도 활용되고 있지만, 만화 애니메이션, 환경 뮤지컬, 영화 등의 캐릭터 상품으로도 활약했고 현재도 화성시 공영버스에 코리요가 그려져 있다. 특이한 점은 '코리요'의 동생으로 설정된 두 명의 다른 뿔공룡 캐릭터(알콩이와 달콩이)가 있는데, 이 캘릭터들은 알 껍데기를 쓰고(또는 입고) 있다. 이는 공룡 화석과 공룡알 화석이 모두 나온 화성시의 특징을 설명하기 위한 설정이 아닌가 추측해 본다.
한데 코리아케라톱스와 공룡알 화석산지에서 발굴되는 공룡알 화석 사이에 직접적인 관계성이 확인되지는 않는다. 추정 연대도 코리아케라톱스 화석은 약 1억 년 전인데 비해, 공룡알 화석들은 약 8,500만 년 전으로 차이가 있다. 하지만 두 화석 모두 경기도 화성(시화호) 일대에 백악기에 공룡들이 번성했던 지역임을 보여주는 증거임에는 틀림이 없다.
앞서 살펴본 대로 화성에는 공룡알 화석도 있다. 공룡알 화석산지는 화성시 송산면 고정리에 위치해 있다. 화석이 발견된 지역은 과거 바닷물이 들어오는 지역이였으나 지금은 시화방조제 건설 이후 육지화가 되었다. 현재는 드넓은 갈대밭이 펼쳐져 있는데, 갈대숲 한가운데 과거 섬이었던 나무가 우거진 지형들이 보인다. 바로 이 과거 섬이었던 지형 곳곳에서 공룡알 화석이 발견되었다.
공룡알 화석산지를 둘러보기 전에 방문자센터를 먼저 들러보는 것이 좋다. 방문자센터에는 공룡알 화석에 대한 설명뿐 아니라, 앞서 살펴본 코리아케라톱스 골격 화석과 복원 모형이 전시되어 있기도 하다. 충분히 둘러보고 나올 수 있다. 특히 2층에서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영상도 상영 중이다. 상영 시간에 맞춰 방문해 영상까지 보고 공룡알 화석산지를 둘러보시는 것을 추천한다.
화석산지를 직접 둘러보기 위해서는 방문자센터를 나와 길을 건넌 후 갈대밭을 가로질러 걸어가야 한다. 걱정할 필요는 없다. 나무 데크가 깔린, 잘 관리된 산책로가 있다. 산책로를 따라 화석산지를 둘러보고 다시 방문자센터까지 돌아오는 데는 1시간 정도 소요된다. 주변의 갈대밭 풍경을 즐기며 걸어도 좋다. 서울 근교에서 이 정도 규모의 공간에 펼쳐진 갈대숲 중앙을 걸어갈 만한 곳은 별로 없다. 다만 햇볕을 피할 곳이 마땅치 않아 한여름에는 걷기가 조금 불편할 수 있다.
20~30분 정도 걸어들어가면 이곳에서는 다양한 모양의 공룡알 화석을 볼 수 있다. 공룡알 화석은 구형의 흔적이 남아있는 경우도 있고, 원형의 단면만 보이는 경우도 있다. 아무래도 공룡알이 화석이 되기 위해서는 퇴적물 속에 묻혀야 하는데, 퇴적물이 쏟아지는 상황이라면 알이 깨지지 않고 무사히 모양을 보존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공룡알 화석은 여러 지층에서 발견된다. 이곳이 상당한 기간 공룡들의 산란 장소로 활용되었음을 알려주는 증거다. 어쩌면 백악기 경기도 화성은 공룡들의 천국이었을지 모른다. 이곳에는 3가지 유형의 공룡알 화석이 발견된다고 한다. 각각의 공룡알 화석에 대한 설명은 방문자센터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 이곳에는 사암, 이암, 역암층을 볼수도 있고, 구멍이 숭숭 뚫려있는 구조(벌집형 타포니), 해식 동굴, 차별침식을 받은 기암괴석 등을 확인해 볼 수도 있다. 단순히 공룡알 화석만을 보고 오는 것이 아니라 교과서에서 배웠던(배울) 퇴적암들과 풍화침식으로 신비한 모양으로 변한 암석들도 살펴볼 수 있어 다방면의 공부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곳은 서울에서 1시간 반 정도면 충분히 도착할 수 있는 거리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면 크게 부담갖지 않고 방문해 볼 수 있다. 특히 가족 나들이, 특히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에 모자람이 없는 장소다. 아이들이 좋아할만 한 캐릭터도 있고, 화석은 물론이고 암석과 지층의 미세 구조까지 살펴볼 수 있으니 아이들의 호기심을 꽉 채워줄 장소다. 자! 한번 찾아가 볼만 하지 않은가?
코리아케라톱스와 공룡알 화석산지 영상으로 확인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