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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함이 필요한 날이 있다. 비는 추적추적 오고 몸도 찌뿌둥해서 땀 한번 쫙 빼주고 삼겹살 한판 딱 먹으면서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고 싶은 그런 날.
커다란 참숯가마에 불을 활활 피우면 그 옆에 있는 토굴 같은 방들에 들어가서 땀을 뺀다. 숯가마 바로 옆방은 초고온이라 고수들만 들어가서 한산한데, 그 옆방은 온도가 견딜만한 수준이라 인구밀도가 매우 높다.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간신히 접촉을 피한채 오밀조밀 모여 앉아 기분 좋은 열기에 몸 구석구석을 풀어본다. 나도 그 속에 끼어서 땀을 빼다 불현듯 용기가 나서 초고온방까지 진출해 본다. 들어서자마자 고수께서 한 말씀하신다. "안경 벗고 들어와요. 코팅 다 벗겨져!"
"괜찮아요. 금방 나갈 거예요." 2~3분 있었나? 과연 안경렌즈가 뿌옇게 변하더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오늘의 교훈! 초고온에서 안경 벗기! 어르신 말씀 귀담아듣기!
땀을 뺐으니 배를 채울 시간! 참숯가마에서 나온 숯으로 삼겹살을 초벌 해서 주는데 이게 또 엄청난 별미다. 껍데기는 바삭하고 비계는 쫀득하게 구워진 삼겹살을 쌈에 싸서 입 한가득 넣으면 이게 행복이지 싶다.
혼자서도 잘 먹고 잘 놀다 보니 인생이 가볍고 편하다. 따뜻함이 필요한 날 훌쩍 올 수 있는 곳이 있어서 참 좋고 혼자 잘 먹고 잘 노는 내가 참 좋다.