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 30개로 전과자가 된 사연
‘나는야 순댓국’ 음식점을 운영하는 길동이는 아침에 가게에 도착하여 경악했다. 반환을 위해 가게 앞 주류 상자에 넣어 둔 소주 공병 30개가 모두 사라졌기 때문이다. 인근 폐품을 수집하는 사람이 벌이는 짓인 거 같다. 지난번에도 똑같은 일이 있었는데 그땐 참았으나 지금은 도저히 안 될 일이다. 절도 피해를 신고했고 CCTV 추적을 통해 범인 꺽정이가 검거되었다. 꺽정이는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지만 소용없었다. 그렇게 꺽정이는 절도범이 되었다(실제 발생한 공병 30개 절도 사건).
남의 물건을 가져간 자 '전과자'가 되리라.
남의 물건을 훔쳐가면 절도 전과를 획득한다. 즉시 일성(星) 장군인 준장으로 진급한다. 절도죄는 남이 점유한 물건(소지, 보관, 관리하는 물건)을 가져가면 처벌하는 범죄다. 유사한 범죄로 점유이탈물횡령죄가 있는데 이는 남이 흘리거나 잃어버린 분실물 등 다른 사람의 점유를 우연히 벗어난 물건을 가져간 사람을 처벌하는 범죄다.
절도죄는 점유이탈물횡령죄보다 형량이 훨씬 세다. 흘리거나 잃어버린 물건보다 남이 점유하고 있는 물건을 훔친 자를 강하게 처벌하는 건 당연지사! 절도의 개념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테니 바로 절도죄의 예방법으로 들어가자.
작정한 전문 절도범이 침입하여 물건을 훔쳐 가는 걸 막을 방법은 없다. 동남아 일부 국가처럼 AK-47 기관단총을 소지한 사설 경비를 세울 수 있다면 몰라도 절도로 밥 먹고 사는 놈을 어찌 막을 수 있겠나? 다행히 요즘 집에 현금이나 귀금속을 다량 보유하는 경우가 흔치 않아 주거침입 절도가 그리 많지 않으니, 주거침입 절도와 같은 특수사례를 제외한 일반적 절도 피해 예방법을 살펴보자.
절도죄는 절도범이 물건을 훔칠 당시 불법영득의사를 가져야 처벌할 수 있는 범죄다. 불법영득의사란 아주 간략하게 설명하면 절도범이 ‘어? 저거 남의 물건인데 내가 가져가서 맘대로 사용해야지’라고 생각하는 것을 뜻한다.
물건을 외부 공간에 두는 사람이 많다(당신 생각보다 진짜 많다). 그 물건을 가져가는 사람도 많다(당신 생각보다 훨씬 많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게 바로 불법영득의사 존재 여부! 백이면 백, 절도범은 버린 물건인 줄 알았다고 우긴다. 간혹 이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물건은 주거지 앞 또는 노상이 아닌 당신이 관리하는 공간 내에 둬야 한다.
화분 따위를 가게 또는 주거지 앞에 두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놓여진 화분이나 물건을 도난당했다는 신고가 상당히 많이 들어온다. 이유야 어쨌든 도난 신고가 들어오면 물건을 가져간 사람을 추적해야 하는데, 그때CCTV 영상이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다. 그리고 위에서 말했듯 절도범을 처벌하려면 불법영득의사를 입증해야 한다. 이때 물건에 ‘관리 중인 물건’이라는 표시가 명확하면 불법영득의사 입증에 아주 유리하다. 잊지 말고 조치해 놓자.
※ 예문 : ○○가게에서 관리하고 있는 화분입니다. 생존에 필요한 광합성 중이니 가져가지 마세요~
필자도 동네를 걷다가 만나는 ‘관행적으로 쓰레기가 모이는 장소(합법적 공간은 아님)’ 주변에 있는 물건은 쓰레기로 본다. 물건의 관리자는 쓰레기가 아니었다고 주장하겠지만 솔직히 그건 물건 관리자의 생각일 뿐이다. 집비둘기 무리 사이 고고한 학 한 마리는 없다(그들은 서식지가 다르다). 어느 누가 음식물쓰레기 더미 사이에 있는 다이아몬드를 보석으로 볼까? 쓰레기를 가져간다고 처벌할 수 없다. 이 말인즉슨 버린 물건을 가져간다고 인식하며 다른 사람의 물건을 가져간 사람을 처벌할 수 없다는 말이다. 물론 이 문제는 형사(수사관)가 고민할 문제지만 그 여지조차 주지 않는 것이 좋다.
