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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영희 Jun 06. 2020

나는 죽을 때까지 일하고 싶다.

라떼노년 vs Njob 노년


토영삼굴(兎營三窟) - 토끼가 위난(危難)을 피하려고 구멍 셋을 만든다는 뜻으로, 자신의 안전을 위하여 미리 몇 가지의 계책을 짜 놓음을 이르는 말.


라떼꼰대’로 정의되는 세대 간의 시각차는 사실 50년 정도의 짧은 산업화 기간 동안 너무나 급격한 경제적 사회적 환경의 변화로 인한 세대 간 공감의 결여가 주요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인간은 보수적인 동물이다. 과거의 경험을 통해 미래를 보려고 한다. 지극히 가난했으나 젊은 시절 30여 년의 이례 없는 경기 확장기를 지나온 지금의 50-60대는, 유복한 유년과 사춘기를 지냈으나 한 순간 불경기 속으로 내던져진 지금의 젊은 세대들과 그들이 속한 현실 상황들을 속속들이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어려운 면이 있다.


최근에 나는 전자책을 쓰면서 ‘Njob할미’라는 닉네임을 썼다. 요즘의 유튜브에서 뜨고 있는 검색어 중의 하나는 N job이다. 한마디로 직업과 수입원의 다변화를 말한다. 직장이든 자영업이든, 하나의 수입원에 의존하지 않고 수입이 생기는 파이프라인을 여러 개 만들어 수익을 늘리고, 더 나아가 어느 한 곳의 수입원이 마르거나, 끊길 경우를 대비할 수 있다. N job이 화두가 되고 있는 첫째 이유는 1 job, 하나만의 직업, 한 개의 수입원으로는 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지금은 그런대로 유지하고 있지만, 혹은 잘 나가고 있어도, 모든 것이 유동적인 현 상황에 비추어 앞날이 불안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평생 일해도 자신의 힘으로 집 한 채 마련하기 어려운 대다수의 30-40대와 20-30년 공부만 열심히 했는데, 나를 써 줄 마땅한 직업이 없고, 내가 꿈꾸던 일자리는 이미 사라졌거나 쇠퇴해가고 있다는 20/30 세대. 그리고 평생 열심히 일해 가족을 부양했는데 막상 은퇴 후 노후가 불안한 대다수의 50/70.

미래 예측이 불가한 시대, 기존의 적지 않은 직업 군이 쇠퇴 또는 소멸되어가는 시대에 많은 사람들이 제2, 제3의 토끼 굴을 파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세계는 격동의 세계다. 10년 전의 지식은 휴지조각이 되고 금융도 경제도 기술도 격변의 시기에 있다. 그런 시대를 사는 우리에겐 이론과 실천에 많은 괴리가 있다. 실천이 없는 이론은 그림 속의 꽃이다. 나를 지키면서 또한 세상과 타협해야 한다. 최선이 불가능할 땐 차선이라도 지켜야 한다. 하나 이상의 차선을 마련하는 이유다.


한때는 자신의 직업의 세계에서 프로가 되는 것이 많은 젊은이들의 일생의 꿈이었다. 돈도 명예도 일생의 자부심도 얻을 수 있었다. 모두는 아니라도 많은 젊은이들의 꿈이었다. 자신이 택한 직업에서 최고가 되는 것. 사실은 지금도 그렇다. 단지 현실은 우리 모두가 최고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1%의 천재만이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다. 그러면 천재가 아닌 우리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타이탄의 도구들’에서 팀 페리스는 보통의 사람들이 천재와 싸워 이기는 법을 제시하고 있다.

2가지 분야에서 상위 25퍼센트에 드는 것- 두 가지 이상의 괜찮은 능력을 키우고 결합해 보기 드문 존재가 되는 것이다. 그는 평범한 실력의 만화가였지만 자신이 가진 유머감각과 사업 경험을 살려 유명한 만화가가 된 사람의 예를 소개했다.   천재로 유명한 스티브 잡스의 ‘여러 개의 점을 연결하라’는 이론도 여기에 해당된다. 자신이 습득한 여러 분야의 지식과 경험을 살려 시너지 효과를 얻어 자신이나 제품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사실 그것은 나의 오랜 생존 전략이었다. 나는 직장에서 일찍 능력을 인정받아 승진하고 그 당시로는 금녀의 영역이었던 은행 대출심사 쪽에서 일을 했다. 내 적성에도 맞고 대우도 일반 관리부와는 상당한 격차가 있었으므로 나는 자부심을 가지고 일을 열심히 했다. 그 당시 여자로서는 거의 성차별이 없었으나 다른 남자들의 경원과 여자들의 시기심을 한 몸에 받는 처지였다.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을 압도할 수 있는 경쟁력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때 마침 내가 다니던 은행은 본사 차원에서의 M&A 인수합병 건이 있었고 그와 관련하여 회계와 재무에 대한 지식을 겸비한 유능한 매니저를 구하고 있었다. 나는 영국인 지점장을 찾아가서 그 자리를 자원했다. 지점장은 그 대가로 무엇을 원하는지 물었다. 그는 내게 말했다.

“당신이 유능한 사람인 것은 알지만 그 자리는 지금은 가장 중요한 자리다. 당신이 실패하면 즉시 다른 사람으로 대체될 것이다, 그래도 좋은가 “

나는 즉시 ‘예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또 물었다. ”그 대가로 무엇을 원하는가? “.

난 그저 해보고 싶은 일을 하려는 것이다. 어려운 만큼 해보고 싶다 대가는 저절로 따라오는 게 아닌가.

며칠 후 나는 그 자리로 발령받으면서 남자들을 제치고 승진하고 월급도 올랐다. 결국 나는 그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했고 내 생각대로 나는 회계와 재무 부문의 지식을 겸비한 재능으로 이후 ‘리스크 매니저’라는 새로운 직을 맡게 되고, 그 후에 닥친 IMF의 거센 바람에도 승승장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나름 화려한 제2의 인생을 꿈꿨던 은퇴 후의 생활은 나의 막연한 기대와 생각과는 달리 그리 녹녹하지 않았다. 작은 구옥을 구입해 임대업으로 시작한 제2의 직업은 급변하는 현실과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흔들리고, 지난한 과정의 집수리를 거쳐 오픈한 게스트하우스는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아 개점휴업 상태가 되었다. 마치 온실 속에서 지내다가 밖으로 나온 풀꽃같이, 갑자기 불어 닥친 거센 비바람 속에서 뿌리가 흔들리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계속해서 공부하고 글을 쓰고, 새로운 일, 새로운 내일을 향해 나아가고 싶다. 그리하여 죽을 때까지 일하고, 죽을 때까지 세금을 내며(물론 절세도 열심히), 힘이 닿는 데까지 한 사람의 시민, 인간, 더 나아가 어른으로서의 품위 있는 삶을 살고 싶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바른 것을 선택할 수 있는 통찰력과 그것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의지, 그리고 그 결과를 책임질 줄 아는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나이 들었다고 뒤로 물러앉아 내 몫을 외면하지 않고, 내 몫의 짐을 지고, 내 현재와 내일의 시간을 선택하고 책임지고 싶다. 내일은 운명이 나를 어디로 데려 갈지는 모르지만, ‘진인사대천명’, 신의 섭리를 나는 믿는다.


던젤 워싱턴이 어느 졸업식장에서 했다는 말처럼,

넘어지더라도, 앞으로 넘어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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