친한 형사가 꼭 말해달라고 부탁해서 전한다. 공공기관이 관리하는 CCTV는 영상 저장 기간이 꽤 길다. 그러나 사설 CCTV는 서버 관리의 문제 등으로 인해 영상 저장 기간이 길지 않다(1주일 내외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사건 발생지 CCTV 영상 저장 기간이 길다고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해결되진 않는다.
절도범을 특정하기 위해선 절도범이 물건을 들고 이동한 경로를 추적해야 한다. 추적을 위해 현장 일대 CCTV를 모두 열람해야 한다. 그런데, 사건 발생 시점과 사건 접수 시점에 상당한 차이가 존재하면 '영상이 존재하지 않아' 추적에 어려움을 겪는다. 형사가 간곡히 부탁하고 있다. 도난이 일어나면 즉시 신고하자.
전체 절도범의 84~90%는 검거된다
꺽정이가 어떤 가게 앞에 놓인 ‘화분’을 가져갔다. CCTV 영상을 분석하여 꺽정이를 찾은 후 출석을 요청해 조사를 진행하는데 “버린 화분인 줄 알았다”라는 변명으로 일관한다.
멀쩡히 잘 자라고 있는 식물이 심겨 있는 화분을 버린 물건이라고 생각한다고?
꺽정이가 계속 저런 식으로 변명하자 화가 난 형사는 현장 일대 모든 CCTV 영상을 확인했다. 그리고 꺽정이를 다시 불러 “다른 버려진 화분은 안 가져가고 왜 굳이 이 멀쩡한 화분만 가져갔나?”라고 추궁했다. 이 대결의 승자는 누구였을까?
혹시 절도범을 꿈꾸는 사람이 있나? 절도범을 직업으로 희망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견물생심의 법칙에 따라 한 번씩 남의 물건을 탐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사람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경찰이 절도범을 검거하는 비율은 약 84~90%다(2018~2022년, 경찰청 통계자료)
신고가 늦은 경우를 제외하면 모두 잡힌다고 봐도 무방하다(그래서 즉시 신고하라고 하는 거다). 형사는 범인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주변 상황과 증거, 참고인 진술 등 간접 사실을 덧붙여 사안을 판단한다.
담당 형사와 꺽정이가 벌인 대결의 승자는 당연히 담당 형사였다.
절도범이 할 수 있는 일은 검거되기 전까지 검거될 두려움과 함께 잠드는 것, 검거되면 피해자에게 머리 숙여 용서를 구하고 합의금을 지급하는 것뿐이다. 절대로 잊지 말자.
✓ 물건을 외부에 두지 말고, 외부에 두려면 관리자를 꼭 표시하자!
✓ 물건은 CCTV 영상 범위 내에 두고 도난 즉시 112 신고하자!
길동이가 또치 땅에 감나무를 심었다. 그리고 여러 해 감을 걷어 갔다. 또치가 길동이를 절도죄로 고소할 수 있을까? ○
이러한 사례는 야산에서 많이 일어난다. 나무를 심은 사람은 열심히 노력해서 땅 주인 좋은 일 시켜준 셈이다.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의 땅에 나무를 심었다면 그 나무는 토지 소유자의 소유물이 된다. 길동이는 절도죄로 처벌받는다. 그리고 꺽정이는 길동이를 상대로 토지 사용료 상당의 부당이득 반환 청구의 소를 제기할 수도 있다.
절도죄로 처벌받은 길동이는 열받은 나머지 ‘갈 데까지 가보자’라는 마음으로 또치 땅에 배추를 엄청나게 심었다. 그리고 그 배추를 다 뽑아갔다. 또치가 다시 길동이를 절도죄로 고소할 수 있을까? X
수목과 달리 농작물은 땅의 소유자와 관계 없이 심은 사람(경작자)이 임자다. 남의 땅에 벼, 보리, 배추, 깻잎, 고추, 양파, 파 등을 심어서 수확해도 절도죄로 처벌받지 않는다. 다만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 또는 손해배상소송의 ‘피고’는 될 수 있다.
· 타인의 땅에 심은 나무와 그 과실을 가져가면 절도죄 ○
· 국가(지자체) 땅에, 국가가 심은 나무를 뽑아가면 절도죄 ○
· 타인의 땅에, 자기가 심은 농작물을 뽑아가면 절도죄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